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신문이 만난 사람들-윤석이

자식 같은 식물들과 나누는 사랑의 대화

강남 꽃 농원 윤석이 부사장

지역내일 2010-06-04 (수정 2010-06-04 오후 1:59:17)

                   

농원의 문을 여는 순간 신선한 기(氣)가 쏟아져 나와
  올해 봄은 유난히 더디 오고 빨리 갔다. 봄꽃들을 환대하지도 못했는데 그들의 자취가 어느새 묘연해진 것. 그래서일까? 강남 꽃 농원(031-206-9119)에서 봄의 흔적을 찾고는 탄성이 터져 나왔다. 반가운 마음에 여기저기 기웃거리다 농원의 윤석이 부사장과 눈이 딱 마주쳤다. ‘요즘 겨울 동안 잘못된 화분관리로 분갈이를 하러 오는 경우가 많다’는 윤 씨는 그 고객들에게 조그만 봄꽃 화분 한 개 정도는 꼭 권한단다. “겨울에 많이 웅크리고 있었잖아요. 가족이 활짝 핀 새 생명을 바라보며 마음껏 행복하고 기쁨을 누렸으면 해요. 모르는 사이에 그 꽃이 건강을 가져다주죠.” 여러 가지 질병으로 몸이 쇠약했었다는 그녀. 농원 일을 하며 몸도 마음도 건강해진 까닭인지 식물이 주는 신선한 기(氣)에 대한 자랑이 이어진다. 아침에 농원의 문을 열면 가슴이 뚫리는 느낌이 들 정도로 공기가 다르다는 것. 같은 꽃이 피어 있어도 어제의 꽃과는 다르기에 식물과 사랑을 담은 대화가 절로 이루어진단다.  정성을 드린 만큼 쑥쑥 자라나는 그들 덕에 그녀의 얼굴은 누구나 부러워할 막강 동안(童顔)이다. 어디 얼굴뿐이랴, 식물과 하루 종일 함께 하면서 평화주의자인 그들을 닮아 다툼이나 싸움 따위는 남의 일이 돼 버린다.


가는 곳 어디서나 희망을 전해주며, 사랑으로 자라나길
  함께 꽃꽂이를 배우며 식물사랑에 푹 빠져있던 언니 윤석미 사장과 30대에 시작한 농원은 어느새 20년이 지났다. 그 만큼의 세월이 흐르다보니 그녀의 손놀림은 가히 마술이 따로 없다. 시들하고 죽어가는 생명들도 그녀의 손이 닫자 환골탈태, 하나의 작품으로 탄생한다. “감각도 필요한 직업이에요. 이상하게 꽃 하나, 나무 한 그루를 보면 어떻게 해야 멋진 모습으로 바뀔까 스쳐지나가요.” 사람의 얼굴이 다르듯이 같은 꽃 종류라도 색깔과 모양이 제 각각이라고. 그들만의 장점을 살린 꽃바구니가 새롭게 만들어지는 걸 보고 고객들이 만족해할 때, 희열이 찾아든단다.
 윤씨는 농원의 나무, 꽃들을 자식에 비유한다. 내 자식들이 가는 곳에서 사랑 받으며 자랄지 꼼꼼히 챙기는 것이 습관이 돼 버렸다. 그녀는 가정집인지 가게인지, 가게라면 업종은 무엇인지, 놓일 위치는 어딘지 등등을 세심하게 살핀다. 그런 태도에 믿고 다시 찾는 고객은 늘어만 간단다. “간혹 배달이 조금 늦어지면 화를 내는 고객이 있어요. 새 생명을 들여 놓는 일이라 좋은 마음이어야 잘 자랄 수 있는데 그럴 땐 안타깝기도 해요.” 윤 부사장이 가장 신경 쓰는 것은 환자나 무의탁 노인들에게 가는 녀석들이다. 그들의 존재 자체가 희망을 전해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오늘 마음이 답답하다면 신선한 기를 받으며 우울의 찌꺼기를 날려 버릴 농원에 들러보는 건 어떨까


권성미 리포터 kwons02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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