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사업도 반대 … 영산강 시범사업 절충안 제시, 일자리 만드는 데 주력 … 엑스포 주거단지는 반대
[당선자에게 듣는다] 염홍철 대전시장 당선자
“세종시 수정안 대통령이 직접 철회해야”
염홍철 대전시장 당선자는 2006년 지방선거에서 낙선한 후 보낸 4년을 이렇게 설명했다. 이번 선거에서 재기에 성공한 그는 이 4년을 또한 ‘준비의 기간’ ‘충전의 시간’이었다고 했다.
염 당선자는 관선과 민선3기 두 차례나 대전시장을 지냈다. 하지만 2006년 선거에서 당시 정무부시장으로 함께 일하던 박성효 현 시장에게 석패하는 시련을 겪었다. 하지만 4년 만에 치러진 리턴매치에서 박 시장을 이기고 3번째 대전 시정을 맡게 됐다.
취임을 앞둔 그는 ‘소통과 화합’을 화두로 제시했다. 세종시나 4대강 사업에서 보여준 소통부재를 이번 선거에서 한나라당이 패한 가장 큰 이유로 들었고, 선거 기간 빚어졌던 갈등과 오해 역시 화합을 통해 풀겠다는 의지다.
- 이번 선거 결과를 어떻게 평가하나.
한나라당이 장악한 중앙과 지방정부에 대한 부정적 평가가 이번 선거에 반영된 것 같다. 세종시 수정, 4대강 사업 강행, 수도권 위주 국정운영 등 ‘소통 부재’가 부정적 평가의 이유였다. 새로운 성장동력을 만들지 못한 대전 시정에 대한 평가도 반영됐다고 생각한다.
- 선거 결과를 예상했었나.
1년 전부터 언론사들이 진행한 30여 차례의 여론조사에서 한 번도 1위 자리를 안 빼앗겼다. 차이는 있었지만 10~15% 수준의 우위를 지켰다. 여론조사를 100% 신뢰할 수는 없지만 이런 추세라면 무난히 이길 것으로 예상했다. 선거 막판 박성효 현 시장과의 지지도 차이가 좁혀졌다는 말이 나오긴 했지만 선거기간 유권자들을 만나 변화를 요구하는 그들의 마음을 확인했기 때문에 자신감을 잃지는 않았다.
- 선거의 첫 화두는 세종시 수정 논란이었다. 선거 이후 정치권에서 국회표결로 가닥이 잡혔는데.
이번 선거는 세종시 선거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세종시 원안 사수를 원하는 충청 유권자들의 표심이 얼마나 강한지를 여실히 보여줬다. 결국 정부와 한나라당도 국회 표결로 처리하겠다며 물러섰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정부에 화가 나 있는 충청인들과 화해를 위해서는 대통령과 정부가 손수 수정안을 철회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국회에 공을 넘기는 것은 지나치게 형식 논리에 빠진 것이다. 그동안에는 국회의 순수한 결정에 영향력을 행사하려 했었다는 반문도 낳게 한다.
- 4대강 사업에 대해서도 반대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안다.
4대강 사업은 원칙적으로 반대다. 전문가들이 생태계 파괴 우려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고, 국민적 합의도 없었다. 밀어붙이기식 사업집행은 심각한 후유증만 남겼다. 정부가 굳이 4대강 사업을 하겠다면 영산강에 대해 시범적으로 시행해 보고 그 결과에 따라 폐기할 건지 나머지 강에서도 사업을 할 건지 결정하면 좋겠다. 정부가 소통하고 타협하는 모습을 보였으면 한다.
- 대전에서도 갑천·유등천·대전천 3대하천사업도 4대강 사업으로 추진되고 있는데.
대전은 금강 본류가 아닌 3대 하천에서 정비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4대강의 예산을 투입하긴 하지만 4대강 사업과의 차이는 있다. 굳이 반대하지는 않는다. 사실 3대하천 정비사업 계획은 제가 시장으로 일했던 2005년 마련된 것이다. 친수공간을 위한 정비사업이다. 다만 환경파괴 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만큼 생태계 파괴로 이어지지 않도록 정부와 긴밀하게 협의해 나가겠다.
