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기와 한 몸이 되어 느끼는 인생의 아름다움
막바지 꽃샘추위가 비가 되어 내리던 지난 4월의 어느 날. 분당구 수내동 지하 연습실에서는 오후의 정적을 감미로운 음악이 흔들어 놓고 있었다.
대부분 50을 넘긴 시니어들로 구성된 분당 해피 색소폰 동호회원들. 삶의 여정이 고스란히 묻어나오는 색소폰 선율에 맞춰 누구보다 뜨거운 열정을 뿜어내고 있었다.
부는 사람에 따라 각기 다른 소리를 내는 색소폰은 악기와 한 몸이 되어야 비로소 진한 울림을 줄 수 있다며 색소폰 사랑에 빠진 동호회원들을 만나보았다.
색소폰과 사랑에 빠지다
2008년 색소폰 연주자 황병진씨가 분당 수내동에 작은 연습공간을 마련한 것이 동호회의 출발, 2년 만에 온라인 카페 회원 수만 3천 명이 넘는 탄탄한 동호회로 자리 잡았다.
“색소폰을 시작한지 7년째 되어 가는데 눈과 손과 입을 동시에 움직여야 하니 어렵기는 해요. 그래도 색소폰을 계속 하는 이유는 재미나거든” 회원 중 가장 오랜 연주 경력을 가진 정경술(63)씨가 활동 이유로 포문을 열었다.
“나도 악기 하나쯤은 젊어서부터 해보고 싶었는데 기타를 배워도 코드를 잡아야 하고 어렵잖아요. 그런데 색소폰은 시작한지 1년 조금 넘었는데 처음 기본기만 선생님한태 배우고 나 혼자 독학으로 배우고 연습했어요. 그만큼 색소폰이 쉬우면서도 매력적인 악기지요.” 이성현(56)씨가 색소폰을 시작하게 된 동기다.
각기 이러저러한 이유로 색소폰을 배워 인생에 새로운 활력을 찾고 아름다움을 발견하게 된 회원들. 색소폰을 연주하는 자신들과도 사랑에 빠진 눈치다.
색소폰은 소리가 커서 방음 시설이 없으면 연습 자체가 불가능. 수내동의 지하 연습장은 그런 면에서 회원들의 소중한 연습장이자 사랑방이다. 24시간 개방 되어 있어 본인이 원하는 시간이면 새벽이라도 상관없다.
그래서인지 회원들의 연주소리로 분주한 곳이자 살아가는 이야기를 나누는 멋진 소통 공간이 되기도 한다.
색소폰은 나의 인생
“우리는 색소폰을 부는 것으로 끝나지 않아요. 매달 정기적으로 공연도 하고 또 어려운 이웃들을 찾아다니며 연주봉사도 하지요” (박용화·60)
어디에서건 요청이 들어오면 가리지 않고 색소폰 봉사를 나간다는 이들은 매월 1번씩 7080카페에서 가족과 친지, 지인들을 모셔놓고 발표회 겸 연주회를 갖는 것도 동호회가 가진 장점이라고 전한다.
“카페에서 발표회도 갖고 뒤풀이도 하면서 인생을 멋지게 산다는 생각을 하게 되요.” 손명근(52)씨의 소감에 박미자(53)씨도 동감한다며 말을 꺼낸다.
“생각도 못한 묘한 소리가 참 매력적이죠. 중년이 넘으면 색소폰 소리를 듣고만 있어도 내 인생이 멋지다는 생각이 들어요. 우리 나이에 전자기타를 메고 있는 것보다 색소폰을 들고 있으면 왠지 더 어울리잖아요.”
“자기 체형, 성격, 취향에 맞게 고를 수 있고 테너, 알토, 베이스 등 음역이 달라 합주가 가능한 것도 색소폰의 매력입니다.” (유병하·50)
“어쩔 땐 정말이지 가슴을 긁어내는 소리가 있어요. 사람의 음색이 다른 것처럼 누가 부느냐에 따라 색소폰의 소리가 달라지는 것을 보면 역시 ‘사람과 하나가 되는 악기구나’를 실감합니다.” (정경술)
동호회원들은 단순히 취미를 넘어 얼마 전에는 최불암씨가 출연한 ‘한국주택금융공사’의 CF촬영에 동반 출연할 정도로 실력을 갖추기도 했다.
“최불암씨는 색소폰을 못 불고 우리는 잘 부는데 CF에서는 우리보다 최불암씨가 더 베테랑 연주자처럼 나오더라고요. 역시 연기자는 다르더라고요. 하하” (정경술)
가끔 공연을 하는 중간 관람객의 러브콜을 받을 만큼 색소폰을 메고 연주하는 자신의 모습에 행복하다는 이들.
“악기를 배워두면 이렇게 잔잔한 재미를 느낄 수 있어 좋아요. 나이 들었다고 포기하지는 마세요. 색소폰은 언제 시작해도 행복한 인생을 안겨줍니다. 하하하”
분당 해피 색소폰 010-8725-9267
권미영 리포터 myk31@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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