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 시니어가 사는 법

용인 장수황토우렁이캠프장 이영배ㆍ이경자 부부

지역내일 2010-05-31 (수정 2010-05-31 오후 3:51:52)

 “캠핑 가족들의 유쾌한 웃음에 저절로 행복해집니다”

작년 여름, 자연휴양림이 들어서면서 사람들의 발길이 모아지고 있는 용인시 초부리. 그곳을 조금만 빗겨 내려 가다보면 아담한 산골 마을인 갈담리와 왕산리가 나타난다.
마을 초입엔 연한 잎사귀의 보리밭이 물결치듯 살랑이고 좁다란 외길을 따라 올라가면 돌담집에 뭍은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곳.
어디를 둘러봐도 연한 초록색으로 물감 칠을 해논 것 같은 왕산리 작은 마을에 역시나 푸근한 인상으로 사람들을 반기는 노부부가 살고 있다.
맑은 공기 만큼 순박한 마음씨로 도시의 소음을 피해 자연으로 피난(?) 온 캠프 족들을 반겨주는 우렁이캠프장 이영배(73)ㆍ이경자(71)씨 부부다.
“선친이 물려준 논밭에 우렁이 농사를 짓고 식당도 운영하며 한참 재미도 봤었지. 그런데 나이가 더 드니 힘에 부치는 거야. 우리 부부 둘다 70을 넘긴 나이니 여기저기 고장이 날 때가 됐잖아. 그래서 미련 없이 털어 버리고 조용히 살려고 했는데 아들 친구 놈이 아까운 터를 놀리지 말고 캠프 장으로 활용해 보라고 귀띔을 하더군. 그렇게 시작한거야. 뭐 대단한 것도 없이 말이야.”
캠프장 주인 노릇을 하면서부터 주말마다 젊은 가족들이 마당을 가득 메우고 아이들 뛰어 노는 웃음소리에 적막한 마당에 활기가 넘쳐 좋다며 서글서글한 웃음을 날리는 부부. 




서울서 경영학 전공한 인텔리, 용인 고향에 와서 장작 패다
이제는 시골마을 터주대감 행세가 나지만 부부가 용인에 다시금 적을 뒀던 건 불과 십년  안팎이다. 고향의 수재로 통했던 이영배씨는 당시 서울 유명한 공대에 입학할 만큼 머리가 좋았다. 서울 유학을 보낼 만큼 집안 형편도 유복했던지라 별 어려움 없이 대학 공부하고 평탄한 인생을 살아왔다.
제대하고 복학하던 해인 24살에 지금의 아내 이경자씨를 만나 혼인을 하고 40년 가까이 서울에서 살았더란다. 아들 딸 결혼 시키고 나이 60을 넘겨 고향이 그리워졌고 그렇게 부부는 용인으로 다시 귀향. 논밭을 일궈 우렁이를 키우며 또 한 번 폭풍과도 같은 나날들을 겪었다. “우렁이 식당 12년을 하면서 한때는 100~200명씩 손님들을 받기도 했어요. 미처 들어오지 못한 대기 손님만도 100m가 넘곤 했었으니까 짐작이 가실란가. 바쁘고 정신 없는 시간들이었지요. 그런데 지나고 나니 돈을 모은 것도 아니고 몸만 고달프더라고.”
결정적인 계기는 이영배씨 몸에 이상 신호가 온 것. 몸도 추수를 겸 그렇게 10년 넘게 해오던 우렁이 농사와 식당을 접고 캠프 장을 시작한 게 올해 4월이다. 아직 한 달이 채 안된 짧은 시간이지만 주말만 되면 인근에서 몰려온 캠핑 족들에게 마당이 쉬이 접수(?) 당한다.
“워낙 캠핑인구가 늘고 있어서인가 그리고 인터넷이 그만큼 빨라요. 다녀간 사람들이 올려놓은 글들 보고 잘들 찾아오더라고.”
부부는 우렁이를 키우던 농장을 캠핑 가족들을 위한 주말 농장으로 무료로 분양하고 있다.
주로 가까운 분당, 용인, 수지 등지에서 가족 단위로 오는 손님들이 많단다.
“주말에 여기 와서 가족들하고 텃밭도 일구고 텐트 치고 고기 구워먹고 가면 참 좋잖아요. 그래서 농사 일구는 재미로 내어 드렸어요. 주말마다 우리 부부가 적적 했는데 이렇게 사람들이 와서 같이 친해지고 사람 사는 정도 나누니 좋지 뭐. 요즘 사람들은 워낙 뒷정리를 잘해놓고 가니 우리가 할 일은 거의 없어요. 밤에 불 피우라고 장작이나 패는 정도랄까? 하하하.”
이씨 부부는 식당으로 썼던 집을 개조해서 그림같이 예쁜 집을 짓고 주말마다 놀러오는 캠핑 족들과 어울려 재미난 노후를 즐기고 싶다는 소박한 목표를 가지고 있다.
밤이면 풀벌레와 개구리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리는 조용한 산골 마을에서 젊은 가족들의 행복한 웃음소리에 절로 흐뭇하다는 이씨 부부. 캠프장 운영은 이들에게 또 다른 행복 에너지원이었다.
황토 우렁이 캠프장 031-339-5182
권미영 리포터 myk31@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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