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태우 원장이 추천하는 책 이야기2
심리학, 정신분석학, 뇌과학, 생물학, 철학에 관심이 있다면--1
스키너의 심리상자 열기-로렌 슐레이터 지음 , 에코의서재 펴냄
책과 담을 쌓고 사는 어른들에게 책읽기를 기대하는 건 난망하니 청소년이 읽을 만한 책, 또는 청소년을 자녀로 둔 학부모들이 자녀와 함께 읽을 만한 책을 고르려고 최대한 노력했다. 또한 책읽기가 다양한 사람들의 고통, 희열, 느낌, 사상과 주장 등 삶을 간접 경험하는 데 의미가 있겠으나, 현실적으로 입시를 벗어나서는 청소년을 책읽기의 세계로 끌어들이기 엔 어려움이 많다. 꿩 잡는 게 매, 그래서 중고생의 관심분야나 진로, 입시와 관련된 책들을 주로 선정하게 될 듯하다. 자식 자랑하는 팔불출이라 욕하지 마시라. 대개가 내 아이들과 함께 읽은 책이다. 아이와 책을 읽고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서로에게 얼마나 소중한 지! 부모님도 함께 읽어주시라는 간곡한 부탁의 말씀이다.
“스키너의 심리상자 열기”의 지은이는 심리학 박사이며 정신과 진료소장이다. 열네 살에 너구리 새끼를 가지고 심리실험을 했다니, 그 때 이미 심리학의 길을 걷고 있었음에 틀림없다. 입학사정관제의 스펙이 무엇인지 그려질 듯도 하다. 그런데 심리학 박사가 정신과 진료라니? 이것이 바로 최재천 교수가 말하는 통섭(학문 간의 융합)이다. 실제 80년대 심리학을 전공한 한 대학 동기는 모 병원 정신과 교수로 근무 중이다. 최초의 통섭은 심리학과 생물학, 뇌과학의 만남에서 시작되었다. 진화심리학, 진화 생물학, 생태유전학 등이 여기서 시작된다. 여기서 다루는 인간의 행동유형이나 이타성, 이기성은 주요한 논술 주제이기도 하다.
책은 열 개의 작은 꼭지로 나뉜다. 종소리만 듣고도 침을 흘리는 파블로프의 개(파블로프는 개가 아니라 심리학자이다)처럼 인간도 길들일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자신의 딸을 심리 상자에 넣어 실험한 스키너라는 학자가 첫 꼭지의 주인공이다. 신념에 가득찬 학자가 사육한 가여운 딸의 운명. 세 번째 꼭지는 살인사건을 목격하고도 침묵한 38명의 주민들의 얘기다. 이들은 왜 죽어가는 여인을 지켜만 봤을까? 범행을 저지하지도 않았고, 신고도 않고, 불 끄고 잤단다. 왜 그랬을까? 이 내용은 EBS 지식채널에 “38인의 목격자들”이라는 제목으로 소개되기도 했다.
지면 관계상 열 꼭지 내용 모두를 소개할 수는 없다. 책의 내용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약간 수정한 제목을 통해 다른 꼭지를 살펴보자.
''사람은 왜 부당한 명령에 복종하는가?'' ''?사랑의 본질(애착)에 관한 실험'' ''마음 잠재우는 법'' ''제정신으로 정신 병원에 들어가기'' ''마약중독은 약의 문제인가, 사회의 문제인가?'' (게임은 어떠한가?) ''우리가 기억하는 기억은 진짜 기억인가?'' ''기억력 주식회사'' ''드릴로 뇌를 뚫다''
제목만으로도 흥미를 기울이기에 충분하다. 이 책의 장점은 쉽고 재밌게 읽힌다는 것이다. 각 꼭지들은 독립된 주제로 구성되어 틈 날 때마다 나눠 읽어도 관계없다. 글쓴이는 각각의 심리실험을 소개하는데 그치지 않고 당시 실험을 진행한 학자나 실험에 참가한 일반인과의 인터뷰를 통해 당시 실험의 논쟁거리를 객관적인 시각으로 소개한다.
내가 중고생 때 이 책을 읽었다면 난 분명 심리학과로 진학했을 거다. 그러나 불행히도 그런 기회를 얻지 못했다. 책은 한사람의 인생을 바꿀 수도 있다. 막연한 미래. 진로를 찾기 위해서도 독서는 필수다. 다른 책 ?마음?은 다음 시간에 소개하도록 한다.
“스키너의 심리상자 열기”를 중고생 때 읽었다면 나는 분명코 심리학과나 생물학과로 진학했을 거다. 책은 우리의 인생을 바꿀 수도 있다. 정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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