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 직장인밴드 ‘서프라이즈’(SURPRISE)
“좀 틀리면 어때? 프로도 아닌데… 편하게 연주해요”
음악으로 세대의 벽 허무는 직장인밴드 ‘서프라이즈’
청소년쉼터 후원 공연
공연 시작 전 밴드의 기타 주자인 이천환(한사랑외과 원장)씨가 인사말을 했다. “오늘 이 자리는 청소년들도 다 같이 어울려 살아있음의 즐거움을 만끽하는 자리가 되기를 바란다”고. 한신청소년쉼터 운영위원장이기도 한 이 원장은 이번 공연을 밴드의 상반기 결산공연이자, 쉼터 증축기금마련 후원 공연으로 추진했다. 이날 관객들은 입구에 마련된 모금함에 자유로이 성금을 넣었다.
직장인 밴드 서프라이즈는 ‘자신들이 음악을 즐기고 남에게 즐거움을 나눠주는 것’을 모토로 하는 아마추어 밴드다. 2006년 결성돼 자체 공연은 물론 지역행사에도 수차례 출연했다. 멤버는 8명, 그중 여성이 2명이다. 의사 회사원 개인사업가 학원강사 주부 등 직업도 각각인 20대부터 60대로 구성돼있다.
밴드결성을 주도한 배상석씨(베이스기타)는 서프라이즈가 지향하는 음악에 대해 이렇게 소개한다. “ 우린 ‘질보다 양’이라고 할까요? 음악성은 별로지만 양적으로 소화하는 곳이 70~80곡이나 돼요. 하하. 실력 없는 사람들이지만 매주 빼먹지 않고 연습을 해온 덕분이죠. 거북이 같은 근성을 가지고 있어요.” 배씨의 부인 김인자씨는 피아노전공자로 이 밴드의 키보드 주자다. 배씨는 “음악을 한다는 게 힘든 걸 알게 되니 집사람 내공이 보통이 아니라는 걸 알게 돼 존경하게 됐다”고 했다.
늦더라도 다같이 천천히 …
전호경 씨(기타)도 밴드 초창기 멤버다. 그는 “서로 부족하고 모자란 점을 감싸주고 이해하고 배려해주는 것”이 서프라이즈의 특징이라고 소개한다. 단 한 번도 트러블이 생긴 적이 없었다고. “우리는 한사람이 앞서가는 것도 좋지만 늦더라도 다 같이 조금씩 앞으로 가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처음 무대에 설 때 잘하려는 의욕이 앞섰는데 지금은 좀 틀리면 어때, 프로도 아닌데…, 하며 편안한 마음으로 공연을 하죠.”
보컬을 맡은 나병환 씨는 밴드에 참여한지 10개월 됐다. 허리엔 쇠사슬 장식을 늘어뜨리고 찢어진 청바지를 입고 검은 선글라스를 낀 그는 영락없는 록밴드 보컬의 차림새다. 이날 목감기 때문에 노래가 생각만큼 잘 안 됐다는 나 씨는 다음번엔 더 잘할 자신이 있다고 했다.
밴드의 가장 연장자는 퍼커션주자인 윤형중씨. 64세인 그는 밴드생활로 삶에 활력을 얻는다. 이날 부인이 코디해줬다는 너덜너덜하게 찢긴 청바지를 입고 나온 그는 ‘딜라일라’를 여유롭게 불렀다. 윤씨의 지인들은 그를 한때 명동패션계의 유명인사라고 전했다.
조화롭게 사는 것이 중요해
멤버 중 가장 어린 오아름(26세. 수학강사)는 밴드에 합류하면서 인생을 깨우쳤다. “악기 하나의 소리는 작지만 다 같이 모였을 때 좋은 소리를 내요. 내 소리만 크게 내선 안 되고, 작은 소리 한 가지도 빠져버리면 티가 나죠. 살아가는 일에서도 내가 잘났다 드러내는 것보다 조직 안에서 작은 하나가 되어 열심히 하는 게 중요하단 걸 배우게 돼요.”
구성원이 26세부터 64세까지 있다 보니 세대차도 있고 각각의 생각이 다를 수밖에 없다. 그런 가운데서도 가족 같은 분위기로 어울리는 것이 ‘재산’이라고 이천환 원장은 말한다.
“우리 사회도 서로 다르지만 이해하고 배려하고 양보하면서 조화롭게 살아가는 것이 중요한 거 아닐까요. 정치인들이 자기 당이 아니라고 적대시하고 그런 걸 보면 답답해요.”
이날 서프라이즈 공연은 시작부터 끝까지 화기애애했다. 공연 전, 초저녁부터 시작한 삼겹살 가든파티는 공연 후에도 이어졌고 사람들은 밤이 깊도록 어울려 이야기꽃을 피웠다.
이천환 원장의 이날 공연소감은 이렇다. “우린 허접한 밴드라 창피하지만 재미로 하는 거죠. 아마추어니까, 아마추어 밴드치고는 잘하네, 하는 말로 만족해요. 잘하지는 않지만 조화로움이 주는 맛은 있거든요.”
박순태 리포터 atasi22@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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