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 엄마의 관점에서 ADHD 아이를 바라보았다면, 이번에는 아이의 관점에서 바라보려 한다. ‘엄마를 힘들게 하는 아이’,‘선생님을 화나게 하는 아이’로만 ADHD를 바라볼 것인가! 엄마를 힘들게 하고, 선생님을 화나게 하는 아이의 생각은 어떨까? 문제를 해결하고 아이의 마음을 이해하기 위해 아이의 시점에서 관찰해 보자.
길동이(가명)는 초등학교 2학년 남자아이다. 길동이는 남들과 조금 다른 점이 있다. ADHD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길동이는 아침마다 엄마의 잔소리에 스트레스다. 별로 잘못한 것도 없는데 엄마는 툭하면 화를 내고 소리를 지른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부터 가방 챙기고 밥을 먹으라고 한다. “길동아, 빨리 가방 챙기고 준비해야지!”하는 엄마에게 “네”하고 대답한 후 한참 가방을 챙기다가 장난감이 눈에 띈다. ‘어제 할아버지가 사준 장난감이니 잠깐만 봐야지’하다가 어느새 가방 챙기는 것을 잊는다. 잠시 후 엄마가 또 소리를 지르며 혼을 낸다. 밥을 먹는 동안에도 늦게 먹는다고 밥을 흘린다고 잔소리다. ‘누가 흘리고 싶어서 흘리나!’생각하다가, 엄마의 잔소리에 “알았어”하고 버럭 짜증을 내며 말대답을 한다. 길동이는 엄마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잔소리’이다. 엄마가 화를 내는 이유를 잘 모르겠다. 엄마는 자기 기분이 안 좋으면 괜히 화를 내고 소리부터 지른다.
길동이는 학교 등교길에 이것저것에 관심을 가지다가 또 지각을 했다. 선생님과 지각하지 말기로 약속을 했지만, 문방구 앞을 지나갈 때는 이상하게 아무 생각도 안나고 장난감 구경만 하게 된다. 준비물도 제대로 안 챙겨 선생님에게 구박을 받는다. 어제 알림장을 제대로 안 써와 엄마가 가방을 챙길 때 빠뜨린 것이다. 수업 도중에 손을 꼼지락거리고, 수업에 집중하지 않고 창밖을 바라보다가 선생님에게 걸린다. “길동이, 뭐해? 딴짓 하지 말고 선생님 봐야지.” 길동이에겐 이젠 혼나는 것이 매일 반복되는 일과처럼 느껴진다. 칭찬받는 친구들이 부럽다. ‘나도 다른 친구들처럼 칭찬 받고 싶은데...’하고 생각한다. 매일 같이 선생님에게 지적을 받다보니 선생님이 자기가 미워서 일부러 혼낸다는 생각이 든다. 쉬는 시간, 친구들과 놀고 싶은데 잘 끼워주지 않는다. 친구들도 다 자기를 미워하는 것 같다. 기분이 안 좋고, 학교에 있는 것이 재미없다. 빨리 집에 가고 싶은 생각이 든다.
하지만 집에 오면 엄마는 “왜 이렇게 늦었어” 하며 짜증부터 낸다. ‘엄마’마저도 자기를 미워하는 것 같다. 괜히 동생이 미워져 가만히 있는 동생을 괴롭혀 본다. 동생이 울면, 엄마가 와서 길동이를 야단친다. 아빠도 동생편을 든다. 내편은 하나도 없는 것 같아 외롭다. 저녁에 엄마와 숙제를 하는 시간이 하루 중에 가장 싫은 시간이다. 빨리 끝내고 놀고 싶은데, 숙제는 끝나지 않고 엄마는 계속 화만 낸다. 엄마는 너무 무섭다. 우리 엄마가 아닌 것 같다. 간신히 숙제를 끝내고, 드디어 닌텐도 게임 할 시간이다. 30분만 하기로 했는데, 약속을 안 지키고 계속한다. 엄마는 또 화가 나서 게임기를 빼앗고 혼을 낸다. 길동이는 잔뜩 주눅이 들어 엄마 눈치를 본다. 잠들기 전에 길동이는 ‘이세상은 다 자기를 괴롭히는 사람들만 살고 있어 슬프다’는 생각이 문득 든다.
ADHD 아이들은 주의력이 떨어지고, 주변상황의 인지능력이 부족하다. 자신의 문제행동을 잘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지적을 해도 잘 교정되지 않는다. 주변 사람들을 답답하게 만들고, 화나게 만든다. 혼나고도 왜 혼나는지, 구체적으로 자신이 무슨 잘못을 했는지 모른다. 단지 자신이 혼나는 상황만을 기억하고, 오히려 피해당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많아, 점점 더 방어적이 되고 이기적이 된다. 오랬동안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 세상에 대한 부정적 생각과 자존감 저하로 가족관계나 집단생활에서 각종 어려움을 일으키게 된다. 여기서 부모님들이 알아야 하는 것은 혼내는 것으로는 아이를 변화시키기 힘들다는 것이다. 오히려 장기적으로 역효과를 나타내는 경우가 훨씬 많다. ADHD 아이들은 혼나는 것에는 무뎌져 있다. 반면, 칭찬에는 목말라 있다. ‘칭찬 받을 일을 안한다’, ‘칭찬해도 소용없다’는 말은 하지 말자. 아이의 긍정적인 부분을 찾아보자. 먼저 부모님의 변화부터 시작해보자.
조성일 원장
브레이닝인지학습연구소
희망가득클리닉
정신과 정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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