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 시니어가 사는 법

용인문화원 부설 규방문화연구소 변인자 소장

지역내일 2010-06-07 (수정 2010-06-07 오후 3:59:24)

손바느질이 주는 매력에 빠져보실래요?

용인의 전통문화를 알리고 보급하기 위해 만들어진 용인문화원. 올해 초 이곳에 연한 물감이 든 천연 직물로 보자기와 공예 작품을 만들고 연구하는 규방문화연구소가 터를 잡았다. 조금은 이례적인 이 일의 중심에는 변인자(53·용인 마평동) 규방문화연구소장이 있다.
올해로 규방공예 강의경력 10년, 조금 더 거슬러 올라가면 규방공예와는 13년 전부터 인연을 맺어왔다.
지금이야 규방문화연구소장이라는 다소 거창한(?) 명패를 앞에 두고 있지만 지극히 평범한 주부로 살아온 햇수가 두서너 배쯤은 더 된다. 용인으로 시집와 20년 가까이 아이 키우고 남편 내조하며 평범하게 살았던 터이다.
“어느 날 신문에서 규방이라는 단어를 우연히 보고 그야말로 확~ 꽂혔어요. 당시만 해도 규방공예라는 말이 생소하던 시절인데 단어만 듣고도 무작정 가슴이 떨려왔죠. 그 길로 인사동이며 어디며 찾아다니며 배웠어요.”
그렇게 규방공예와 접하며 마치 전생에 규방에 있었던 것처럼 자유롭고 편안했다던 변인자 소장. 지금까지도 ‘규방’, ‘오색실’이라는 단어만 들어도 가슴이 떨린다니 사랑이 깊긴 깊은가 보다.

‘규방’이라는 단어, 가슴에 와 꽂히다
변인자 소장은 규방공예를 시작하며 갑상선암으로 힘들었던 시절도, 몸이 힘들어 마음에 왔던 우울증도 가벼이 넘길 수 있었다고 고백한다. 천과 실을 잡으면 날이 새는 줄 모르는 무서운 몰입력 덕분이었다. 그녀가 말하는 규방공예의 매력은 무엇일까?
“전에는 이것저것 배우고 싫증 내고, 또 다른 것 기웃거리다 포기하곤 했어요. 그런데 규방 공예는 질리지 않더라고요. 성격이 급해서 포장지도 아무렇게나 풀어버리는 성격인데 나하고 맞는 코드를 찾아서인가 성격도 차분해지고 집중력도 생기고요.”
그렇게 규방공예에 빠져 배움이 깊어지다 보니 자연스레 강사과정도 밟았다. 별다른 욕심이나 직업이 될 거한 생각도 못했다. 그저 배움이 좋았고 그렇게 우연찮게 시작한 강사일이 작은 연결고리들이 되어 오늘에 이르게 되었단다.
“전통이라는 말이 어딘지 촌스러워 보이죠. 그런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원색의 조화가 친근감을 준답니다. 감침질은 느리고 꼼꼼히 이어가야 하죠. 잠깐만 딴생각을 해도 바늘땀이 비뚤어져요. 생각을 모으고 집중해서 한 땀 한 땀 떠가는 바느질의 매력은 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를거예요. 은근히 중독성이 있어요.” 
그래서일까. 외롭고 우울감을 느끼는 사람들에게 규방공예는 치료에도 도움이 된단다.
“나쁜 맘을 먹고 바느질을 하면 땀이 틀려져요. 취미가 비슷한 사람들끼리 모여서 바느질하면서 서로 공감하고 위로받고 하면서 우리끼리는 어떤 기운을 만들어내지요.”
그렇게 좋아서, 미쳐서 해온 일이 변인자 소장에게는 새로운 직업을 만들어 줘 방송국 출연도 할 만큼 인지도를 높여주었다. 또 7년째 운영하고 있는 자신의 블로그 ‘해인규방’이 블로거들 사이에 입소문을 타면서 더욱 유명세를 부추겨 주었다.

‘해인규방’ 파워 블로그로 업 되다
“규방공예는 100% 손으로 하는 작업이고 개인의 아이디어가 녹아나는 작품이라 쉽게 오픈하려고 하지 않아요. 그래서 더욱 대중화가 안 되고 있는 것 같아요. 저는 블로그 운영을 하면서 제가 만든 작품이나 재료, 기법들을 모두 오픈하고 있어요. 더러는 무단도용으로 낭패를 당하기도 했지만 규방을 널리 알리고 또 그래야 제가 더 발전한다는 마음은 변하지 않아요.”
그렇게 하나하나 정성으로 만든 작품들을 모아 논 블로그는 변인자 소장의 아름다운 작품과  글 솜씨가 더해져 파워 블로그로 명성을 유지하고 있다.
“올해 안에는 저의 호를 따서 만든 해인회(규방공예연구회)를 발족하려고 합니다. 좀더 많은 사람들에게 우리 고유의 규방문화와 공예를 알리는 게 저의 사명이라 생각해서요. 손바느질의 매력에 같이 빠져보실래요?”
권미영 리포터 myk31@paran.com

규방공예란?
규방공예는 조선시대 엄격한 유교사회 사회적 활동이 제한 되었던 양반집 규수들의 생활공간이던 규방에서 생성된 공예 장르다. 규방에 모인 여인들이 침선(바느질)을 통해 다양한 생활용품을 만들던 것에서 비롯되었다. 천연의 색으로 물들인 원단을 사용하여 한복과 이불을 만들고, 남은 조각들로 보자기, 주머니, 바늘집 등의 소품을 만들었다. 보자기의 한 종류인 조각보는 규방공예의 대표적인 작품. 조각 천을 활용하여 기하학적이고 창의적인 패턴의 멋스러운 디자인을 생활 속에 활용하고 예물용이나 장식용으로 많이 제작하고 있다.
규방공예는 천연염색, 침선(바느질), 매듭, 자수가 총체적으로 어우러지면서 매 작품이 이 세상 딱 하나뿐인 규방공예 명품으로 탄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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