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야, 너는 해를 닮아 빛나는 사람이 되어라”
할아버지·할머니가 전해주는 위대한 유산, 넉넉한 품으로 내리사랑 전해 줘
예부터 우리는 할아버지ㆍ할머니가 전해주는 이야기를 듣고 자라왔다. 못된 심성을 가진 사람은 벌을 받고 고운 마음씨를 가진 사람은 복을 받게 된다는 ‘권선징악’의 이야기. 웃음과 해학이 넘치는 재미난 이야기. 이불을 뒤집어써야만 들을 수 있는 무서운 이야기 등을 통해 인생을 살아가는 지혜의 슬기를 배울 수 있었다.
핵가족이 진행되며 대다수가 조부모와 떨어져 살게 된 요즘,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지는 것이 당연한 이치일까. 그러나 이 말이 조부모의 손주 사랑에는 예외가 되고 있다. 미국에 있는 자식보다 손자가 더 그리워 이메일과 문자를 주고 받는 할아버지부터, 화상채팅으로 손녀와 대화를 나눈다는 할머니까지… 분당·용인 시니어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손주들과 러브라인(?)을 이어가고 있었다. 여전히 손자 손녀의 영원한 후원자이자 멘토가 되고 있는 이들. 인생의 고비를 넘어오며 몸으로, 가슴으로 얻은 지혜와 깨달음을 사랑이라는 에너지로 전해주고 있었다. 5월의 문턱, 할아버지·할머니가 전하는 위대한 유산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할아버지·할머니는 무한 사랑을 펼치는 후원자
분당구 수내동에 사는 이진희(43)씨는 중학생 딸아이와 시댁에 가는 것이 즐겁다. 제법 의젓하고 공부도 열심히 하는 딸이지만 외동으로 키우자니 내심 드러내놓고 칭찬하기 어려웠던 이 씨.
“시댁에 가면 딸아이 칭찬을 마르지 않게 해주세요. 성적이 조금만 잘 나와도 ‘우리 손녀가 최고다’ 하시며 칭찬을 해주실 때면 제가 다 으쓱해지죠. 무슨 일이든 조금만 잘해도 아낌없는 칭찬과 격려를 보내주시니 아이도 은근히 기분 좋아하고 또 그것이 자극이 돼서 ‘실망시켜 드리지 말아야지’ 하는 동기가 되는 것 같아요.”
그런가하면 용인 죽전의 홍은미(39)씨도 친정 부모님이 아이들과 있을 땐 달라진다고 말한다. “한창 호기심 많은 아들 녀석이 이것저것 궁금한 것을 쉬지 않고 물어보는데 싫은 내색도 없이 다 받아주고 대답해주는 모습에 우리 부모님이 맞나 싶죠. 어쩔 땐 ‘나도 저렇게 좀 키워 주지’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고맙기도 하고 부러울 때도 있어요.”
이렇듯 손자·손녀와 교감을 나누고 정신적 지지를 보내주는 이들은 한없는 사랑과 이해를 쏟아 붓는 우리시대 할아버지·할머니들의 전형이다.
손자·손녀에게 전해주는 문화유산
용인 보정동에 사는 김경규(65)씨는 근처에 사는 아들·딸 내외가 방문하면 손주들을 모아 자신의 작업실로 데려가는 게 취미이자 즐거움이다.
“아직 유치원에 다니는 어린 손주들이지만 제가 그동안 모아온 음반을 하나하나 들려주고 베토벤 아저씨, 모차르트 아저씨에 대해 얘기해주면 재밌어 하더라고요. 그래서 틈 날 때마다 음악을 들려주고 있지요. 손녀가 ‘이건 누구 곡이다’하고 맞출 때면 마냥 흐믓해요. 제가 어릴 때 아버지가 음악을 들려주시던 기억이 좋은 추억 이었거든요.”
용인 죽전의 김현미(40)씨도 친정 엄마를 새롭게 보게 되는 경우가 많다고 전한다. “교과서와 책에서 봤던 식물도 실제로는 잘 모를 때가 많잖아요. 그런데 나들이 갔을 때 봄나물이며 들꽃, 나무 이름들을 아이들에게 알려주고 자상하게 설명해 줄 때면 엄마가 왠지 다르게 보이죠. 어느 순간 위대해 보인다고 할까요?”
분당 구미동에 사는 이인옥(37)씨도 4학년 아이의 학교 숙제에 시댁 부모님의 도움이 컸다고 말한다. “충주에 있는 시댁에 갔다가 짚신 만들기를 배워 봤어요. 아이들도 신나했죠. 나중에 큰 아이 사회 시간에 옛날과 오늘날을 비교하는 물건으로 제출해 선생님께 칭찬도 받았죠. 시댁 부모님이 농사를 짓고 계셔 옛날 농기구에 대한 설명도 잘해주시고, 암튼 누구보다 훌륭한 선생님이 되신 거죠.”
