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한표의 <프랑스 식탁 문화와 매너> 16

치즈(cheese; 프 fromage, 프로마쥐)에 관한 매너

지역내일 2010-05-05

 서양 정식 테이블에서는 전통적으로 샐러드와 디저트 사이에 치즈를 먹는다. 다시 말하면, 치즈는 디저트 직전에 나온다. 그러므로 경우에 따라서는 치즈가 디저트를 대신 할 수도 있다. 프랑스에서는 레스토랑이건 가정이건 간에 저녁에는 반드시 치즈를 먹는 습관이 있다. 보통 치즈 하면 곰팡이 냄새가 연상돼 쉽게 접하기 어려운 음식이지만 식후 디저트가 제공되기 전에 입에 남아 있는 고기 맛을 가시게 하는 데 매우 효과적이어서 즐겨 먹는다.
    거의 대부분의 치즈는 우유로 만들지만, 염소나 양의 젖으로 만든 치즈도 있다. 이것들은 독특한 맛을 낸다고 해서 미식가들 사이에 애용되고 있다. 치즈는 많은 종류가 있어 제조방법이 제 각각이지만 대강은 다음과 같다. 먼저 원유를 데워서 스타터(유산균)를 넣고 가볍게 유산 발효를 일으키게 한다. 다음에 레넷을 첨가하면 단백질이 응고하면서 흰 걸쭉한 알갱이 모양의 커드와 액체인 훼이라는 것으로 나뉘어 진다. 커드 속에는 단백질뿐만 아니라 지방과 그 밖의 성분이 들어 있기 때문에 치즈는 매우 영양가가 높은 것이다. 레넷은 젖을 먹는 송아지의 제4위(胃)에서 추출되며 소량으로도 젖의 단백질을 응고시키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 커드를 부대에 모아 압축하여 훼이를 제거하고 모양을 만들며 소금을 첨가한 것이 생 치즈이다. 이 생 치즈를 두부처럼 물에 담가 놓았다가 그대로 먹기도 하는데, 이탈리아의 모짜렐라가 그 좋은 예이다. 그러나 대개는 생 치즈를 그대로 먹기보다는 오랫동안 건조, 숙성시켜 먹는다. 숙성 때는 유산균, 흰 곰팡이, 푸른곰팡이 등 미생물의 도움을 빌리는 수가 많다. 숙성 방법의 차이에 따라 다음과 같이 다양한 치즈가 나온다.


? 자연 치즈 : 유산균과 곰팡이가 살아있는 치즈로, 각기 다른 맛을 가진 유럽의 대표적인 치즈들이 여기에 속한다.
● 프랑스 치즈 : 까망베르(Camenbert), 브리(Brie), 호크포르(Foquefort) 등
● 영국치즈 : 체다(Cheddar)
● 이탈리아 치즈 : 파미산(Parmesan)
● 스위스 치즈 : 에멘탈(Emental)


? 인공 치즈 : 공정 과정을 거쳐 인위적으로 숙성시킨 치즈로, 장기 저장과 대량 생산을 염두에 둔 제품이다. 미국식 햄버거에 가장 많이 쓰이는 페스트 푸드용 치즈로, 세계적으로 가장 일반화된 치즈이다.
    프랑스에 가면 ‘마시는 우유보다 먹는 우유가 더 많다’는 말을 흔히 듣는다. 이는 400 종류 이상이나 되는 치즈를 두고 하는 말이다. 드골 대통령이 이처럼 다양한 치즈에 빗대어 "이렇게 취향이 다양한 민족을 통치하기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라며 개탄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까망베르는 프랑스를 대표하는 연질 치즈로서 우유 빛을 띠며 맛이 부드러워 한국인들도 좋아한다. 프랑스 노르망디의 까망베르라는 마을에 가면 마리 앙테르라는 부인의 동상이 있는데 까망베르를 최초로 만든 여성이다. 그리고 나폴레옹이 자신의 첫 번째 부인인 조세핀의 체취와 비슷해 즐겨 먹으며 전쟁터마다 지니고 다녔다고 해서 유명한 치즈이다.           슈퍼마켓에서 카망베르와 같은 치즈를 고를 때는 손가락으로 눌러 보는 것이 좋다. 너무 물렁물렁하면 지나치게 숙성된 것이고 딱딱하면 아직 덜 숙성된 것이다. 오래 보관할 때에는 가급적 딱딱한 것을 고르는 것이 좋다. 유제품 가게에서는 손님이 원하는 만큼의  양을 큰 덩어리 치즈에서 잘라내 팔기도 한다.
    이젠 치즈를 먹는 방법을 살펴본다. 치즈 껍질은 냄새가 매우 강하므로 취향에 따라 먹어도 되고 남겨도 좋다. 여러 종류의 치즈를 먹는 경우에는 맛이 서로 섞이지 않도록 하나씩 먹는다. 맛이 약한 것에서부터 강한 순서로 먹는 것이 원칙이다. 빵과 함께 먹는 경우 부드러운 치즈는 적당량을 빵에 발라서 먹고, 딱딱한 치즈는 빵에 얹어서 먹는다. 그뤼이에르나 호크포르 그리고 브리는 가로 방향으로 잘라먹고, 원형 치즈는 부채꼴로 잘라먹는다. 그뤼이에르를 먹을 때를 제외하고는 포크를 사용하지 않는다. 고급 레스토랑에서 작은 부분이 떨어져 나간 치즈가 나오더라도 놀랄 필요가 없다. 치즈의 내부를 보여줌으로써 손님으로 하여금 숙성 정도를 판단하게 하기 위한 배려이다.
    집에 손님을 초대했을 때는 적어도 세 종류 이상의 치즈를 쟁반 위에 담아 제공한다. 치즈는 식사 후에 단 한 번만 제공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식탁에서 치즈를 너무 많이 먹지 않는 것이 좋은 매너이다. 왜냐하면 초대자가 혹 요리가 부실한 것은 아니었나 의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치즈는 보편적으로 냄새가 강한 것으로 인식되고 있지만 냄새나 향이 전혀 없는 것도 있다.  따라서 주문할 때 웨이터에게 물어본 후 취향에 맞게 선택하면 된다. 일반적으로 양이나 염소의 젓으로 만든 치즈는 지방분이 적어 퍼석퍼석하므로 풍미를 순하게 하기 위해 버터를 바른 빵과 함께 먹는 게 좋다. 치즈는 일반적으로 적포도주, 바게뜨와 함께 먹으면 잘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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