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성남의 예술교육 현주소Ⅰ
우리지역 예술교육 인프라 2% 부족하다
계원예고 경원대 등 120여명 교육에 불과 … 개인 레슨, 고액학원에 의존
“창조적 사고의 출발점은 바로 예술이다. 시와 음악, 미술, 공연 등 예술은 세상을 다르게 볼 수 있는 실마리를 제공한다. 여기서 바로 창의력이 나온다.”
미국 미시간 주립대 생리학(physiology) 교수 마이클 루트번스타인(Root-Bernstein)의 말이다.
예술은 우리 삶을 풍요롭게 만들고 정서적으로 윤택하게 한다. 특히 어린 시절의 문화적 경험은 인생을 살면서 두고두고 소중한 자산이 된다. 언어 수학 발명 등 다른 분야와는 달리 환경에 의해 만들어진다는 예술영재는 그래서 더욱 효율적인 교육시스템이 중요하다.
솔직히 영어 수학 등 주요과목에 밀려 수박 겉핥기식으로 이뤄지는 학교 예술교육에서는 기대할 것이 별로 없다. 그나마 문화도시를 표방하는 성남에 살고 있다는 것과 지역 안에 계원예고가 있는 것이 위안이 되는 정도다.
세계적인 첼리스트 장한나 같은 예술신동은 아닐지라도 그냥 지나쳐버리기엔 못내 아쉽고 아까운 우리 아이의 예술영재성을 어떻게 키워줄 것인가. 2회에 걸쳐 성남의 어린이 예술교육 시스템을 점검하고, 성남아트센터 등 공공문화재단을 비롯한 지역문화예술기관의 역할에 대해 짚어본다.
자녀 예능수업 위해 서울까지 가는 엄마들
매월 첫째`셋째 토요일, 초등학교 3학년 희주와 엄마 오은주(40 용인 보정동) 씨는 미술관으로 특별한 외출을 한다. 미술에 재능을 보이는 딸을 위해 용인 기흥구 영덕동에 있는 이영미술관의 미술프로그램 수업을 듣기 위해서다.
미술을 너무 좋아하고 소질을 보이는 아이에게 어떤 예술교육을 시켜야 할지 고민이 많았다는 오 씨는 “1% 안에 드는 미술영재는 아니더라도 보통의 아이들보다는 재능있는 아이를 위해 우리 지역 안에서 제대로 교육받을 수 있는 곳을 찾아다녔지만 쉽지 않았다”고 토로한다
아이가 초등학교 때부터 치열한 입시 경쟁에 노출되는 것이 이르다고 판단한 오 씨는 지난해 서울 예술의 전당의 미술아카데미를 찾아가게 됐다고. 그 프로그램은 자녀의 예술교육에 관심을 가진 엄마라면 누구나 한번쯤 ‘탐 낼 만한’ 커리큘럼으로 유명하다.
오 씨는 “오가는 시간까지 꼬박 5시간이 걸렸지만 전통도 있는데다, 프로그램이나 강사진도 만족스러웠다”면서 “그런데 그곳의 강사진 중에 우리 지역 학교의 강사가 있는 걸 보곤 씁쓸함이 더 컸다”고 말했다. 예술의 도시를 자부하는 성남에 살면서 아이의 예술교육을 위해 서울을 찾아야 하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앞뒤가 맞지 않는 일이라고 생각됐기 때문.
입시를 염두에 둔 예능 전공 희망 학생의 경우 현실적은 어려움은 더욱 크다. 음악영재 자녀를 둔 최지영(40·분당 서현동)씨는 “성남아트센터에서 지역 예술인재들을 끌어주는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고 막연히 기대했는데 막상 어린이아카데미 프로그램을 알아보니 예능 전공자를 위한 커리큘럼이 부족하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오히려 지역의 한 백화점에서 만든 유스오케스트라(Youth Ochestra) 활동이 학부모들에게 더 호감을 얻고 있을 정도다.
