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백나무 숲길에서 푸른 바다를 만나네

거제 해금강 우제봉

지역내일 2010-06-09

우리동네 백배즐기기 - 해금강 우제봉


환상적인 동백나무 숲 길
사자바위, 대소병도대가 한눈에
 
 한려해상국립공원의 해금강, 금강산처럼 아름답다해서 붙여진 이름. 오늘은 고현에서 출발해 아주동 메타세콰이어 길을 지나 해금강으로 간다. 여름을 알리는 메타세콰이어는 푸르름에 눈이 시리다.
 해금강 우제봉은 해금강호텔 오른쪽 오솔길에서 시작한다. 0.9km되는 능선길로 걸어서 왕복 1시간 30분 걸렸다.
 해금강호텔을 뒤로하자 텔레비전에서 애국가가 나올 때 일출장면이 나온다는 해금강 명승2호인 사자바위가 한 눈에 보인다. 바닷물을 뚫고 포효하는 그 모습이 용맹스럽다. 사자바위 주위로 상춘객을 태운 유람선이 점처럼 떠있다.
 우제봉 탐방로는 한려해상국립공원 자원보존지구로 식물다양성이 풍부하고 자연생태계가 원시성을 지니고 있다한다. 나뭇잎과 솔망울이 푹신한 융단을 되어주는 오솔길 둘레를 수백년은 된 듯한 동백나무가 싸고 있는데 마치 동굴 같다. 초여름 강한 햇빛을 가려 땀을 닦아준다. 절벽 아래로 들리는 파도소리가 어찌나 크게 들리던지 마치 장대비가 퍼붓는 것 같다. 거기다 동백나무 잎을 차례로 쓸며 나는 바람소리까지 더해져서 낯선 분위기를 만든다. 이 동굴을 빠져나가면 다른 시공간에 도달할 것만 같다. 이육사 시 ‘광야’에 나오는 ‘까마득한 날에 하늘이 처음 열리고 어데 닭 우는 소리 들렸으랴’의 광야인 듯 시간을 초월한 원시성 때문이리라.
 정상에 다가갈수록 동백나무는 줄어들고 시야가 트인다. 넓은 바다에 대소병대도가 떠 있다. 해와 달이 되었다는 오누이처럼 바위섬이 사이좋게 바다에 떠 있다. 곡예를 하듯 절벽에서 자라는 해송은 기상을 뽐낸다. 파도는 절벽에 부딪혀 깨알 같은 포말을 이룬다. 바다는 햇빛에 반사 돼 반짝반짝 보석처럼 빛난다.  


원시성 지닌 자연생태계


 기우제를 지내기도 했다는 우제봉 정상을 두고 철제로 만든 계단이 있다. 가파른 계단을 조심스레 오르는데 별안간 군인이 나와 진입을 막는다. 군사지역이란다. 옛날 서복이 진시황의 특명으로 불로초를 구하러 왔다가 들렀다가 ‘서불과차’라 새겨놓았다는 절벽을 늠름한 군인이 지키고 있다니 묘한 기분이 들었다.
 돌아오는 길은 좀 더 여유가 생긴다. 키 큰 나무들 사이로 옹기종이 피어있는 꽃들이며 고사리처럼 보이는 작은 풀들도 애정 어린 눈으로 바라본다. 이럴 때 야생꽃 하나 식별해내지 못하는 부족함이 원망스럽다. 들꽃, 풀도 자세히 보면 차이점이 있고 이름이 있을진데 알지 못하니 탐방의 즐거움이 덜하다. 그러나 어떠랴. 산새는 목청껏 객을 맞이하고 객은 마음으로 화답하니 그것으로 족하다.
 우제봉은 바람의 언덕이나 신선대보다 덜 알려진 탓인지 사람의 발길이 뜸했다. 덕분에 탄성을 자아내는 멋진 섬과 나무와 꽃과 내가 있었다.
김경옥 리포터 oxygen08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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