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정 제1의 가치 ‘시민 주권’ 회복에 두겠다”
화화청사 매각 전까지는 시민 위한 공간으로 활용 … 성·광·하 통합은 광역시여야
이재명(46) 당선자는 2006년 성남시장 선거, 2008년 국회의원 선거에 이어 세 번째 도전해서 당선했다. 시장에 당선돼 기쁜 것은 “뭔가 변화를 바라는 이들에게 조금이라도 해줄 것이 생겨서”라고 했다. 정치적으로 경제적으로 어느 누구에게도 빚진 것 없기 때문에 오로지 시민만을 위해서 일할 자신이 있다고도 했다. 40대 젊은 시장은 성남을 어떻게 바꿔 놓을까? 지난 9일 (구)시청사 2층에 마련된 인수위원회 사무실에서 민선5기 성남시장 이재명 당선자를 만났다.
-요즘 성남발 뉴스 중 호화 청사 매각이 단연 화제다.
“현재 시청사는 공무용으로 쓰기에는 호화스럽고 낭비적인 요소가 많다. 청사가 있는 여수동 땅 2만2000평, 교통의 요지다. 자산 가치가 6000~7000억 원 정도 되는 금싸라기 땅이다. 같은 규모의 청사를 외곽의 녹지지역에 지을 경우 2000억이면 충분하다. 그러니까 시청사를 그렇게 비싼 땅 위에 기회비용을 지불해가면서 둘 필요가 없는 거다. 청사 매각은 당장은 어렵겠지만 반드시 할 것이다.
그리고 매각 전까지는 시민들의 생활공간으로 되돌려주려고 한다. 요즘 경제가 어려워 맞벌이 하는 가정이 많다. 아이 맡길 곳이 없어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24시간 탁아시설부터 만들고, 교육·문화공간으로 바꿔서 시민들이 많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
인터뷰 후 14일 그는 “성남시청 시장실을 북카페로 만들어 시민에게 돌려주겠다”고 발표했다. 시청사가 매각되기 전까지 시민을 위한 시설로 사용하겠다는 뜻을 보다 구체화 한 것이다. 그는 “현 시장 집무실이 있는 9층은 가장 전망이 좋은 곳으로 성남시의 주인인 시민에게 돌려주는 게 좋다”고 했다.
-청사 매각에 대해 LH공사는 공공용지를 상업용지로 변경하면 특혜 시비가 있을 것이라며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또 당선자의 말대로 7000억이면 요즘 같은 경기불황에 과연 그걸 누가 사느냐 하는 문제가 남는데?
“지난해 지자체 호화 청사 얘기가 계속 언론에 나오니까, 이명박 대통령이 ‘팔든지 뜯어고치라’ 하지 않았나. 거기서 힌트를 얻었다. 대통령이 하라고 해서 하는데, 한나라당, 정부 부처, 경기도가 반대할 이유가 없지 않나?
현재 시청사 하나만 있는 상태에서는 사겠다는 기업이 없을 것이다. 그래서 시청사 부지를 포함해서 그 주변지역을 기업들이 업무상업시설 용도로 쓸 수 있도록 도시계획을 변경을 해줘야 한다. 이는 TF팀을 만들어서 추진할 것이다.
특혜 시비가 있을 수 있다고 하는데, 도대체 특혜의 개념이 뭔지나 아는 사람들인지 모르겠다. 모든 사람이 누릴 권리를 특정인이 갖도록 하는 게 특혜 아닌가. 제가 하려는 것은 ‘보혜’, 성남의 보통 사람들이 보편적으로 누릴 권리를 갖게 하려는 것이다.”
-성남시립병원 건립을 약속했다. 적자가 날 것이라며 반대하는 의견도 많다.
“1조 원짜리 분당중앙공원 유지비가 한해 100억 원씩 들어간다. 연간 100억 유지비가 들어가는 공원은 되고, 2000억 원 투자해서 연간 30억 원 적자가 예상되는 공공의료서비스는 안 된다는 게 말이 되나?
