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나들이 이 곳
연둣빛으로 아름답게 수놓아져 있는 내원사
시원한 계곡에서 푸짐한 점심 공양과 차(茶)한 잔의 여유
푸짐한 노전암 점심 공양
노전암 전경
봄이라 하기에는 따가운 햇살이었다. 너무 더워지기 전에 부담 없이 걸어보자며 찾은 곳은 양산에 있는 내원사. 내원사는 천성산 아래 시원스레 펼쳐진 계곡과 비구니스님들이 수행하는 사찰로 유명한 곳이다. 부산에서 정속도로 가도 40분 정도면 충분한 거리라 가족들과 나들이하기에도 안성맞춤인 장소다.
빛깔 고운 불두화
내원사 전경
넉넉한 인심에 다시 찾게 되는 노전암
노전암으로 가는 길은 거의 평지라 걷기에 딱 좋았다. 내원사를 택한 이유 중에는 노전암의 점심 공양도 한몫했다. 일반 절의 소박한 점심 공양보다 반찬이 더 다양하다는 친구의 말에 솔깃해 암자로 가는 내내 즐거웠다.
친구는 노전암에 계신 능인 스님의 푸짐한 밥상이 시작된 데는 남다른 계기가 있다고 했다. 이야기는 1970년대 중반쯤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절 뒤편으로 등산을 나선 등산객 3명이 사흘 동안 굶으며 산중을 헤매다가 노전암으로 왔대. 이들을 위해 스님이 정성껏 밥상을 차려 주신거지. 그리고 10년쯤 뒤엔가 한 중년 여자가 꿀 한 통을 들고 절집을 찾아온 거야. 남편이 조난을 당했다가 노전암에서 밥을 얻어먹었는데 두고두고 고마워서 늦게나마 찾아왔고 했지. 그 뒤로 스님은 절을 찾는 사람들에게 푸짐한 점심 공양을 시작하시게 된 거지”
12시부터 시작된 점심 공양에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상을 차려내는 보살님들의 손놀림이 분주했다. 곧이어 상판이 휘어질 정도로 가득 차려진 밥상을 보며 다들 탄복해마지 않았다. 20여 가지의 맛깔스런 반찬에 젓가락질이 바빠졌다. 갖가지 신선한 채소는 근처 텃밭에서 직접 기른 것들이라 했다. 돈 주고도 못 사먹을 진수성찬에 밥값은 내지 않아도 그만이라 했지만 우리는 약간의 성의표시를 했다. 넉넉한 밥상 앞에서 배도 마음도 절로 불렀다.
내원사에서 대접하는 차
내원사 계곡
녹음과 꽃으로 둘러싸여 아름다운 내원사
점심을 먹은 뒤 차도 마실 겸해서 내원사로 발걸음을 옮겼다. 내원사로 가는 내내 햇빛에 반짝이는 녹음 덕에 눈이 부셨다. 연둣빛으로 물든 나뭇잎들 아래 바위 사이로 시원스레 흐르는 계곡물을 바라보는 즐거움도 내원사를 찾은 사람들의 몫이었다.
내원사는 대한불교조계종 제15교구 통도사의 말사로 6.25때 불탄 것을 1958년에 수옥스님이 재건했다. 동국제일의 비구니스님의 기도도량으로 유명하며 주변에 노전암을 비롯해 성불암, 금봉암, 안적암, 조계암 등 많은 암자가 있다.
내원사를 찾은 손님에게 보살님들이 연차(蓮茶)를 주셨다. 푸짐한 밥상에 이어 향긋한 차까지. 먹을 것을 주는 사람에게 충성하는 리포터로서는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대접이었다. 한적한 오후, 편안하게 마루에 걸터앉아 차를 마시고 있자니 신선놀음이 따로 없다 싶었다. 보통 절은 참선을 하는 곳이기에 조용히 둘러보다가 이내 걸음을 옮기는 게 대부분. 그러나 오시느라 수고하셨다며 마루를 내어주고 손수 내린 차까지 주시니 마음 편히 머무르다 갈 수 있어서 좋았다.
내원사 계곡
내원사 전경
단지 하루 중 반나절이었지만 산사에서의 시간은 느릿느릿하게 흘러갔다. 어디를 둘러보아도 초록이 지천이라 몸도 마음도 맑아지는 느낌이었다. 잔잔한 계곡물에 발을 담그며 신나하는 가족을 보면서 여름에 꼭 다시 찾아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도시의 번잡함과 갑갑한 일상의 짐을 털어내기에 내원사는 그저 감사한 공간이었다.
tip
내원사 입구 매표소에서 내원사까지 가려면 30~40분 정도 걷는다. 지금 도로 공사가 한창이라 내원사 주차장까지 차를 가지고 갈 것을 추천한다. 내원사는 입장료가 있으니 참고하자. 노전암의 점심 공양은 12시부터 1시까지다.
이수정리포터 cccc090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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