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 시니어

비디오·사진 인생 40년 이경희씨

지역내일 2010-07-07

 “사진은 따뜻한 눈으로 세상 보기”

오후4시가 넘은 시간임에도 불볕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6월의 마지막 월요일. 용인 죽전동 탄천변 정자에서 만난 이경희(67·죽전동)씨는 언뜻 보아도 연륜 있는 사진작가의 모습이었다. 사진기자로 출발해 국내 1호 비디오 작가, 30년 세월 대학에서 비디오와 사진을 가르치며 한 우물을 파온 장인, 그의 압축이력들이다.
퇴직 후 8년이 지난 지금도 용인시 주민자치센터와 동호회에서 사진이야기를 전하고 있는 사람. 백남준 비디오 아트를 선보이기도 전, 이미 일본의 비디오 페스티벌에 국내 유일한 작품을 선보여 비디오와 사진의 장을 열었던 그의 이야기를 시작해본다.

산업역군 홍보물 제작으로 비디오와 인연
우리나라가 산업의 불씨를 일으킬 무렵인 1970년대. 사진 기자를 했던 경험이 계기가 되어 상공부 국가 홍보물 비디오 제작 일을 맡게 된 이경희씨.
“우리 근로자들이 만들어 내는 생산품들을 알리고 소개하는 홍보영상을 만들었지요. 지금으로 치면 VJ쯤 되나? 그렇게 일반인은 엄두도 낼 수 없는 비디오를 직업 도구로 삼을 수 있었던 건 내 행운이죠.”
당시 국내 엔 비디오 전문가가 없어 일본 소니사의 자문도 얻고 해외 자료를 찾아가며 공부와 일을 병행했던 그. 어느 정도 경력이 쌓였을 즈음, 돌연 후배 양성의 필요성을 느낀다.
“어렵게 공부한 내용을 혼자 알고 있기가 아까워 내가 알고 있는 지식을 나눠야겠다고 생각했지요. 뒤늦게 대학, 대학원에서 공부도 하고 학위도 갖춰 강의를 맡게 되었죠.”
신문방송학과 연극영화, 영상제작 등의 실무들을 학생들에게 전수하며 그렇게 30년이란 시간을 배움과 가르침으로 살아올 수 있었다.
하지만 단순히 교수로서의 직분에만 충실했던 건 아니다. ‘한국비디오작가협의회’를 만들어 동호회 활동을 시작했고 국내에 비디오라는 미디어를 알리고 보급하는 데도 선두적인 역할을 해왔다.

초점, 노출…구도가 좋은 사진을 결정
그렇게 작가로, 교수로 가르침의 세월이 길었던 만큼 공부의 끈을 이어갈 수 있었고 한 우물을 팠던 우직함으로 퇴직 후 역시 사진과 함께 하고 있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이젠 나이가 비슷한 동년배 회원들이 함께 한다는 것.
“회원들이 처음엔 사진을 쉽게 생각하고 오시죠. 그러다 배우는 과정에서 컴퓨터도 알아야 하고 기계도 공부해야 하니 힘들어 하면서도 사진의 매력을 포기하지 못하시지요.”
그는 요즘 나오는 총천연색의 디지털카메라에 유감이 많다. 기술이 발달하니 사람이 아닌 카메라가 사진을 찍는 기현상이 발생한다는 것. 그렇다면 그가 말하는 좋은 사진이란 무엇일까?
“초점과 노출, 색온도가 잘 맞은 사진이라야 합니다. 이 세 가지만 잘 하면 60점 기본 점수는 얻고 가지요.” 그렇다면 나머지 40점은 무엇일까?
“사진 찍는 눈, 바로 ‘구도’입니다. 구도는 하루 이틀에 완성되는 건 아니고 오랜 경험이 쌓여야 좋은 구도가 나와요. 처음엔 잘 찍은 사진을 매일 보고 따라 찍어보는 게 좋습니다.”
온라인 카페 (cafe.daum.net/dicaacademy)를 운영하며 회원들과 못다한 이야기도 나누고 매주 출사 여행도 다니며 일주일 스케줄이 빼곡한 그.
‘출사지로 어디가 좋은가’라는 질문에도 “내가 좋은 구도 만들어 찍으면 그곳이 바로 사진으로 담을 수 있는 최상의 장소”라는 역시 전문가다운 대답으로 응수한다.

사진과 함께 하는 지금이 좋아
사진에 관해서는 누구보다 더한 열정을 보이는 그지만 한 가지 싫어하고 기피하는 게 있단다. 바로 보정작업.
“자기 실력대로 찍어야 좋은 사진이지. 포토샵이니 보정이니 안 좋아해요. 프로작가처럼 사진을 찍어 돈을 벌어야 한다면 모를까 일반인이 자꾸 보정해버리면 실력이 늘지 않아요.”
마찬가지로 기계와 장비, 렌즈에 대한 욕심도 버리라고 조언한다.
“사진장비도 어느 정도 갖추려면 2~3천 만원은 우스워요. 동호회원들에도 장비자랑, 돈 자랑하지 말라고 충고해요. 우리나라 사람들 장비는 화려한데 그걸 다 쓸 줄도 몰라. 그저 남 보기에 화려한 것에만 초점이 있는 것 같아 안타깝죠.”
그가 가르침을 전하는 주민센터엔 요즘 다양한 이유로 사진을 배우는 사람들이 많다. 음식점, 한복점을 운영하는 사장님들, 퇴직 이후 취미로 사진을 배우는 사람들, 여행을 좋아해 사진을 배우는 사람들…
“저도 아날로그 세대라 컴퓨터 잘 모르면 아들한태 물어봐요. 요즘 애들 댓구도 잘 안해주지만 한번 알려주면 문서로 만들어 계속 적용해보고 내 걸로 만들지요. 새로운 배움도 두려워 말아야지요. 그래도 불러주는 곳이 있으니 나는 행복한 거지. 가끔씩 어르신들 ‘장수사진’ 찍으며 봉사도 다니고 회원들과 작품 전시회도 할 수 있는 지금, 현재가 좋습니다.”
권미영 리포터 myk31@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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