설립만 하면 매년 50만 명 이상 이용할 수 있다. 사람이 병이 나면 치료를 해야지, 거기에 왜 수익구조를 따지는가. 의료는 사람이 생존하기 위한 최소 조건이다. 이건 공공 영역에서 담당하는 게 맞다. 공무원의 시각 말고 시민의 입장에서 바라보면 문제는 해결된다. 결국은 마인드의 문제요, 우선순위를 어디에 두느냐 하는 문제다.”
-한나라당 텃밭 분당에서도 표를 많이 얻었다. 분당 리모델링과 관련해 시민들이 당선자에게 거는 기대가 큰 것 같다.
“분당 아파트는 20년이 다 돼 배관도 낡고 주민들이 불편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리모델링을 해서 세대수도 늘리고 용적률도 높일 수 있는 법률 개정안이 민주당 안으로 해서 국회에 올라가 있다. 제가 제안한 거다. 리모델링 지원 기금도 축적해 나가고, 철거 재개발과 달리 자기 돈을 내야 하니까 금융 지원도 받을 수 있게 하겠다. 전국에서 아파트 리모델링의 첫 수범사례로 평가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 이를 위해 분당 리모델링 전담 지원팀도 만들 계획이다.”
이재명 당선자는 이 대목에서 ‘개발행정 자치주권’에 대해 길게 설명했다. “성남 개발 이익은 모두 성남 시민들을 위해 써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판교신도시가 조성된 것이 지방자치가 시작된 이후의 개발이었음에도 불구하고 18.7% 이익만 남기고 중앙정부가 모두 가져가 버린 건 말도 안 된다”며 목청을 높였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위례신도시 사업권을 획득해 개발이익의 일부를 본 시가지 재개발을 비롯해 분당 리모델링, 판교 기반시설 투자, 복지예산에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수정·중원구 주거환경 개선사업의 경우 재정착률 15% 수준인 재개발 방식이 아닌 공동체가 깨지지 않는 방향으로 주민들의 의사를 충분히 반영하면서 해나가겠다고 했다.
-당선자 구상대로 하려면 안팎의 도움이 많이 필요할 듯하다.
“대통령은 당선되고 나서는 모든 사람의 대통령이어야 하듯, 시장 역시 모든 시민의 시장이어야 한다. 제가 약속한 공약을 실천하고 시정을 제대로 운영하려면 한나라당의 도움도 필요하다. 열린 마인드로 다양한 의견을 들을 것이다. 시정계획 위원회에 한나라당 인사도 참여시킬 것이다. 성남시의 각종 사업에는 경기도와 연계해 진행하는 게 많다. 당선되고 나서 김문수 도지사에게 전화해서 많이 도와달라고 했다.”
-선거 기간 중 내일신문과의 인터뷰에서 6·2지방선거는 졸속통합에 대한 심판이 될 것이라고 했다. 성남, 광주, 하남 통합에 대한 입장은 무엇인가.
“시민이 합의를 하면 광역시로 통합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광역시로 통합되면 분당, 수정, 중원, 광주, 하남은 자치권을 행사할 수 있고, 통합예산이 늘어나 예산문제로 지역주민간에 다툼이 생기지 않는다. 기초단체 통합은 장기적으로는 광역단체로의 재편성이 대세이기 때문에 주체적으로 준비할 필요가 있다.”
-인사가 만사라는 말이 있다. 당선자의 인사원칙은 무엇인가.
“며칠 전에는 아는 분이 공무원 중 천거하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서 전화를 했다. 그래서 그 공무원의 이름을 말하는 순간 나에게 아주 나쁜 이미지를 심어주게 되니, 그 사람을 도와주고 싶다면 이름을 말하지 말라고 했다. 저는 줄 대기 하는 사람 좋게 안 본다.
공무원의 존재 이유는 시민을 위해 봉사하는 데 있다. 제 인사의 첫 번째 원칙은 시민이 시정의 주인임을 자각하고 있는 사람, 시민이 주인임을 증명해 나가는 진짜 지방자치를 만들고자 하는 사람은 중용한다는 것이다. 그 다음이 성실성, 세 번째가 능력이다.
저를 비롯해 시민들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은 사람들은 낮은 자세로 일해야 한다. 이제는 새로운 시대다. 성남 시민의 주권 회복, 4년 동안 반드시 실현하겠다.”
신민경 기자 mksh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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