내륙의 여느 중국 도시들과 달리 사람들의 발걸음은 느리고 표정이 편안해 보인다. 문지방에 엉덩이를 대고 앉아 커다란 대나무 통을 얼굴에 대고 후룩후룩 소리를 내가며 물담배를 피우는 남정내들의 모습이 흥미롭다. 윈난 사람들이 전통적으로 차와 담배, 춤을 즐기는 이유를 알 수 있을 것 같기도 같다. 의식(衣食)이 족하고 마음이 한가로워야 차 맛을 알 수 있다고들 한다. 먹고 입을 것이 풍부한 천혜의 자연환경이 이곳을 무릉도원으로 만들었던 것이다. 삶을 영위하기 위해 남을 속여야 하거나, 창칼을 들고 빼앗거나, 심한 노동을 할 필요가 없었던 이 곳, 그래서 옛날 사람들은 이곳을 ‘멍바라나시(‘이상향’을 뜻하는 다이족 말)’라고 불렀던 모양이다.
윈난성은 세계 차나무의 원산지다. 차나무의 조상이라는 윈난 대엽종 보이차 나무는 현재 스마오(思茅), 시솽반나(西雙版納), 린창(臨滄) 등 윈난의 남부 전역에 퍼져있지만 기록에 의하면 고대의 주요 차 산지는 육대차산(六大茶山) 지역이다. 중국 전도를 펼쳐놓고 보면 윈난성의 육대차산이란은 북회귀선을 중심으로 하는 바로 현재의 이곳 징홍(景洪) 주변 아열대 지역이다. 보이차의 전성기라 할 수 있는 청나라 때에는 “주변 800리에서 몰려와 입산하여 차를 따는 사람이 수십만 명이었다.”고 한다.
이곳 징홍에선 모두가 시원한 미센(윈난식 쌀국수)로 하루가 시작된다. 북방의 밀가루 국수와는 사뭇 다른 열대의 느낌이다. 밤새 더위와 습기에 지친 아침, 쫄깃한 면발과 맑은 육수가 목구멍을 타고 술술 넘어간다. 개운한 미센 한 그릇을 후다닥 비우고는 택시 한 대를 섭외하여 고차수(古茶樹)를 찾아 나선다. 고차수란 수십, 수백년의 수령을 자랑하는 보이차 나무로 야생형과 재배형이 있다. 야생형은 글자 그대로 야생상태의 차나무를 말하고 재배형이란 야생처럼 사람이 살지 않는 깊은 산 속에 서식하지만 누군가에 의해서 옮겨 심어지고 재배된 흔적을 확인할 수 있는 나무들이다. 보이차의 역사를 말해주는 살아있는 화석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재배형의 고차수의 대표격인 난누오산(南?山) 차수왕(茶樹王)과 육대차산에서 가장 고령으로 알려진 바다산(巴達山) 차수왕을 찾아가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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