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한표의 <프랑스 식탁 문화와 매너>

생선요리(fish - 프, poisson, 쁘와송)에 관한 매너

지역내일 2010-04-12
서양 정식 코스에서 생선요리는 메인 요리인 육류 요리 앞에 나온다. 이때는 보통 백포도주가 제공된다. 담백한 맛으로 먹는 생선, 조개류 등에는 씁쓸하고 뒷맛이 개운한 드라이한 백포도주가 어울린다. 흔히 생선 요리에 백포도주를 마시는 것은 고기 색깔과 맞추기 위한 것일 뿐만 아니라, 또한 생선의 담백한 맛이 강한 적포도주로부터 침범 받지 않게 하고 싶기 때문이다.
생선 요리는 제공되자마자 바로 먹지 말고, 소스가 나올 때까지 기다렸다 먹다. 일반적으로 소스에는 묽은 소스와 진한 소스가 있는데, 일반적으로 생선요리에는 진한 소스가 나온다. 그러나 묽은 소스가 나오면, 요리 위에 직접 뿌리고, 진한 소스는 접시에 덜어놓고 찍어 먹는다. 진한 소스를 요리 위에 그대로 얹으면 소스의 맛이 너무 강해 요리 본래의 맛을 잃게 되기 때문이다. 소스란 요리의 맛을 내기 위한 것이므로 요리와의 조화가 중요하다. 서양 요리 특히 프랑스 요리는 소스를 매우 중요시하는데 메뉴에도 소스 이름이 함께 제시될 정도이다.
생선 요리의 종류를 보면 생선 류, 조개류, 새우 등이 있다. 실제 메뉴에는 생선명과 조리방법이 함께 나온다. 예를 들면 가장 대표적인 것이 광어 뫼니에르이다. 뫼니에르(Meuniere=원래는 ‘방앗간 여주인’이라는 뜻이다.)란 생선을 계란과 밀가루에 묻혀 프라이팬에서 익히는 조리법을 말한다.
서양 요리에 숙달되지 않은 사람이 처음에 서양 정식 테이블에서 생선 요리를 먹기 어렵다. 실제로 포크와 나이프만을 가지고 생선을 뒤집지 않고, 또한 손으로 잡지 않고 생선요리를 먹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따라서 비즈니스자리에서는 생선 요리를 먹지 않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어쨌든 통 채로 요리된 생선을 먹는 방법과 필요한 매너들을 살펴본다.
? 우선 먼저 레몬의 한쪽 끝을 포크로 고정시키고 나이프로 가볍게 눌러 즙을 낸다. 즙을 짠 레몬은 접시 한쪽에 놓는다. 석쇠에 구워져 나오는 생선은 레몬이 조각으로 나오는데, 이때는 엄지, 인지, 중지 세 손가락을 이용해서 즙을 짜낸다. 다른 손으로는 즙이 바깥으로 튀지 않도록 가린다. 생선요리에 레몬이 나오는 이유는 생선의 담백한 맛과 레몬의 산미가 멋진 조화를 이루기 때문이다.
? 나이프로 머리와 꼬리를 잘라낸 다음 지느러미 부분을 발라낸다. 생선용 포크와 나이프는 육류용보다 무디고 날카롭지 않으며, 사용방법은 일반 포크나 나이프 사용법과 같다. 생선용 나이프는 19세기 초 빅토리아 여왕 시대에 생선의 뼈를 제거하기 위해 처음으로 소개되었다고 한다. 날렵한 육류용 나이프로는 생선이 부서지는 경우가 생기기 때문에 생선용 나이프는 톱니가 없다.
? 그런 다음 뼈를 따라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나이프를 수평으로 움직여 위쪽의 살과 뼈를 따라 발라놓고, 생선의 살만을 접시의 앞쪽으로 옮긴 후 왼쪽에서부터 먹을 만큼 잘라가며 먹는다. 왼쪽부터 먹는 이유는 포크를 쥐고 있는 손이 왼손이기 때문이다.
? 위쪽의 살을 다 먹은 다음에는 생선을 뒤집지 말고 그 상태에서 다시 나이프를 뼈와 아래쪽의 살 부분 사이에 넣어 살과 뼈를 발라놓고 먹는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생선을 우리처럼 뒤집지 않는다는 것이다. 생선을 뒤집는 것은 어부들 사이에서 배가 뒤집힌다는 불길한 징조로 받아들여져 뒤집지 않는 것을 기본으로 한다.
? 생선요리를 먹다가 가시가 입에 남아 있을 경우에는 손을 이용하기보다는 포크를 사용하여 밖으로 받아내어 접시 구석에 놓는다.
? 생선 요리는 살이 무르기 때문에 나이프와 포크가 함께 놓여져 있다 할지라도, 포크만으로 먹어도 무방하다.
그 외에 다른 식으로 조리되는 생선 요리들은 무엇이 있을까? 우선, 연어 소떼가 있다. 그것은 연어를 살짝 구워낸 것으로 껍질을 벗겨 내고 조금씩 잘라먹는다. 그리고 새우 요리는 껍질을 벗기고 포크로 머리를 고정시킨 후 나이프를 살과 껍질 사이로 밀어놓고 껍질만을 벗겨낸 다음 살만을 잘라가며 소스를 찍어 먹는다. 라 부이야베스(La Bouillabaisse)는 프랑스 마르세이유를 중심으로 한 지중해 연안의 별미로 해산물을 끓여 만든 일종의 ‘해물 탕’이다. 장어, 도미, 농어 등의 생선에 조개, 새우, 게 그리고 토마토, 양파, 후추 등을 넣고 끓인 것이다. 생선 그그땡은 생선이나 새우 등등을 크림소스와 함께 그라땡 접시에 넣어 오븐에서 구워낸 요리를 말한다. 이때 중요한 것은 그라땡 접시를 손을 잡지 않는 것이다. 왜냐하면 접시 채 오븐에 넣었다 빼낸 요리로 접시가 뜨겁기 때문이다. 잘못하면 접시에 손을 데는 수가 있다. 끝으로, 에스카르고는 전채 요리로 먹지만 생선 코스에 제공되기도 한다. 왼손에 달팽이용 집게로 껍질을 고정시킨 후 오른 손의 에스카르고 전용 포크로 살을 끄집어낸다.
샤벳(Sherbet)은 풀코스의 생선요리와 육류요리 사이에 제공되는 것으로, 단맛이 적고 알코올 성분이 있는 소량의 빙수와 같다. 오늘날에는 거의 생략되고 있긴 하지만, 다음 코스의 식사를 위해 입안을 산뜻하게 하고 미각을 새롭게 하기 위한 것이다. 대개 다리가 긴 글라스에 담겨져 나오므로, 왼손으로는 글라스의 다리 부분을 잡고 오른 손으로는 디저트용 스푼을 이용해서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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