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출한 청소년 10여 명이 있다. 무리를 지어 다니다 도로를 질주하고 싶으면 오토바이를 훔 쳐 무면허로 몰고 다니고, 유흥비가 필요하면 주차 차량을 터는 등 하고 싶은 대로 마음먹은 대로 거리낌 없이 범죄를 저질렀다. 우리 경찰서에 거의 매일이다시피 연행돼 온 이들은 모두 8차례에 걸쳐 잇따른 범죄 혐의로 조사를 받았다. 죄의식 없이 반복된 범죄로 결국 ‘특수절도''란 죄명을 달고 소년원에 가거나 일부는 부모의 훈육에 맡겨졌다. 안타까운 것은 이들 중 어느 누구도 자신이 무엇을 잘못한 건지 알지 못했고, 가출한 친구들과 어울리고 다니며 ‘놀이’의 일종으로 범죄를 저질렀다는 것이다.
이처럼 우리의 미래인 청소년들이 저지르는 범죄는 죄의식이 없이 되풀이될 뿐만 아니라 성인범죄 못지않게 갈수록 흉포화, 지능화되고 있지만, 사회제도는 그에 미치치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가출한 청소년들 대부분은 가정불화나 가정폭력 등의 문제로 집을 나온 뒤 생활비와 유흥비를 마련하기 위해 오토바이를 훔치거나 또래 아이들의 돈을 빼앗는 식으로 범죄의 길로 접어들고 있다. 사회적 일탈의 단맛(?)에 빠져든 이후에는 고시텔이나 모텔, 친구 집에 함께 머물며 범죄를 구상, 점점 대범하고 흉포한 범죄를 저지르게 되지만, 이 사회는 무방비로 이들을 방치하고 있는 듯하다.
현행법상으로 고시텔은 숙박시설이 아닌 근린생활시설로 분류돼 미성년자들이 혼숙을 해도 업주가 처벌을 받지 않으며, 모텔과 여관은 혼숙이 아니면 나이 제한 없이 숙박이 가능하다. 이를 비롯한 수많은 제도적 허점들이 청소년 범죄를 양산하지는 않는지 꼼꼼히 따져볼 일이다. 물론 굳이 법적인 규제 장치를 마련하지 않더라도 청소년범죄 예방을 위해서 숙박업소 업주 등 어른들의 관심과 자정노력 역시 절실히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가정의 달이자 청소년의 달인 5월을 맞이하여, 청소년들에게는 호기심에 친구들과 놀이삼아 저지른 행동이 불과 몇 년 뒤 자신의 미래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 오점이 되는지 한번쯤은 생각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가정에서는 자녀를 꾸중하기보다 대화를 통해 그들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또 이 사회는 청소년들의 올바른 놀이문화를 위해 적극적으로 문화, 취미공간을 개발하고, 청소년 범죄에 대해 무조건적으로 선처하기보다는 재범방지를 위한 선도 교육과 상담 및 재활 등의 각종 교육시스템을 개발해야 할 것으로 본다. 더불어 재범 청소년에 대한 좀더 강력한 처벌과 감시 등의 대책을 마련해 “범죄를 저질러도 나는 크게 처벌받지 않는다” 라는 안이한 생각에 경종을 울려야 할 때가 아닌가 생각한다.
부산남부경찰서 형사과 강력2팀 경위 이미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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