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가 등 단순 시세보다 임대수익을 따져라
동판교`·서판교 상권 특성 파악부터 … 투자 예정지 주변 유효 이용층도 가늠해야
지난달 30일 오후 1시, 점심시간과 맞물려 그런지 판교역 주변 도로에는 오가는 차량 없이 한산했다. 판교역 이정표를 보고 좌회전해 들어가니 손에 뭔가를 들고 흔들며 지나는 차를 잡는 남자들이 보였다. 이들은 판교역 주변의 프라임스퀘어, 럭스타워, 서건타워 등 신축상가 분양대행업체의 영업사원들. 도로에 나와 전단지를 들고 지나다니는 운전자들에게 호객행위를 하는 중이다. 이 지역은 동판교의 중심에 위치해 향후 판교신도시 뿐만 아니라 인근 분당 지역 수요까지 끌어들이는 노란자위 상권이 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금융위기의 여파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상반기에만 2000억원의 거래 물량을 만들어낸 판교 상가. 최근에는 쌍용건설이 시공을 맡은 마크시티의 7개 상가가 사흘만에 4분의 1이 분양되기도 했다.
날씨가 풀리면서 업체간 불꽃경쟁이 뜨거워진 판교 상가에서 투자자들은 어떤 전략을 짜야 할까. 동판교와 서판교로 나뉘는 판교의 상권 특성을 비롯해 투자 시 유의할 점, 현재 분양 중인 상가정보 등을 정리해봤다.
판교역 외 근린상가, 분당과 상권 공유 위험부담도
2만9000여 가구에 8만7000여 명이 입주하는 판교는 소비력을 갖춘 대규모 택지개발 지구라는 점이 매력적이다. 특히 상업업무용지의 구성비가 분당이 8.5%, 죽전이 6.8%인 데 반해 판교는 1.45%에 불과해 상가 희소성이 높다는 평가다. 현재 판교 상가는 동판교 지역에 들어서는 판교역 주변과 서판교의 중심을 가로지르는 운중로를 따라 공급되고 있다.
우선 판교역이 들어서는 동판교의 입지적 장점은 역을 중심으로 한 상업지역이 위치해 배후수요 뿐 아니라 외부 유입인구가 많을 것이라는 점. 서건타워 분양대행사 이승찬 본부장은 “판교역은 기존 분당선보다 서울 접근성이 좋아 판교주민 뿐 아니라 분당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유입될 것”이라며 “특히 서울 삼성동 코엑스몰의 4배 규모인 알파돔시티와 한국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테크노밸리 등이 위치해 분당과 서울은 물론 수원, 용인 등의 유동인구도 흡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높은 분양가가 걸림돌이다. 판교역 중심상업지구의 3.3㎡ 기준 분양가는 이미 강남역 수준까지 상승했고, 1층 상가의 총 분양가가 10억원을 넘어섰다.
분당과 인접해있는 만큼 중심상업지를 제외한 상가의 경우 상권을 공유하게 되지 않겠느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분당 서현, 수내, 정자 등 이미 안정화된 중심상권으로 고객이 빠져나갈 수 있는 위험부담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는 것. 입주민 입장에서는 쇼핑 및 편의시설을 쉽게 이용할 수 있어 편리하겠지만, 반대로 상인이나 상가 투자자들 입장에선 분당에 고객을 뺏길 수 있는 상황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특히 분당과 판교 주민들의 요구대로 분당~수서간 도로가 지하화 될 경우 판교역과 분당 아름마을의 보행도로가 확보되면 상권 공유는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대형고급음식점 등 가족 단위 점포가 유리한 서판교
서판교는 공동주택 1만여 가구, 단독주택 1800가구 등의 주거시설이 들어서면 배후수요가 3만8000여명으로 예상된다. 청계산 자락과 맞물려 동판교에 비해 주거 쾌적성이 높고 서판교역 예정지 주변으로 상권이 형성된다는 것이 특징. 사무실 등 업무시설보다는 단독 택지에 상주하는 인구와 아파트 단지 주민 수요가 이용하는 상권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는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따라서 젊은 층이나 직장인, 유동인구를 상대로 하는 음식점, 카페, 주점보다는 아파트 입주민 등 가족 단위를 겨냥한 넓은 평형대의 고급음식점과 수입가구, 병원 등의 업종이 유리할 수 있다는 평가다.
