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죽음을 알리지 말라” 충무공의 목소리 들리는 듯
4월이 다지나가는 아쉬움에 달력을 보다 28일이 충무공탄신일이라는 작은 글씨가 눈에 띄었다. 충무공탄신일이라… 고성 당항포, 거제 옥포대첩기념공원 등 이순신 장군과 관련된 장소가 많지만 이번 여행은 한산도의 제승당이다. 바닷바람 맞으며 카페리타고 섬에 가는 기분이 좋을 것 같아서였다.
고현에서 차로 30여분 달려 통영여객선터미널에서 카페리를 탔다. 한산도까지 들어가는 데는 30분 걸린다. 카페리가 부웅~소리를 내며 무거운 몸을 움직이자 통영바닷물도 출렁인다. 내 마음도 설렌다. 갈매기는 카페리를 호위라도 하듯 떼를 지어 따른다. 시원한 바닷바람과 비릿한 짠내음 역시 내 선택이 옳았다.
한산도에 내리자 관광객이 많아 놀랐다. 사람들이 행렬을 이뤄 제승당으로 향할 정도다. 제승당까지 차를 몰고 갈 수 없어 선착장에서 20분 정도 걸었다. 시인 이은상이 “결결이 일어나는 파도/파도 소리만 들리는 여기/귀로 듣다 못해 앞가슴 열어젖히고/부딪혀 보는 바다”라고 노래했던 통영 바다가 여기던가. 선착장에서 제승당까지 가는 길은 한 폭의 그림이었다.
충무공의 숨결이 살아있는 곳
이순신 장군이 사용했다는 우물을 지나 제승당에 도착했다. 제승당은 지금의 작전사령부로 정유재란 때 폐허가 된 것을 107대 통제사 조경이 1740년 유허비를 세우면서 운주당 옛터에 집을 짓고 제승당이라 명하였다한다.
제승당을 중심으로 왼쪽에 충무사와 한산정있고, 오른쪽에 수루가 있다. 충무사에는 이순신 장군의 영정이 모셔져있고 한산정은 활터다. 한산정에서 호수를 지나 언덕에 과녁이 있었는데 그 거리가 상당했다. 수루는 적의 동정을 염탐하던 망루로 이순신 장군이 그 유명한 ‘한산도 달 밝은 밤에…’의 우국충정의 시를 읊은 곳이 바로 이곳이다. 수루에 올라서자 칼을 차고 나라를 걱정하며 서 있는 이순신 장군이 눈에 보이는 듯하여 눈시울이 붉어졌다. ‘살려고 하면 죽을 것이고, 죽을려고 하면 살것이다’하며 치열하게 외쳤던, ‘내 죽음을 알리지말라’ 당부했던 그 분의 정신에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얼마나 많은 전쟁을 이곳에서 치렀던가.
경내에 하늘을 찌를 듯 위풍당당 서있는 나무가 많아 해설사에게 물어보니 수백년은 된 것이라 한다. 특이한 것은 한산도에 적송이 군락을 이루고 있는데 본래 적송은 해안가에서 자라지 않는다한다. 한산도 곳곳에 이순신 장군의 기백이 깃들어 소나무도 변치 않고 푸른빛을 발하며 몇 백년동안 한산도를 지키고 있었나 보다. 나무마저도 역사를 품은 듯하여 절로 마음이 경건해진다.
한산도 드라이브도 장관
진지한 마음을 털어내고 한산도 드라이브를 했다. 삼천리강산이 내달아 가픈 숨을 내쉰 듯 통통통 떨어진 섬, 물굽이마다 보이는 풍경은 장관이다. 선착장에서 차로 15분 추봉교를 지나 봉암몽돌해수욕장에 갔다. 오목한 해안선이 바다를 품고 동글동글 몽돌을 낳았나 보다. 지압길을 걸으며 해수욕장을 바라보니 아름답다.
한산도를 둘러보고 육지로 돌아오는 뱃길, 바다를 바라보는 눈매가 시리다. 여기쯤인가 저기쯤인가 그 옛날 이순신 장군이 호령하며 왜구를 물리치던 그 바다가… 다시 뒤쫓는 갈매기가 끼룩끼룩 옛이야기를 들려줄 듯하다.
김경옥 리포터 oxygen0801@naver.com
Tip
‘이순신장군의 발자취를 따라서’, ‘한산도 자전거 체험 프로그램’을 참여할 수 있는데 한려해상국립공원 홈페이지에서 예약할 수 있다(http://hallyeo.knps.or.kr). 055)649-9202~3
통영여객선터미널 한산도 배 값은 성인 4500원, 차를 싣는 데는 1만1천원이다.
제승당 입장료는 1천원. 하나 더. 거제도 저구항에도 한산도 가는 배가 있다.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