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하구에 살아요/당신의 수십 전생부터 늘/향긋한 生의 허물 벗으면서 강뻘에 씨 뿌려요/가끔은 쌩쌩 강 너머 바다로 떠나는 /인조인간들 /쉬었다 가라고/당신을 지탱한 뼈다귀 몇 점 /소금물에 흐물거리기 전, 한바탕 꽃 잔치 벌려보자고/일제히 손 흔들며 사타구니 벌려 암내 물씬 풍기죠/에라 짧은 인생들/붉은 피와 푸른 피 섞어/눈에서 본 죄/눈에서 온 죄/삶의 피곤한 다래끼 터뜨리세요..... 이하 생략”
김동주 시인의 연작시 금강하구둑 16 중 일부분이이다. 김 시인은 지난해 글벗문학회에서 주관하는 오백만원 고료 글벗문학상 공모에 연작시 금강하구둑 20편을 응모해서 당선됐다. 더불어 문학상을 공모했던 출판사에서 시집 출판 제의가 들어와 시집까지 출판하게 되었다고. 금강하구둑 연작시를 쓰게 된 것은 “금강하구둑은 강과 바다를 막은 둑으로 철학적으로 풀이하면 음과 양의 경계 이미지라고 볼 수 있다”면서 “이 세속의 모든 상반되는 중심에 서 있다는 의미를 부여하고 싶었다”고 한다.
2001년 ‘참좋은뉴스’ 창간기념 공모시 당선을 계기로 본격적으로 시를 쓰게 되었다는 김동주 시인. 이번에 출간한 첫 시집 『너에게 의미를 묻다』는 읽기에 따라서는 사랑을 노래한 연시로 읽을 수 있는 시들이 많이 수록되어 있다. 하지만 시인은 그 속에 사랑의 감정보다는 삶과 죽음이라는 철학적인 사유를 표현하고자 했다고. 그에겐 우체국 직원이라는 이름 뒤에 시인이라는 이름이 하나 더 따라 붙지만 그의 심연에는 기 철학이라는 심오한 학문이 자리 잡고 있다. 이십대 후반부터 기 철학에 관심이 있었다는 그는 91년에 대전 시민회관에서 기 체험 발표를 시작으로 94년에는 충북 괴산에 기 수련장을 개설하기에 이른다.
지금은 그에게 기 철학을 공부했던 제자들이 기 철학관을 운영하면서 후배들을 양성하고 있다고. 그는 두 달에 한 번씩 기 철학관에 들러 강의를 한다고 한다. 그가 이토록 기 철학에 깊이 심취하게 된 것은 앞서간 모든 철학적 선구자들이 고민했던 삶과 죽음에 대한 의문 때문이었다고. 태어나는 순간 누구나 한번은 거쳐 가야 하는 죽음에 대한 의문들. 그는 기 수련을 통해서 삶과 죽음의 궁극적인 문제에 대한 해답을 얻을 수 있었다고 한다. 더불어 몸과 마음의 건강을 되찾을 수도 있었다고. 이처럼 이상 세계라고 할 수 있는 기 철학과 현실 사이에 다리를 놓고자 한 것이 그가 시를 쓰게 된 계기였다.
“세상은 둘이 아닙니다. 상대방이 나의 거울이지요. 상대방을 볼 때 저 사람이 또 다른 나 라고 생각하면 마음이 편해집니다. 즐겁게 살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첫째는 뇌를 비우는 것. 둘째는 서로 입장을 바꿔 생각하는 것. 즉 상대를 바라볼 때 타인으로 보지 말고 내 거울로 보면 나의 또 다른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것이지요. 그러다보면 화도 누그러지고 스트레스도 덜 받게 됩니다.”
그를 아는 사람들은 먼저 온화한 미소를 떠 올린다. 그 비결에 대한 대답은 바로 세상은 둘이 아니라는 것. 그는 너무 급하게 시집을 묶어서 막상 시집을 내고 나서 부끄러운 마음도 들었다고. 그래서 앞으로는 시를 좀 더 충실하게 써서 두 번째 시집은 후회를 줄이고 싶다고 덧붙였다.
조용숙 리포터 whdydtnr7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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