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투한지 9년, 운동량 많은 게 매력
약속시간에 관산초 운동장에 도착했다. 운동장 한편에 횡대로 서서 정리운동을 하는 아이들이 보였다. 하나, 둘, 셋, 넷, 아이들의 구령소리가 운동장에 신선하게 울려퍼졌다. 그 아이들 앞에 호루라기를 목에 걸고 서 있는 이, 바로 이훈재 교사였다.
초등학교 교사가 프로 권투를 한다는 것이 좀 신기하다. 하지만 그가 체육을 전공한 교사라고 하면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든다. 그는 체육교사가 되려고 경기대 체대에 진학, 졸업 후 다시 경인교대에 편입해 졸업했다. 올해로 체육전담교사 4년째, 초등생을 가르치는 일이 무척 즐겁고 보람 있는 일로 여기고 있다.
권투를 한지는 9년 됐다. 경기대 체대 다니던 시절 체육관에서 아르바이트를 한 것이 계기. 한가한 시간에 권투를 배우고 연습을 하다가 권투의 매력에 빠지게 됐다.
“권투란 게 운동량이 많은 종목이에요. 줄넘기하고 샌드백을 치고 땀을 많이 흘리다보면 스트레스, 공격성이 말끔히 해소되고 체중조절도 되지요.”
프로전적 2전1승1패
2005년, 28세 때는 프로테스트에 합격했다. 지난해 1월에는 신인왕전에 출전 프로데뷔전을 치렀는데 패배했다. “데뷔전 이전에 여러 가지 안 좋은 일이 겹쳤어요. 그런 일들을 떨치고 싶은 마음에 4주만에 체중을 8kg 줄여 첫 시합을 가졌죠. 시합에 지는 바람에 더 힘들 줄 알았는데 언론에 보도되면서 주위의 격려를 많이 받았어요. 오히려 힘이 생기더군요.” 올해 1월에 신인왕전이 있을 거라 생각하고 지난해 11월부터 체계적으로 준비했다. 본격적으로 체중을 빼고 연습을 했는데 1월에 신인왕전이 안 열렸다. 결과적으로 4월말에 치른 시합까지 준비기간이 길어 체중 10kg을 빼는 데도 무리가 없었고 연습을 많이 해 온 것이 수월하게 첫승을 거둔 비결이다.
시합 후면 몸살 앓아
“쉬운 경기가 없어요. 훈련 때는 많이 사용하던 기술이 링에 올라가면 마음대로 되지를 않아요. 세계챔피언이 하나의 기술을 사용하는 데는 수천, 수만 번을 사용해왔기 때문이란 것을 알게 되죠.” 시합이 끝나면 몸살을 앓는다. 경기하면서 많이 맞아서가 아니라 시합 준비하면서 가졌던 긴장감이 풀리면서 앓게 된단다. 권투란 게 기본적으로 달리기 줄넘기 등 평소 체력단련이 훈련이 되기 때문에 수업도 연습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체육전담교사의 장점이다. 시합을 앞두면 아침에 수영 후 자전거를 타고 출근해 체육수업을 하는 식으로 평소 운동량을 조금 늘리고 퇴근 후에는 체육관에서 훈련을 한다. 선생님이 권투선수란 걸 신기해하며 권투 가르쳐달라고 하는 아이들도 생겼다.
이 교사의 꿈은 첫째가 훌륭한 교사, 둘째가 훌륭한 복서가 되는 것이란다. 그는 아이들에게 운동으로 희망을 심어주고 싶다고 했다. “제가 어릴 때 뭘 잘 하는 아이가 아니었어요. 성실했지만 수줍음도 많아 눈에 잘 띄지 않았거든요. 공부를 못하거나 운동을 못한다고 주눅 든 아이들이 있다면 제 경험을 토대로 누구든 꿈을 가지고 노력하면 이룰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요.”
박순태 리포터 atasi22@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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