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몸에 맞는 교육 - 교과교실제
“공부의 재미를 찾아가지요”
수준별 이동 수업으로 수업의 흥미도 높여
헐리웃 영화에서는 종종 학생들이 쉬는 시간마다 책을 옆에 끼고 각자 교실로 이동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 모습이 왠지 근사해 보여 외국의 수업을 막연히 동경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이제 우리도 외국의 사례처럼 2010년부터 전국의 몇 개 학교를 대상으로 수준별 이동 수업을 하는 교과교실제가 시행되고 있다. 교과교실제란 학생들이 자신의 학습 능력을 고려해 수업을 직접 선택하는 맞춤형 수업으로, 교과목에 맞게 특성화된 전용 교실로 학생들이 이동 수업을 하는 제도다.
상당중학교 수학교과교실
유형별로 세분화된 교과교실제
교과교실제 유형에는 선진형(A형), 과목중점형(B형), 수준별수업형(C형)의 3가지가 있고 과목중점형(B형)은 수학·과학중점학교형(B-1형)과 영어중점학교형(B-2형)으로 나누어진다.
특히 과학중점학교인 사상고, 장안고는 자율학교 및 교과교실제 지정·운영에 대한 기대감으로 학생과 학부모의 선호도가 높아 2010학년도 신입생의 선지원율이 매우 높았다. 영어중점학교(B-2형)는 원어민 영어보조교사 및 영어회화 전문 강사를 전면 배치해 영어 말하기, 쓰기 등 회화중심의 교육과정이 운영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장유 소재 중학교의 체력단련실 모습
모든 과목을 대상으로 이동 수업을 하는 선진형(A형) 경남고등학교
전통과 역사를 자랑하는 경남고등학교는 올해부터 모든 과목을 대상으로 이동 수업을 실시하고 있다. 획일화된 교육 형태에서 벗어나 학생들에게 선택권을 부여한다는 점에서 새로운 시도다.
특히 선진형은 부산에서 2개 학교만이 시행하고 있는 형태다. 국·영·수 과목은 수준별로 선택하고 사회·과학은 과목별로 선택하고 있다. 음악·체육·미술 역시 과목별 선택인데 전교생 중에서 음악을 선택한 학생은 2명. 그 2명을 위해서 교사 한 명이 배정돼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학생들의 희망을 존중한다는 취지에서 파격적인 혜택이다.
박희섭 교사는 “인문계 고등학교 특성상 교과교실제가 학력 향상에 도움이 되는지가 관건이다. 그러나 시행된 지 아직 몇 개월밖에 지나지 않았고 또 학력 향상 부분이 교과교실제만으로 갑자기 달라지는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라며 꾸준히 지켜볼 필요가 있음을 강조했다. 이어 “학생들은 시간마다 계속 교실을 찾아다니는 불편함만 말할 뿐 대체적으로 적응을 잘하고 있고 큰 불만은 없다”고 밝혔다.
상당중학교 영어교과교실 벽면 모습
수학·과학 중점학교형(B-1형) 해운대고등학교
자립형 사립고인 해운대고등학교는 수학·과학중점학교형을 적용하고 있다. 고등학교의 경우 교과교실제 시범학교로 지정되면 동아리 활동 즉 비교과 영역 60시간을 반드시 이수해야 하는 조건이 있다. 개인 혹은 단체로 체험 활동을 하거나 석학을 초빙해 강연회를 듣거나 하는 다양한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비교과 시간이 상대적으로 많다보니 공부 시간이 줄어들까봐 걱정하는 학생과 학부모도 있지만 학교 측은 요즘 입시에서는 다양한 활동에 가산점을 주고 있어 입학사정관제에서 오히려 유리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교과교실제 담당 이정석 교사는 “시험 결과만 가지고 수준별로 수업을 나누는 데는 한계가 있지만 본인의 수준에 맞는 수업을 들을 수 있다는 점에서 상당히 긍정적이다. 학생들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한 결과 85% 정도는 만족한다는 답변이 돌아왔다‘고 말했다. 또한 “교과교실제도가 계속 유지되면 아이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예산이 많이 필요한 수업이라 충분한 예산 지원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준별 수업형(C형) 상당중학교
해운대 신도시에 위치해 있어 상당한 교육열을 보이는 상당중학교는 영어, 수학, 과학 교과에 한해 교과교실제를 운영하고 있다.
교과교실제 담당교사인 김유경 교사는 “좋은 기자재를 활용해 수업을 하게 되니 재밌어 하는 점이 눈에 보인다. 그러나 쉬는 시간 10분 동안 교과 교실로 이동해야하기 때문에 약간의 불편함을 호소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특히 지난 중간고사 수학 시험의 경우 하나의 수준 문제만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수준별 문제(상, 중 하)를 동시에 제시해 여러 개 중 학생이 선택해 풀게 하고, 선택한 문제에 따라 수준별 점수를 부여하는 방식을 시도했다고 전했다.
한창 감수성이 예민한 시기라 수준이 낮은 반에 배치되는 것에 거부감은 없냐는 질문에는 “아무렇지 않을 수는 없지만 대체적으로 받아들이는 편이다. 중·하위반의 경우 자신의 성적에 안주하지 않고 우수한 반으로 가기위해 노력하는 학생도 많아 긍정적이다. 만약 학생이 특별히 희망하는 반이 있는 경우 상담을 거친 후 이동도 가능하다. 최대한 학생의 의견 반영하고 있다”고 했다.
수준별 맞춤 수업으로 활기찬 학교생활
부산시교육청 이정명 장학사는 “학생들이 본인의 수준에 맞는 수업을 찾아감으로써 자기주도적학습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점이 고무적이다”라며 “부산은 중·고등학교 35개교가 시행하고 있는데 앞으로도 확대 예정에 있다”고 밝혔다.
아무리 잘 가르치는 교사라 할지라도 30~40명이나 되는 학생들의 수준에 일일이 맞춰 수업을 진행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학생은 학생대로 본인의 수준에 맞지 않는 교육을 지속적으로 받게 되는 경우 수업 흥미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맞춤교육이 가능해 보이는 사교육에 쉽게 의지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본인에게 맞는 옷을 입었을 때 활동이 편해지는 것처럼 본인 수준에 맞는 교육은 활기찬 학교생활의 원동력이 될 수 있다. 교과교실제라는 새로운 시도와 더불어 학생들을 위한 맞춤 교육에 한 걸음 더 다가서는 공교육의 노력이 돋보인다.
이수정리포터 cccc090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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