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방 노인? 자아실현 올인하는 ‘뉴 시니어’!
“나는 올드 파워(old power)보다 에이징 파워(aging power)라는 개념을 주장한다. 현재 진행 형으로 역동적이고 한결 파워풀한 세대라는 말이다. 사람들은 활동할 때 보통 자신의 체력의 20% 정도만 사용한다. 80%는 예비력이다. 나이가 들어서 설령 체력이 반으로 떨어진다고 해도 평소 생활에는 별 지장이 없다. 반짝반짝한 창조성은 젊은 사람을 따라가지 못한다고 해도 많은 경험을 통해 숙성된 지혜, 그런 것이 노년의 용광로를 거쳐 새로운 창조로 나오는 것이다.”
이시형 한국자연의학 종합연구원장의 노년에 대한 새로운 해석이다.
그런가하면 “노년의 삶은 선물이다. 오랜 시간 동안 많은 역경과 고통을 잘도 이겨낸 노년에게 주시는 신의 특별한 선물이다”라고 노래한 시니어 블로거 ‘다래골’의 시에서는 마음의 울림이 느껴진다.
우리시대 노년의 모습이 달라지고 있다. 옛 사고방식과 생활에서 벗어나 스스럼없이 젊은 세대들과 소통하고 문화를 즐기며 취미 생활에 열정을 쏟는 새로운 노인 족(族)이 떠오르고 있다. 이들은 노년을 낡은 것으로 보지 말고 익어가는 것으로, 완성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말한다. 노년을 긍정적으로 보며 늙음은 아름답고 멋지다고 스스로 자부한다. 멋진 노년을 위해 일하는 노인이고, 건강한 노인이길 원한다. 그리하여 마음이 너그럽고 나쁜 생각을 하지 말며, 남을 도우며 스스로를 즐기며 행복하기를 꿈꾼다.
브라보 시니어 라이프…분당ㆍ용인의 신(新) 노년 문화
분당구 구미동, 새로운 복합 문화 공간으로 알려지고 있는 골안사 주변. 작은 화랑과 갤러리, 브런치 카페와 프렌치 레스토랑들이 어울려 분당의 몽마르뜨 언덕이라 불리는 이곳의 오전 시간대 주요 고객들은 50~60대 시니어들이다.
골안사 주변의 산책로를 돌아 나와 여유롭게 브런치를 즐기거나 화랑에 들러 요즘 인정받는 신작 화가들의 작품을 감상하는 이들. 2~3명씩 짝을 이뤄 여유 있는 브런치가 끝나면 이탈리안 레스토랑과 프렌치 레스토랑에 들러 늦은 점심을 먹는다. 음악회로 유명해진 이곳 화랑에서 정겹게 공연을 관람하는 시니어 부부의 모습도 이제 낯선 풍경이 아니다.
구미동 ‘가산화랑’의 이문희 관장은 “주로 오전 시간대와 늦은 저녁 등 시간적 제한이 없는 시니어들이 이곳의 문화를 즐기러 방문하는 주요 고객”이라며 “음악 회에도 절반 이상은 시니어 분들이 참석해 이분들의 높은 문화적 소양을 체감 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런가하면 각 백화점이나 문화센터의 취미 강좌에도 시니어들의 활동 반경이 넓어지고 있다. AK플라자 문화센터 담당자 인선옥씨는 “강좌가 끝나면 스스로 동호회를 조직해 취미와 여가 활동의 장을 넓혀가는 이들 대부분이 50~60대 시니어”라고 전한다. 새로운 인생을 펼치기 위해 누구보다 바쁘고 분주하다는 것. 게다가 이들의 활동은 온라인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자신의 취미와 동호회 활동을 온라인 블로그나 카페에 올려 공유하는 이들. 사진 찍기가 시니어들의 필수 아이템으로 자리 잡은 것도 블로그를 꾸미기 위함이다. 인터넷 진흥원에 따르면 최근 블로그, 온라인 메신저 등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를 이용하는 시니어 층이 과거 5년 전에 비해 약 4배 정도 증가 했다는 보고는 이를 잘 말해주고 있다.
새로운 노년 문화 트렌드… 역동성에 주목
LG 건강 연구소가 최근 발표한 ‘2010년 주목할 만한 소비 트렌드 빅 7’ 중 새로운 자아를 찾는 시니어 라이프는 소비트렌드의 새로운 문화를 이룰 만큼 관심을 받고 있다.
