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의 봄 길을 찾아서

부천의 산소 탱크, 지금 대장 들녘은...

지역내일 2010-04-01 (수정 2010-04-07 오후 2:23:27)

“들길 따라서 나 홀로 걷고 싶어, 작은 가슴에 고운 꿈 새기며 나는 한 마리 파랑새 되어 저 푸른 하늘로 날아가고파.” 가수 양희은의 노래가 생각났다. 부천의 산소 탱크라 불리는 대장들녘을 걸으면서. 부천덕산초등학교에서 베르네 천을 건너 대장들녘 논둑길을 걸어가면  도심 속 작은 학교인 대장 분교가 나온다. 도시화된 부천에 이렇게 살아 숨 쉬는 자연 산책로가 있다는 것이 경이로웠다. 

덕산초→ 덕산고→ 농수로길
덕산초등학교 교감선생님께 부탁해서 대장들녘 가는 길을 물었다. 이 학교가 작년 10월 대장 들녘 걷기 대회와 황금들녘 축제를 주최해서다. 덕산초에서 덕산고를 지나 베르네천 인근의 소공원을 지나가면 오정대로 4거리가 나온다. 거기서 주공아파트가 308동이 보이는 곳으로 길을 건넜다. 아파트 뒷길로 돌아가니 훤하게 펼쳐진 대장들녘이 나타났다. 시야가 탁 트였다. 교감선생님은 그곳에 서서 어디로 가야 하는지 설명해줬다. 길을 따라 걷는데 논둑길 근처에서 할머니들이 냉이를 캔다. 검은 비닐봉지에는 냉이가 수북했다. 3월의 눈을 맞고도 냉이는 얼어 죽지 않았나보다. 소하천 베르네천이라는 이정표가 나타났다. 그 아래 농수로에는 예상치 못한 광경이 벌어지고 있었다. 4월10일 경이면 한강 수문이 열려서 물이 가득 찬다는 농수로에 낚시꾼들이 그득했던 것이다. 그들은 아직 물이 차지 않은 웅덩이에 물 낚시를 던지고 기다린다. 가장자리에 앉은 강태공의 찌가 움직였다. 그는 잽싸게 낚싯대를 들어올린다. “붕어닷!” 일급수에서 잡은 듯 깨끗한 작은 붕어가 바늘에 걸려있다.      

논둑길→ 오곡동 영구아트SF영화연구소
농수로 위쪽에는 젊은 부부가 앉아있다. 그들도 어망을 던져서 피라미를 잡고 있다.
“신월동에 살아요. 바람 쐬러 왔어요. 집에 아로와나가 있는데 피라미 먹이를 주려고 가끔씩 잡으러 와요.” 그들은 여름이 되면 갈대숲이 펼쳐지고 가을에는 벼들이 익어서 멋진 길이라고 대장들녘을 소개한다. 고강동에 사는 김종환(70)씨는 “4월부터 10월까지 농번기가 지나면 물이 빠지고 지금 같은 상태가 된다. 굴포천 고기는 냄새가 나지만 이곳 고기는 깨끗하다. 그래서 취미 삼아 온다. 참게와 메기, 잉어, 장어를 잡은 적도 있다”고 말했다. 
농수로를 따라 걸었다. 이 길은 김포공항 쪽으로 뚫린 길이다. 오른쪽 파밭 건너편에 여월천 정비공사 푯말이 보인다. 약 2.2km 쯤 걸어가니 소신여객 12-1번 버스가 종점에 서있다. 거기서 길이 두 개로 갈라진다. 팽오리 농장과 종점 슈퍼를 중심으로 오른쪽은 대장분교로 가는 길이고 왼쪽은 영구아트 가는 길이다. 심형래 감독이 운영한다는 영구아트SF영화연구소에 가보기로 했다. 

영구아트→ 대장동 대장분교
과해주말농장이 있는 오정교 왼쪽은 강서구 오곡동이고 오른쪽은 부천 과해동이다. 현재 과해동이라는 지명은 없어졌다. 영구아트SF영화연구소(www.younggu-art.com) 앞에는 커다란 용가리가 서있다. 가다가 농사꾼 이준영씨(60)를 만났다. “영구아트 뒤에서 하우스 농사를 짓고 있다. 이곳에서 나서 살았는데 김포공항 비행기 소음 때문에 쫓겨났다”며 웃는다. 93년 설립된 영구아트는 심형래 감독을 주축으로 한국 SF영화의 위상을 높이려는 연구소가 있는 곳. 경비실에 앉아있던 경비아저씨는 “이곳 풍광은 사계절이 아름답다. 강서구 부녀회 등에서 견학을 온다. 디워 찍을 때 사용했던 세트들을 구경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영구아트를 방문하려면 이메일(zeronine@younggu-art.com)로 질문하면 된다. 영구아트를 나와 대장분교로 가는 길은 2.2km가 조금 넘었다. 분교 앞 쪽에 소하천 오쇠천이라는 푯말이 붙어있다. 베르네천, 여월천, 오쇠천을 지나 온 거다. 걸을 때마다 소하천의 이름이 바뀌었다. 학교 입구에는 에코그린스쿨선도학교, 생태체험학습장이라고 쓰여 있다. 작고 아담한 학교를 돌아봤다. 안쪽에는 푸른부천21이 조성한 생태연못이 있다. 부용화와 분꽃 부채붓꽃을 심은 텃밭에는 그윽한 시골 정취가 물씬 풍겼다.
총 4km가 더 되는 길을 3시간 넘게 걸으며 대장들녘을 부천의 생태관광 특구로 개발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제주에 있는 올레길과 지리산 둘레길, 시흥의 늠내길과 갯골길도 좋지만 우리 부천에도 공기 맑은 산책로를 만들어보자고. 올 봄에는 가족과 함께 시간을 내서 대장들녘을 걸어보자. 들녘을 걸으며 냉이와 달래, 쑥을 캐며 즐거운 시간을 갖자. 
임옥경 리포터 jayu77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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