손자 손녀와 추억을 만들다
내리사랑이라고 했던가. 시니어들도 자식보다는 손자·손녀가 더 예쁘다고 입을 모은다. “내 자식 키울 때는 사는 게 바빠서 자식 예쁜 줄도 몰랐지. 그저 아이 입에 뭐라도 들어갈 때 부모 노릇하는 거라 생각했고. 지나오니 아쉬움도 많고 그래서 손주들이 더 애틋하고 귀여워요. 정말 눈에 넣어도 안 아플 강아지들이죠.”
분당구 수내동의 이광수(75)씨도 이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손자들이 집에 오면 저와 사우나 가는 걸 좋아해요. 그래서 자주 가는데 나중에라도 손자들이 할아버지를 떠올렸을 때 기억될 수 있는 추억, 고리를 만들어 놓은 것 같아 좋아요.”
그런가 하면 분당구 금곡동의 이화자(70)씨는 손녀에 대한 사랑을 따뜻한 밥상으로 표현하고 있다. “손녀가 오면 밥을 아주 정성껏 반듯하게 정식으로 차려줘요. 그러면 손녀들이 어디서 못 받은 귀한 대접을 받는다는 생각에 좋아 하지요. 그런 것이 좋은 기억, 추억으로 남는 것 같아요. 나중에라도 할머니가 차려준 정성스런 밥상 떠올리며 힘을 얻겠구나 생각하면 저절로 힘이 나지요.”
권미영 리포터 myk31@paran.com
3대가 함께 할 수 있는 체험 활동
(주) 핵교의 세대 공감 체험 프로그램
체험 여행 전문브랜드 (주)핵교(www.haekkyo.com)에서는 4월부터 1·3세대 공감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손녀·손자와 함께 박물관 및 유적지를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5월 16일(일)에는 국립현대 미술관에서 ‘미술탐방과 언어공감’이, 6월 20일(일)에는 국립과천과학관에서 ‘과학탐방과 생활공감’이 진행된다. 마지막 7월 18일(일)에는 서대문형무소역사관에서 ‘역사탐방과 문화공감’을 끝으로 체험 활동을 마무리 짓는다.
또한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1·3세대 가족 여행인 ‘영덕 블루로드 트레킹’도 진행한다. 5월 8일~9일 1박2일로 진행되며 여행비는 50%를 지원하고 있다.
문의: 02-823-2009
국립고궁박물관 ‘3대가 함께하는 궁중 음식 만들기’
문화재청 국립고궁박물관(관장 정종수)은 어린이날을 맞아 오는 5월 5일 (수) 오전 10시 박물관 수라간에서 ‘3대가 함께하는 궁중 음식 만들기’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조부모, 부모, 자녀 3대가 한 팀을 이루어 직접 궁중 음식을 만들어 볼 수 있으며 참가비는 무료다. 매년 어린이날과 추석 등 1년에 2번 진행되며 이번 어린이날에는 ‘꽃 절편’ 만들기를 진행할 예정이다.
박물관의 행사 담당자 양웅열씨는 “매 행사마다 접수 첫날 단 몇 분 만에 마감될 정도로 인기가 높은 프로그램”이라며 “우리 궁중 음식의 맛과 아름다움을 배우고 느끼며 어린이날을 맞아 세대 간의 화합과 가족애의 소중함을 나눌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 줄 것”이라고 전했다. 접수는 4월 26일부터 홈페이지( http://www.gogung.go.kr)를 통해 받는다.
문의: 02-3701-7644
용인 농촌테마파크 5월 체험 프로그램
용인 농촌테마파크는 3대가 함께 체험해 볼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풍성하다. 우선 5월 1일부터 펼쳐지는 봄꽃 축제에는 나무곤충 만들기, 가면 만들기와 압화 체험 등이 진행되며 농촌문화 체험과 규방 공예, 꽃벽 만들기, 분갈이 체험, 꽃 모자 만들기, 꽃그림 종이 우산 만들기, 포푸리 만들기, 어린이 사생대회, 사랑의 편지쓰기, 특색음식 경진대회 등이 진행돼 다양한 볼거리와 체험 거리를 제공한다.
또한 연중 무료 체험 활동도 있다. 가마니 짜기, 매통, 맷돌, 키질, 다듬이질의 농경체험과 투호, 소원지 쓰기, 윷놀이를 경험해보는 옛놀이 체험 등은 잊혀져가는 우리 놀이를 통해 세대 간의 교류를 도와 줄 것이다. 이밖에 산책로, 들꽃광장, 썰매타기(겨울), 물놀이장(여름), 허브정원 등도 둘러볼 수 있다.
문의: 031-324-4024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