자신을 위한 삶을 찾고 자아를 위한 소비를 늘려가고 있는 시니어들의 새로운 몸짓이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신(新) 노년 트렌드는 왜 생겨나는 것일까? 연구소는 무엇보다도 시니어들의 삶에 대한 가치관과 관심사의 변화가 주 요인이라고 말한다. 자녀들 학업이 끝나고 결혼 등으로 책임에서 벗어나 자신들을 돌아볼 시간과 물질적 여력이 늘었다는 것. 또한 그 동안 눌려왔던 자아의 재발견을 통해 삶의 우선순위가 바뀌었고 이런 가치관의 변화가 시니어 사이에 자연스럽게 확산되면서 일반적인 문화로 만들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더불어 신체적 수명이 늘어나 그들의 주요 관심사는 자아실현과 건강한 노후에 모아진다. 자아실현에 대한 욕구는 이들로 하여금 컴퓨터를 배워 자신의 관심사를 찾고 공연, 관람, 요리, 문화 행사에 참여하고 등산, 낚시, 사진 촬영 등을 탐닉하는 취미, 여가 활동으로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과거 근검 절약에 길들여진 시니어들의 가치관이 변하면서 독특한 소비 트렌드를 형성해 가고 있는 것도 주목할 점이다. 자신을 위한 소비에 소극적이던 과거와는 달리 건강지키기와 취미, 여가생활 등에 적극적인 투자와 지출을 아끼지 않는 소비문화를 만들고 있다는 것. 또한 이들은 자녀를 위해 헌신하고 돌봐주는 삶 대신 자녀세대와 독립적인 생활을 선호한다는 공통된 특징도 보인다.
신(新)노년을 바라보는 우리지역 시니어들의 시선
이 같은 뉴 시니어들의 모습은 우리지역 시니어들이 말하는 신(新)노인상과도 일치한다.
분당구 수내동의 이광수(74)씨는 신노인이 지켜야 할 덕목을 3가지로 꼽고 있다.
“첫째는 노인 냄새 나지 않게 신체와 의복을 깨끗이 할 것. 둘째는 자리에 길게 오래 앉아있지 말자. 셋째는 말을 많이 하지 말자. 이 세 가지만 지키면 젊은 사람들과 소통하는데 문제가 없다”고 말하는 이 씨.
“과거에 집착하는 사람들, 예전에 ‘내가 어떤 사람이었는데’ 그런 것에 얽매여 있으면 안돼요. 지금 현재의 내가 젊은 사람들과 소통하고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가가 더 중요합니다.”그런가하면 분당구 구미동의 김인자(65)씨도 요즘 노인들에게 요구되는 ‘신(新)노인 상’이 있다고 말한다.
‘용모를 단정히 하고, 내 일은 내가 한다. 할 수 있는 소일거리를 찾아 계속 움직인다. 하루에 한번이라도 충분히 햇볕을 쏘인다. 친구를 만나 담화를 즐겨라’ 등이다.
분당구 정자동의 김일식(71)씨도 “신노인이 되기 위해 빠르게 변하는 인터넷이나 시대의 흐름을 배우려는 자세가 중요하다”며 “노후가 건강하려면 자신의 건강이 필수라 운동에도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여 자녀들에게 폐를 끼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 같은 달라진 지역 시니어들의 의식은 ‘2010년 성남시 사회조사’에서도 잘 드러나고 있다.
과거와는 달리 자녀에게 간섭받지 않고 독립적인 생활을 유지하고 싶다는 의견이 높게 나타나고 있는 것. 이들은 더 나아가 노인복지주택인 실버타운 입소도 적극 고려하는 등 자신들만의 독립영역을 누리고 싶다는 의견이 다수를 나타내고 있다. 과거 부양이 자식의 의무였다면 이제는 오히려 자녀들의 부양을 시니어들이 거부하고 있는 셈이다.
인생의 황금기를 맞이한 뉴 시니어
이처럼 뉴 시니어의 등장과 달라진 노년문화는 우리에게 ‘노인’을 바라보는 시선의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시니어 강연 전문가 조연미씨는 “과거 아줌마를 바라보는 낮은 시선이 소비의 주체인 주부로 상승했듯, 우리가 무심결에 바라보는 노인에 대한 낮은 시선도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실제 생활 곳곳에서 주부들 보다 파워풀한 소비력을 갖고 문화를 즐기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것. 조씨는 “뒷방 노인이라 등한시했던 노인들이 새로운 소비, 문화, 자아실현의 주체로 부상하고 있는 만큼 열린 마인드로 서로 소통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실버산업 분석 및 현황과 전망’이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앞으로의 노인은 인생에서 많은 것을 이룩한 여유로운 세대이며, 건강ㆍ경제력ㆍ교육 수준 등의 향상으로 상당한 자산을 축적한 유력한 구매 계층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보고서는 또한 뉴 시니어를 ‘머리가 희끗희끗(Gray)한 이들은 세련되고(Grace) 온화하며(Gentle), 한국의 오늘을 일구어낸 위대한(Great) 세대로서 마음은 언제나 푸른(Green) 인생의 황금기(Golden Age)를 맞이한 세대’ 라고 정의하고 있다.
권미영 리포터 myk31@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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