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 폭우가 많았던 지난 봄. 부산 최대의 폭우 속에서 아이를 등교시키던 양혜원(좌동) 씨는 학교교문 앞에서 핸드폰 카메라를 꺼내 들었다. 한 치 앞도 잘 보이지 않는 비와 차량으로 복잡한 교문 앞에서 비옷을 입고 교통지도를 하고 있는 교장 선생님의 모습을 담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날마다 아이들의 안전을 위해 교통지도를 하시는데 그 폭우 속에서도 변함없이 고생하시는 모습에 가슴이 찡 하더군요.”
따뜻하고 감사한 마음 뒤에 연세가 많으신 교장 선생님의 건강이 너무나 걱정이 된다는 양씨는 훈훈한 마음을 나누고 싶어 학교 홈페이지에 사진과 글을 올렸다고 한다.
아침 등굣길에서 교통지도 중인 좌산초등학교 정현섭 교장
아침마다 아이들과 즐겁게 인사 나누고 싶어
사진의 주인공은 날마다 흰 운동화에 교통지도봉을 들고 하루를 시작하는 해운대구 좌산 초등학교 정현섭 교장이다. 2008년 9월 1일에 좌산초등학교에 부임해 지금까지 한결같이 등굣길 교통지도를 하고 있다고 한다.
정 교장은 “선생님들이 아침에 바쁘시고 고생하시니 제가 할 뿐이다”라고 겸손하게 말하지만 아이들을 생각하는 따뜻한 마음이 환히 보인다.
“날마다 아이들과 인사하고 학부모들과 자연스럽게 만나는 것이 즐겁습니다. 거기다 인근 주민들까지 친숙하게 만날 수 있어 더욱 좋습니다.”
아침 8시부터 8시 40분까지 교통지도봉사를 하는 학부모들과 학교 주변을 두루 살피고 특히 비오는 날은 차량이 많은 곳을 돕는다고 한다.
무엇보다도 학생들이 날마다 교장선생님과 즐겁게 인사를 나누며 명랑하게 하루를 시작할 수 있어 흐뭇하다고 정 교장은 말한다.
좌산초등학교 이명희 교감은 “비오는 날 교통지도를 하다 교장선생님 핸드폰에 물이 들어가 고장이 난 적도 있어요”라고 웃으며 말한다. 혹 정 교장이 출장이라도 가면 대신 교통지도를 하는 이 교감은 “혹시 교장 선생님 편찮으세요?”라고 걱정하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고 한다. 이미 좌산초등학교 인근에서는 교통지도 하는 흰 운동화의 정형섭 교장이 유명하다,
진심과 열정이 결실을 이루는 교육현장을 위해
늘 교사라는 자리에서 희생과 봉사를 생각하는 정 교장. 학교가 해야 할 일이 많다고 말한다. 아이들이 꿈을 심을 수 있는 학교를 위해 일하고 싶다고 한다. 교실에서 변함없이 아이들을 가르치며 바른 교육자의 길을 가는 많은 선생님들을 생각하며 힘을 얻는다는 정 교장은 학부모가 신뢰하는 학교를 만들고 싶어 한다. 그래서 그 신뢰 속에서 더욱 힘을 얻어 좋은 에너지가 순환하는 학생, 학교, 학부모의 모습을 꿈꾼다.
그래서 좌산초등학교는 학교가 지역문화센터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학부모 교육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독서교육활성화를 위해 학부모 독서 동아리를 만들고 작가를 초청해 학부모 연수 등 많은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아이들이 자립심을 가지고 바른 인성을 가질 수 있도록 학교와 학부모가 함께 뜻을 모아 지도해야 한다고 정 교장은 말한다. ‘진심’과 ‘열정’이 있는 선생님, 학교를 신뢰하는 학부모가 있는 교육현장을 위해 오늘도 많은 사람들이 한 발씩 함께 나아가길 간절히 바란다.
김부경 리포터 thebluemail@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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