- 3000만그루 나무심기, 자전거 정책 등 박성효 시장의 중요 정책에 대해 강하게 비판해왔다.
이들 사업에 대해서 원칙적으로 찬성한다. 다만 방법론상의 문제를 제기했던 것이다. 나무를 심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도심에 비싼 나무를 심는 등 전시행정으로 흐른 데 문제가 있다. 중앙분리대에 무리하게 나무를 심어 교통흐름을 방해하고 안전사고 위험까지 키운 것도 문제다. 자전거도로 역시 위험하고 이용률도 저조하다. 시민들이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수정·보완해 나갈 계획이다.
- 엑스포과학공원 활성화 방법에서도 변화가 예상되는데.
최근 엑스포과학공원 재창조 사업자 공모가 참여 업체가 없어 무산됐다. 예견된 일이다. PF방식의 사업은 투자자의 이익을 보장해줘야 하는데, 아파트 분양 없이는 불가능하다. 하지만 이는 동의할 수 없는 일이다. 원칙은 시설물 확대보다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 사람들이 모여들 수 있는 방안을 찾는 것이다. 이를 위해 연구개발특구 기관들과도 기술적 공조를 확대해 나가겠다.
- 최근 동구의 신청사 건립공사가 중단되는 일이 생겼다. 해결책이 없어 대전시만 바라고는 형국인데.
아직 구체적인 내용을 파악하지는 못했다. 다만 대전시정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만큼 면밀히 검토해 동구와 해결방법을 함께 찾겠다.
- 취임 후 가장 먼저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인가.
우선 일자리를 만드는 데 주력할 생각이다. 그래서 정무특보 자리를 없애고 일자리특보를 새로 설치하려 한다. 대규모 국책사업을 우리가 기획한 뒤 정부로부터 예산을 따오는 방안도 마련하겠다. (공약한 데로) 의료관광, 명품축제, 호수공원, 사이언스타워 등 사람들을 대전으로 끌어들일 수 있는 사업들이 필요하다. (일부에서 제기되고 있는) 공약의 적정성에 대해서는 공약실행위원회를 가동해 대전시 공무원들과 함께 검토하고 있다. 조만간 구체적인 실행 계획을 내놓을 것이다.
도시철도 2·3호선 건설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우선 기종이 문제다. 정부는 경전철을 권장하고 있고 저는 지하철을 하자고 했다. 아직 많은 문제를 안고 있는 경전설을 초기 단계부터 수용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사업타당성 등을 고려해 정부와 협의하고 기종 등을 수정할 수 있다.
- 소속 정당인 자유선진당이 위기라는 인식이 많다.
지금 상황에서 당의 진로나 이회창 대표의 행보 등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당장은 대전시장으로서 행정가의 행보에 주력하고 싶다.
- 대전 시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나.
민선5기 대전시장으로 취임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소통과 화합’이다. 소통의 리더십을 통해 시민이 정책을 이해하고 정책결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제도를 마련하려고 한다. 공무원은 물론 시민들 간 화합을 위해서도 노력할 것이다. 선거 기간 보내준 뜨거운 성원에 일로 보답하는 시장이 되도록 노력하겠다.
대담 김종필 전국본부장
정리 김신일 기자 ddhn21@naeil.com
염홍철 당선자는
- 충남 논산 출생(66세)
- 대전공고,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졸업
- 경남대 교수 및 북한대학원장
- 대통령 정무비서관
- 한국공항공단 이사장
- 한밭대 총장
- 대전광역시장(관선, 민선3기)
- 중소기업특별위원회 위원장(장관급)
염홍철 당선자 주요 공약
세종시 원안 추진
첨단의료·웰빙복합단지 건설
세계 최대 와인축제 개최
충남도청 부지를 활용한 한밭 문화예술복합단지 조성
중앙로 재창조 사업 추진
영·유아 교육을 의무교육 수준으로 확대 지원
대전관광마케팅공사 설립
대전복지재단 설립
대전도시철도 2·3호선 조속 건설
갑천수계와 연계한 호수공원 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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