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이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고 자부하는 부모들. 하지만 아이들도 과연 ‘우리 부모님은 누구보다 나를 잘 이해해 주셔’라고 생각하고 있을까. 그렇지 않다. 생각보다 많은 아이들이 부모들과의 소통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반항, 우울, 폭력, 집중장애, 성적저하라는 다양한 정신건강 적신호를 보내고 있지만 이를 적절히 도와주는 부모들은 그리 많지 않다. 아이들이 다양한 신호를 보내올 때 부모의 일관성 있는 태도는 아주 중요하다. 하지만 부모가 아이에게 직접적인 도움을 주지 못하거나 해결방향을 잡기 어려우면 전문가에게 치료와 상담을 맡기는 것이 좋다. 아이들은 아주 작은 전문적 해결 방법에도 큰 변화를 보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아이들 문제 인지, 도움 요청해야
요즘 아이들의 정신적인 스트레스는 어른들의 상상을 초월한다. 현행 교육제도의 입시위주 교육성향과 학부모들의 지나친 교육열로 인한 과도한 학원공부, 핵가족화에 따른 가족관의 혼란 등 아동기와 청소년기 정신건강 문제를 부추기는 중요 요인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을 지켜보는 부모와도 관계가 편안하지 않아 아이들이 속마음을 털어놓을 상대가 거의 없는 경우가 많다.
강동성심병원 정신과 한창환 교수는 “최근 들어 ADHD, 학습장애, 학교부적응 등의 정신건강 문제들이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부각되고 있는데 이는 우울증, 자살, 청소년기의 비행 등 2차적인 질환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어 그 심각성이 있다”며 “정신건강 문제는 조기에 진단하여 치료하면 완치될 수 있어 학부모와 보호자의 이해 아래 선별검사 및 치료를 받는 것이 현명하다”고 말했다.
전문의 찾아 해결 방안 논의
아이들의 문제는 쉽게 간과될 수 있다는 데 그 문제성이 심각하다. ‘사춘기라 그러겠지’ ‘시간이 지나면 나아지겠지’라며 지켜보다가 그 정도가 심각해지면 ‘보고 있자니 미워 죽겠다’ ‘난 포기했어’라며 자포자기하는 심정이 돼 버린다. 하지만 아이들 역시 스스로를 포기하기보다는 나아지기를 간절히 원하고 있음을 부모는 알아야 한다. 아이로서도 해결책이 없는 것이다.
병원을 찾게 되면 우선 아이의 상황에 맞는 여러 검사를 하게 된다. 그 검사 결과에 따라 약물치료나 상담 등 다양한 치료가 이뤄진다.
중3 딸아이의 반항과 폭언, 짜증을 사춘기 증상이라고만 여겼던 최모(45·명일동) 주부. 아이와 함께 청소년 클리닉을 찾았다. 박씨는 “딸아이가 우울의 정도가 심각하다는 것을 알고 많이 놀랐다”며 “의사 선생님께서 아이를 대하는 태도와 말투를 보며 나 스스로 많이 반성하게 됐다”고 말했다. 아이는 석 달 간의 약물치료와 상담치료로 많이 좋아진 상태. 박씨는 “병원을 찾길 정말 잘 했다고 생각한다”며 “아이들의 변화에는 반드시 원인이 있고 좋은 방향으로 해결될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한 교수는 “심각한 스트레스를 경험하지 않아도 우울증을 앓는 많은 청소년들이 있다”며 “우울증에 빠진 청소년들이 화를 잘 내거나 심술궂게 되면 다른 사람들은 그들이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주의를 기울여야 하며 그들이 혼란에 빠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상담만으로도 효과 커
아이들은 자신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상태가 좋아지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많은 아이들이 부모와 함께 자신의 어려움을 호소하며 상담전문센터를 찾고 있다. 김지신아동청소년 상담센터 김지신 소장은 “보통 상담은 아이들과 부모 모두를 대상으로 함께 목표를 정하면서 진행되는데 아이와 부모의 발달적, 정서적, 인지적 특성에 따라 변화를 보이는 속도와 변화 정도에 차이가 있지만 작은 변화들이 쌓여 긍정적인 큰 변화를 보이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또 김 소장은 “어느 가정이든 부모와 자녀의 입장은 다르다”며 “부모, 가족 전체가 아이들을 향해 마음의 문을 먼저 열고 훈계나 지시가 아닌 사랑의 표시와 진지한 격려를 통해 아이와의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고 덧붙였다.
성적상승은 덤
스스로의 문제를 알고 고쳐가는 과정에서 성적상승이 덤으로 따르는 경우가 많다.
한 교수는 “우울증이나 정신건강에 문제가 있는 아이들은 집중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학업에 대한 관심이 줄고 성적저하도 뒤따른다”며 “‘머리가 멍하다’ ‘집중이 안된다’ ‘기억력이 떨어졌다’ 등등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은데 치료와 함께 자연스럽게 학업에 대한 집중과 의욕 또한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소장 역시 “센터에서 불안, 우울, 부모-아동 관계의 문제, 틱, 공격성, 반항 등으로 심리치료를 시작한 아이들의 경우 치료 중반 이후에는 집중력 향상, 충동 조절, 문제해결력 향상, 사회인지 증진 프로그램 등 인지능력 향상을 통해 학업 성취동기와 성적 향상을 돕는 다양한 프로그램 들을 진행하고 있고 그 효과 역시 크다”고 말했다.
박지윤 리포터 dddod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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