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지역축제를 준비 중인 지자체들이 천안함 침몰사고 때문에 고민에 빠졌다. 전국적인 애도 분위기 속에 행사를 강행할 수도, 그렇다고 오랜 기간 준비해온 행사를 무작정 취소할 수도 없어서다.
◆ 행사 강행 후 뭇매도 = 대전 대덕구는 오는 10~11일 열리는 신탄진 봄꽃 축제 중 봄꽃음악회, 댄스공연 등 20개 무대행사를 전격 취소했다. 앞서 3일 개최 예정이던 ‘KBS 전국노래자랑 대덕구편’도 취소했다.
충남 논산시도 8일부터 열리는 딸기축제 중 공연과 불꽃놀이 등 이벤트성 행사 13개를 취소하기로 했고, 공주시는 9일부터 열리는 계룡산 벚꽃축제 기간을 7일에서 3일로 축소하고 개·폐막식 무대 행사를 모두 취소했다. 충남도에서만 8개 행사가 취소 또는 축소됐다.
경기도에서도 13개 행사가 취소·축소됐다. 경기도는 오는 9일부터 11일까지 열릴 예정이던 도청 벚꽃축제 중 노래자랑이나 연예인 초청 축하공연 등을 모두 취소키로 했고, 안양시는 8일 열기로 했던 목요콘서트를 취소했다. 서울의 자치구들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지역 축제를 위해 오랜 기간 준비해온 터라 행사를 취소하는 것이 쉽지 않다”면서도 “하지만 전국적인 애도 분위기 때문에 행사를 강행하는 것은 더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이미 일부 지자체들은 이런 상황을 무시한 채 행사를 강행했다 여론의 뭇매를 맞기도 했다. 김동성 충북 단양군수와 나소열 충남 서천군수가 대표 사례다. 이들은 행사장에서 노래를 불렀다는 이유로 각종 언론에 이름이 오르내리는 등 홍역을 치르고 있다.
하지만 지자체들의 봄철 축제는 대부분 봄꽃축제나 지역 특산물 축제처럼 이 시기를 놓치면 치를 수 없는 행사들이다. 지역 주민들의 소득과도 직결된다. 지자체들이 행사 취소를 머뭇거리는 이유다.
충남 서천·보령·태안 등은 이달 중 열리는 지역 주꾸미 축제를 예정대로 치르기로 했다. 아산시도 이순신 축제를 강행키로 했다. 다만 불꽃놀이 등 화려한 무대행사는 자제하는 분위기다. 이들은 천안함 사건이 빨리 해결되기만을 바라는 눈치다.
충남의 한 지자체 관계자는 “행사를 취소하는 분위기가 확산되고는 있지만 실제로 강행하는 쪽과 취소하는 쪽 중 어느 것이 더 효과적인지 판단이 서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른 지자체 관계자는 “봄꽃축제나 지역 특산물 축제처럼 일정 조율이 어려운 행사들은 그대로 강행할 수밖에 없다”며 “하지만 전국적인 애도 분위기에 역행하는 것 같아 마음이 편치 않다”고 했다.
◆“선거 전 마지막 기회인데 …” = 이 같은 상황은 6·2 지방선거를 코앞에 두고 있는 상황에서 지자체들을 더욱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선거에 출마할 현역 단체장들이 치를 수 있는 마지막 행사인 만큼 행사 준비에 어느 해보다 공을 들여온 탓이다. 이 때문에 불꽃놀이와 연예인 초청 공연 등 일부 행사만 취소하고 축제를 강행하는 지자체들도 상당수 있다. 특히 지난해 신종플루 때문에 각종 행사를 열지 못했던 지자체들로서는 올 봄 행사를 취소하는 것이 더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대전지역 한 지자체 관계자는 “단체장이 다수 주민들과 접촉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포기하기가 쉽지 않다”며 “행사는 강행하되 혹시 모를 비난 여론에도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신일 기자 전국종합 ddhn21@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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