마크시티 분양대행사 백대현 부사장은 “분당 서현 역세권 중심상업지구가 1층 상가 기준 평당 8000만~9000만원인 점을 감안하면 4000만원 대 분양가는 절반 수준인 것이 사실”이라며 “이미 형성되어 있는 상권과 이제 만들어지기 시작하는 상권 차이를 감안하더라도 판교 상가의 장기적 수익률은 안정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서판교는 동판교나 분당에 비해 상대적으로 분양가가 저렴하다고 알려져 있지만, 실제 서판교역 예정지 주변의 1층 상가 기준 평당 분양가는 4500만원으로 만만치 않은 편. 나래메디플러스 분양대행사 박준영 대표는 “배후세대가 5000여 세대에 불과하고 점포 수가 200여개에 달하는 상황에 15평 기준 월 임대료가 500~600만원인 상가를 유지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라며 “실제 개발 진행여부와 완공시기가 상권 활성에 미치는 영향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에 서판교역 개통 여부에 대해서도 사전 점검을 해두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높은 분양가, 임대수입 6~10% 가능할까
전문가들은 판교 근린상가 분양가가 분당이나 강남권보다 낮은 것은 사실이지만 투자수익을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판교 근린상가 점포를 사려면 1층은 5억원 이상(점포당 분양면적 45~100㎡), 2층도 최소 2억원 이상을 투자해야 한다. 문제는 투자액 대비 임대수입이 분당`강남권처럼 6~10% 정도 나올 수 있느냐 하는 것.
프라임스퀘어 분양대행사 강성숙 대표는 “개발 초기에 높은 수익률을 기대하지 말고 장기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며 “특히 상권 초기 자칫 높은 분양가 때문에 세입자가 입점을 꺼리는 경우에는 아무리 입지가 탁월해도 장기 공실로 방치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 접근성과 상가 가치 실현의 가시성도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면 도로 학교 상업시설군 등을 중심으로 상권을 나눠 투자 예정지 주변의 유효 이용층을 가늠해보는 것이 필요하다. 분당 상권이 형성되기까지 5~10년 정도의 시간이 걸린 것처럼 판교신도시는 상권 형성 시간이 오래 걸리고 업종별 입지별 특성이 크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분양률이 저조할 경우 초기 분양 때보다 가격을 할인해주는 경우도 있으므로 상가별 분양실적 등도 투자 전에 따져보는 게 좋다.
홍정아 리포터 tojounga@hanmail.net
단지 내 상권에서 알짜 점포를 찾아라
# 동판교의 한 아파트 단지 내 상가에서 프랜차이즈형 제과점을 운영 중인 A씨. 아파트에 입주해오는 사람이 늘면서 매출이 늘고 있는 상황이다. 주변에 분식점이나 식당 등 이 없는데다 A씨의 가게가 주변에서 유일한 빵집이다 보니 빵이 없어 못 팔 정도라고.
# 판교 중국음식점 1호라는 현수막을 내걸기도 했던 서판교의 한 중국집. 2009년 1월 문을 연 이 집은 판교 입주와 함께 배달주문이 시작돼 배달직원 10명을 풀가동하며 월 매출 1억을 올리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입주 초기 상권을 선점하면서 주변에 경쟁업체가 없는 희소성 속에 매출을 늘린 경우다.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판교 신도시에서 분양 중인 근린상가는 40여 곳, 1700여 개 점포에 달한다. 대부분 지상 4~10층짜리 중소형 상가로 유흥업소를 제외한 슈퍼마켓 약국 식음료점포 등이 입점할 수 있다. 특히 단지 내 상가는 기존 도심 상권과의 차별화가 가능하고, 가구원이 많은 중소형 아파트로 구성돼 고객을 쉽게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판교에서 현재 운영 중인 업종은 대부분 거주자를 위한 생활편익중심의 상점들이 주를 이룬다. 단지 내 상가에 공인중개사나 소형 슈퍼마켓, 세탁소, 치킨전문점, 음식점 등이 포진해 있다.
판교의 한 부동산 전문가는 “중심상업지는 블랙홀처럼 주변상권을 빨아들여 주변 상권을 유명무실하게 만드는 특성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며 “단지 내 근린상가처럼 중심상업지의 영향이 미치지 않는 독립된 상권이 오히려 유리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한편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판교 신도시에 공급하는 마지막 상가 물량이 이달 중 예정되어 있다. 봇들마을(A18블럭)과 백현마을(A24, 25블럭) 휴먼시아 3개 단지에서 51개 점포를 분양할 계획이다.
홍정아 리포터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