최 씨는 “우리 지역에서 배출해 낸 훌륭한 음악가가 있다는 것은 명예로운 일이고, 문화도시로써 성남을 널리 알릴 수 있는 일이지만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정책적 지원은 미비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지역 예술영재의 발굴`양성 교육기관 확충돼야
그렇다면 우리지역 예술영재교육의 상황은 어떨까? 대부분 사설학원에 의존하고 있는 형편이고 교육청 등 정부나 기관의 정책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곳은 계원예고의 예능영재교육원과 경원대대학교 음악영재교육원 정도에 불과하다. 극히 일부이긴 하지만 롯데 신세계 AK 등 백화점 문화센터와 성남아트센터 어린이아카데미에도 분야에 따라 심화반이 편성되어 있다.
계원예고의 예능영재교육원과 경원대 음악영재교육원은 경기도내 초등학교 4학년에서 중학교 2학년까지를 대상으로 학생을 선발한다. 계원예고 예술영재교육원은 음악 미술 연극영화 무용 각 20명씩 80명, 경원대 음악영재교육원은 성악부, 현악부, 관악부, 타악부에서 40여명을 교육 중이다.
계원예고 황영기 지역예술교육부장은 “인성교육을 기본으로 재능과 발전 가능성이 높은 학생을 발굴 육성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며 “너무 편향적이고 전형화되어 있는 입시에서 벗어나 학생들이 자유롭게 예술을 느끼며 즐길 수 있는 분위기에서 교육이 진행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두 기관 모두 선발지역이 경기도 전역이기 때문에 들어가기가 쉽지 않고, 지원할 수 있는 학년에도 제한을 두고 있어 지역 예술인재교육의 갈증을 해소하기엔 부족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영재’라는 거창한 수식어가 붙지 않더라도 보다 깊이 있는 예술교육에 목말라 하는 아이들이 있다면 쉽게 찾아가 배울 수 있는 곳이 필요한 이유다.
이세라 리포터 dhum2000@hanmail.net
홍정아 리포터 tojounga@hanmail.net
Mini Interview Interview 남궁 원 한국예총 경기도연합회장
지역 예술가들 노력엔 한계, 정책지원 시급하다
“아이들의 예술교육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어릴 때부터 예술을 가까이에서 접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줘야 합니다. 예전엔 우리 지역 백화점 안에 자그마하게라도 미술관들이 들어와 있었지만, 지금은 그 미술관들이 다 사라졌어요. 어렵고 거창한 예술이 아니라 아이들 손잡고 나들이 삼아 즐길 수 있는 쉽고 친근한 문화예술공간이 많지 않단 거죠.”
한국예총 경기도연합회 남궁원(63·경원대 회화과 교수) 회장은 지역의 어린이 예술교육에 대해서도 아쉬움을 토로했다. 단적인 예로 프랑스에는 미술학원이 없는데도 훌륭한 작가들이 많이 배출되는 것을 예로 들었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미술학원이 없는 프랑스에 훌륭한 작가들이 많은 이유는 바로 쉽게 드나들 수 있는 미술관, 박물관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현장에서 이루어지는 다양한 예술교육들이 많기 때문이죠.”
남궁 회장은 우리 지역의 미술관이나 문화공연장 역시 이처럼 문턱을 낮추고 지역을 파고드는 지역 밀착형 자세를 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기에 전문예술인을 꿈꾸는 청소년들을 보듬어 이끌고 갈 수 있는 체계적인 교육시스템과의 연결고리가 있다면 더 큰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는 것.
“서로 섞여 교감할 수 있는 공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합니다. 지역 예술가들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시 차원에서의 정책지원은 물론 우리 지역 내 기업들의 관심도 필요하죠. 우리 지역 예술인재들을 꾸준히 발굴 교육 지원하는 것이야말로 서울 등 다른 도시로의 인재 이탈을 막을 수 있는 방법입니다.”
이세라 리포터 dhum200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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