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와 자연이 숨 쉬는 곳 - 강화도
항쟁의 역사가 고요히 담긴 아름다운 섬
강화역사관 광성보 덕진진 초지진 고인돌 석문도까지 볼거리 풍성
강화역사관
항쟁의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있는 강화도. 초등학생 아이를 둔 가정이라면 가족여행지로 적극 추천한다. 고대국가부터 조선말기 근대화 과정까지 우리나라 역사의 산실인 강화도는 가는 곳마다 역사교육의 현장이다.
부산에서 가기에 조금은 부담스러운 코스지만 먼 만큼 마음은 설렌다. 부산역에서 기차를 타고 서울역에 도착해 렌트카를 이용해 강화도로 향했다. 48번 국도를 타고 강화대교를 건너 드디어 역사의 고장 강화도에 당도했다. 섬이라고 하기엔 산이 깊고 들판도 넓다. 자연의 풍요로움이 물씬 풍기는 고장이다.
광성보의 대포
강화역사관에서 전체적인 역사를 먼저 배우고
강화도로 들어가려면 강화초지대교와 강화대교를 이용해야 한다. 강화초지대교를 이용하면 진입 직후 우회전을 해서 광성보를 지나 강화역사관으로 갈 수 있다. 강화대교로 진입하면 좌회전해서 강화역사관을 먼저 보고 광성보 덕진진 초지진 고인돌 순서로 이동할 수 있다. 강화역사관에 제일 먼저 가서 전체적인 강화도의 역사를 익힌 후 여행을 하면 아이들이 현장과 역사를 잘 연결할 수 있어 좋다.
강화역사관은 강화군의 역사와 문화를 알리고 호국정신을 기리기 위해 1988년 개관되었다. 4개의 전시실은 선사시대부터 통일신라, 고려, 조선시대로 구성되어 있다. 지석묘와 청동기시대의 생활상, 팔만대장경 제작과정, 강화에서 출도 된 유물들이 전시 되어있다. 또 조선시대 선정을 베푼 관리들의 비석이 많이 있는데 인상적인 풍경이다.
역사적인 사실과 지역이 잘 소개되어 있어 빨리 이동하여 역사의 현장으로 직접 가고 싶은 마음이 절로 인다. 작은 규모지만 우리 나라 전체 역사를 훑어 볼 수 있는 알찬 역사관이다.
오상리고인돌
정다운 산책길에 담긴 항쟁의 광성보
강화역사관을 나와 남쪽으로 바닷길을 따라 달리면 광성보를 만날 수 있다. 신미양요 때 가장 격렬했던 격정지로 1871년 4월 24일 미국의 로저스가 통상을 요구하며 아세아 함대를 이끌고 1230명 병력으로 침공하였다고 한다.
열세한 무기로 용감하게 싸우다 순국한 용사들의 함성이 묻힌 이곳에 지금은 평화롭고 아름다운 풍경만이 남아 있다. 산책을 하기 좋은 코스라 가족 단위의 나들이객이 많다.
당시 사용했던 대포와 소포 그리고 불량기도 직접 볼 수 있다. 불량기는 임진왜란을 계기로 널리 사용된 화승포로 5~9개의 자포를 결합하여 연속적으로 사격할 수 있는 화기이다. 아이들이 무척 흥미롭게 구경하며 기념사진을 찍는다.
석문도의 문지기 갈매기 떼
격전의 흔적이 남아 있는 요새들
광성보에서 조금만 더 내려오면 덕진진을 만난다. 조선시대 강화해협을 지키는 외성의 요충지였다. 거기서 조금만 더 내려가면 초지진이 있다. 조선효종 때 구축한 요새로 병인양요, 신미양요, 일본군함 운양호 침공 등 근세 외침에 줄기차게 싸운 격전지이다. 지금도 노송과 성벽에는 당시의 포탄자국이 남아있고 초지진 내에는 조선군이 사용하던 대포가 전시 되어 있다.
석문도의 맛, 꽃게탕
유네스코에 등록된 고인돌군
강화도 여행에서 절대 빠질 수 없는 것이 강화군 하점면 부근리에 있는 고인돌 구경이다. 초지진에서 지방도와 군도를 이용해 다시 북으로 올라와야 하는데 표지판을 보고 찾기는 힘이 든다. 네비게이션을 이용해 빠르게 찾을 수 있었다.
거대한 북방식 지석묘로 덮개 돌의 길이가 6.4m, 폭의 길이가 5.2m이며 2개의 지석이 받치고 있다. 2000년 12월 유네스코에 등록되어 학술적인 가지가 높이 평가 되고 있다고 한다.
오상리고인돌은 찾아가는 길이 너무 초라해 처음에는 조금 실망했다. 그러나 막상 도착해 오묘한 고인돌을 직접 대하니 새삼 시간의 흐름이 온몸으로 느껴져 감탄이 나왔다. 책에서만 보던 고인돌을 직접 본다는 사실만으로도 아이들은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했다.
선정을 베푼 관리들의 비석
갈매기 떼 묘기가 일품인 석문도
강화도에는 갈 곳이 너무도 많다. 고려궁지, 화문석문화관, 강화갯벌센터, 강화평화전망대 등 시간이 부족해 어쩔 수 없이 선택을 해야 했다.
일단 역사공부는 많이 했으니 이제 강화의 자연을 더욱 물씬 느낄 수 있는 석문도를 향했다. 강화대교 반대편에 있는 석문도는 30분 간격으로 들어가는 배가 있다는데 차를 싣고 들어간다.
석문도의 장관은 배에서 만나는 갈매기 떼이다. 꼭 새우깡을 준비해 배에 타자마자 차에서 내려 2층으로 올라가 자리를 잡아야 한다. 배가 출발함과 동시에 갈매기 떼가 배 주위로 몰려 든다. 새우깡을 받아먹는 갈매기들의 실력이 대단하다. 마치 이런 관광을 위해 어디서 훈련이라도 받은 듯 멋진 포즈를 선사하기도 한다. 먹잇감을 들고 있는 사람과 시선을 맞추며 날아가는 갈매기도 있다. 허공에서 새우깡을 정확하게 받아먹다 반이 잘리면 그 옆에 갈매기가 나머지를 정확하게 받아 먹는 풍경에 감탄이 절로 나온다.
재미있는 것은 석문도 갈매기가 새우깡에 완전 중독된 것이다. 다른 먹이는 잘 먹지 않았다. 한편으로는 씁쓸한 마음이다. 관광객에 의해 생존의 방식을 바꾼 갈매기의 모습에서 현대인의 삶을 발견하는 듯하다.
석문도에서는 꼭 꽃게탕을 먹어야 한다. 그 어디서도 맛 볼 수 없는 들큰한 꽃게탕의 진수를 만날 수 있다.
하루 코스로 끝내기에는 자연이 좋은 강화도라 갯벌이 내려다 보이는 숙소에서 하룻밤을 보냈다. 밤새 개구리 소리가 천지에 진동한다. 도심에서는 상상할 수도 없는 하늘과 땅을 울리는 개구리들의 합창! 무척 큰 소리였지만 전혀 싫지 않은 자연의 소리였다. 개구리소리를 자장가 삼아 섬마을의 밤은 깊어만 갔다.
김부경 리포터 thebluemail@hanmail.net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