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신문이 만난 사람들 - 화가 신경숙 씨

서른 중반에 시작한 수채화는 내 인생의 디딤돌

4번 도전 끝에 국선 입선, 8월에 KBS 방송국 시청자광장서 전시

지역내일 2010-04-12 (수정 2010-04-12 오후 8:45:27)

가수 이적의 엄마이자 여성학자로 유명한 박혜란은 자신의 책 ‘나이듦에 대하여’에서 ‘마흔살은 무언가 새로 시작하기에 딱 좋은 나이’라고 하였다. 그리고 10년 동안 세 아이의 엄마이자 전업주부의 삶을 정리하고 대학원에 입학한다.




시작에 늦음은 없다
수채화 화가 신경숙(성포동) 씨는 여성학자 박혜란처럼 결혼하고 10여년을 전업주부로 살았다. 큰 아이가 학교에 들어가 던 해! 그녀는 그 누가 그랬던 것처럼 ‘하고 싶은 일’을 한다. 여성학자 박혜란이 대학원을 새로운 시작의 발판으로 삼았다면 그녀는 미술도구를 시작의 디딤돌로 사용했다. 그때 그녀 나이 서른 중반. 마흔 살 보다 훨씬 빠르다. “하지만 전공한 것도 아니고, 나이도 많다”고 생각해 힘들었다. 정말 처음 수채화 사용하는 초등학생처럼 아무것도 모르고 시작했다”는 그녀. 그래도 하고 싶고 좋아하는 그림 그리기를 배울 수 있다는 것에 이끌려 몇 년을 그림에 몰두 할 수 있었다. “한 터치 넣었을 때 다른 색과 만나면서 번질 때의 그 느낌(그것을 ‘물맛’이라고 한단다)에 빠져 수채화를 사랑하는 아줌마가 되었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하고 배움도 변한다. 배움은 발전하며 쌓인다. 그림에 몰두한 시간은 고스란히 작품에 나타났다. 고생 끝에 보람이라고 국전 4번 도전 끝에 입선의 영광을 안았을 땐 눈물을 펑펑 쏟았다. 한국수채화 공모전에서 입상한 작품 ‘작은 소망2’는 그림을 처음 시작할 때 갓 초등학교에 입학했던 딸이 좋아하는 작품. 그 꼬맹이가 대학졸업을 앞둔 20대 중반의 숙녀가 되었다. 2001년 첫 전시를 시작으로 5번의 개인전 가진 그녀는 모든 화가들의 ‘로망’인 서울 예술의 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전시를 하는 영광을 갖기도 했다. 올 8월에는 KBS방송국에 있는 시청자광장에서 작품 20여점을 전시할 계획이다.




흙벽돌을 그리며 사라지는 것에 대해 생각하다
작년 2월부터 본오3동 주민자치센터에서 수채화 강사를 시작한 그녀는 어느 날 이젤 앞에  앉아 있는 머리 하얀 할머니를 보고 깜짝 놀랐다. 할머니의 나이 68세. 물감을 처음 사용해 본다며 쑥스러워 하던 할머니는 건강이 염려 될 정도로 열심히 그림을 그린다. “너무 무리하는 거 아니에요?”하고 물으면 할머니는 “나도 선생님처럼 10년 후 전시하려면 이 정도는 해야 해” 한다. 자신이 누군가의 롤 모델이 되었다는 것이 즐거웠다.
모두 자식 같지만 그녀가 가장 아끼는 작품은 2001년 첫 전시 출품작. 50호 대작(大作)인 그 작품을 위해 며칠 동안 거의 밤을 지새웠다. 바닷가 출사에서 찍은 한 장면-소라껍데기가 켜켜이 쌓인 -을 어찌나 현실감 있게 표현 했는지 그 당시 전시 도록을 보면서 리포터는 감탄을 한다. “실제 작품은 더 사실적인데...”하며 아쉬워하는 그녀. 그러다 생각난 듯이 “소라가 왜 밧줄이 달려 있는 줄 아시나요?”하며 리포터에게 묻는다. “밧줄에 달려 있는 소라를 바다에 던져 놓으며 거기로 주꾸미가 들어온대요. 그러니까 소라는 살아서도, 죽어서도 우리를 위해 일하는 거죠” 그래서 쌓여있는 소라를 그릴 때 더 애틋한 마음으로 작업했다고 한다. 
요즘 그녀의 관심사는 시골풍경. 시골에서 자란 경험은 없지만 높은 하늘과 낮게 자리 잡은 시골의 지붕은 그녀를 편안하게 한다. 그리고 흙벽돌....충청도 지역을 여행하다가 본 흙으로만 만든 ‘담배 건조실’을 요즘에 열심히 그리고 있다. 누군가 자신의 그림을 보고 희미해진 유년 기억을 기억했으면 좋겠다는 그녀. 작업실 곳곳에 있는 그녀의 ‘담배건조실’을 보고 있으니 어릴 적 석탄으로 담배를 건조시키던 아버지 환영이 눈에 선하다.
남양숙 리포터 rightnam6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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