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특히 선거 때문에 일손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일 겁니다.”
충북 음성에서 배농사를 짓는 노장식씨는 벌써부터 봄철 일손 구하는 게 걱정이다. 다음달이면 과일 솎아내기를 해야 하는데 사람 구하기가 어려울 것 같아서다.
바쁜 영농철이 다가오지만 농가들마다 부족한 일손을 구할 생각에 벌써부터 한숨이 늘고 있다. 최근 희망근로와 노인일자리사업 등으로 인해 상대적으로 편한 일을 찾는 사람들이 늘면서 사람 구하기가 힘들어진 탓이다.
게다가 올해는 사상 최대 규모의 6·2 지방선거를 앞두고 이런 현상이 더욱 두드러질 것으로 예상된다.
◆ “선거 기간 봄철 제일 바쁠 때” = 5·6월이면 농촌은 모내기와 과수 열매솎기 일정 등이 겹쳐 봄철 가장 많은 일손이 필요한 때다. 하지만 일손을 구하는 일은 어느 해보다 힘들 것으로 보인다.
이번 선거는 자치단체장을 비롯해 3800여명의 선출직을 뽑고, 1만5000여명이 후보로 나서는 사상 최대 규모로 치러진다.
그런 만큼 올해 선거사무원도 2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2006년 치러진 4회 지방동시선거 때는 공식적으로만 15만2000여명에 이르렀다. 실제로는 이보다 많은 인원이 선거에 동원됐다는 얘기다.
희망근로사업(10만명), 노인일자리사업(18만6000명) 등으로 그나마 있는 일손마저 빠져나갈 것으로 예상되는데다 선거사무원까지 대거 빠져나가면 농촌에서 사람 구하기란 정말 하늘의 별따기가 됐다.
◆인건비도 덩달아 올라 = 이처럼 농촌 일손구하기가 힘들어지면서 인건비도 덩달아 상승하고 있다.
충남도가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농촌의 올해 평균 인건비는 남자는 8만원, 여자는 5만원 정도다. 지난해(남자 7만원, 여자 4만2000원)보다 15% 이상 올랐다. 전남과 경북 등 다른 지역도 상황은 비슷하다. 선거가 다가오면서 이보다 더 오를 수도 있는 상황이다.
충남 천안시에 사는 농민 김민식씨는 “사람 구하기가 힘들어지니 해마다 인건비가 오르고 있다”며 “농산물 가격은 그만큼 오르지 않기 때문에 농민들이 농사짓기가 그만큼 힘들어진다”고 하소연했다.
해마다 해오던 공무원들의 농촌 일손돕기도 시들해질 것으로 보인다. 농림부와 행정안전부, 선거관리위원회 등이 나서 선거법 저촉 없이 일손돕기를 할 수 있다고 관련 지침을 내려 보냈지만 현장 공무원들의 발길이 쉽게 떨어지지 않는다. 공무원들의 선거법에 대한 공포가 그만큼 큰 탓이다.
◆학교·기업 나서야 = 충남 천안시 한 공무원은 “자칫 농촌 일손돕기가 선거법상 기부행위에 해당될 수도 있어 조심스럽다”며 “선거로 업무까지 늘어나면 그나마도 몸을 빼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충남도 농산과 관계자는 “공무원들의 노력만으로는 농촌 인력 문제를 해결하기가 쉽지 않다”며 “기업과 학교 등의 적극적인 일손 돕기 활동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김신일 기자 전국종합 ddhn21@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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