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신문이 만난 사람들 - 시곡초 이도연 학생
스스로 공부하며 남다른 영어실력 쌓아, 하루에 2~3시간 원서 읽어
판타지 영문소설 기대해주세요
중앙도서관 개관연장 문화 행사 <즐거운 책 읽기 - 그리스 신화> 첫 강의 날. 한 소녀가 사전처럼 두꺼운 영문 소설책을 꺼낸다. 종이 재질도 누렇고, 글자체도 오래된 듯하다. 글씨 크기도 깨알처럼 작다. 한눈에 봐도 초등학생 소녀가 읽을 만한 수준은 아닌 것 같다. 그래서일까?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 그녀에게 꽂힌다. 대 놓고 감탄하는 사람, ‘정말 읽을 수 있나?’ 하며 고개를 갸우뚱하며 지나가는 사람들 틈에서 이도연(시곡초6) 학생의 책장 넘기는 손길이 분주하다.
어떤 사람은 기자(리포터를 포함한)란 주체할 수 없는 자신의 호기심을 공공의 영역으로 이끌고 해결하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임무에 충실한 리포터는 도연의 어머니(박은아)에게 명함을 보여주며 ‘만남’을 약속 받았다.
동화책 한권을 4개월 동안 듣다
도연은 그 흔한 영어학원도 다니지 않는다. 그렇다고 외국에서 몇 년 살다온 것도 아니다. 초등학교 3학년 때 친척이 사는 미국에 두 달 정도 체류한 것이 외국생활의 전부! 그런데도 남다른 영어 실력은 어떻게 쌓은 것일까? ‘하루 10분’이 도연의 영어생활의 시작이다. 8살부터 매일 10분씩 영어 파닉스를 한 도연은 1년 후 웬만한 단어를 읽게 된다. 그 후 본격적으로 영어테이프 듣기와 읽기가 시작됐다. 영어 동화책 한권을 정해 4개월 정도 꾸준히 듣고 읽었다. “4개월 동안 한권의 동화책을 정한 후 동일한 난이도의 책을 골라 또 들었어요. 단어와 어휘도 그 전에 듣던 것과 비슷한 책으로 선택했지요. 대신 내용과 재미가 많은 책을 접하게 했더니 나중엔 아이 입에서 줄줄 책 내용이 흘러 나왔어요” 한다.
영문 ‘판타지’ 소설을 쓰다
2000~3000권 읽었던 한글 동화책이 바탕이 되었을까? 도연은 영어동화책을 읽으며 문자구조나 어순 파악을 했다. 학원에 가지 않아 생기는 시간은 도연이 마음 편히 책을 읽을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었다.
다른 나랏말을 배우는 일은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리는 장거리 마라톤 같아서 천천히 속도 조절을 해야 정복할 수 있다. 그야말로 ‘천리 길도 한 걸음부터’라는 말이 제대로 적용되는 분야. 도연은 영어동화책을 읽으며 느끼고, 숙지하며 몸에 체화되는 과정을 익혔다. 그러자 해리포터 시리즈, 나니아 연대기 등의 판타지 소설이 원서로 읽혀지기 시작했다. “번역된 해리포터도 읽었거든요. 하지만 원서로 된 해리포터를 읽고 났을 땐, 뭐랄까... 번역된 책이 과일을 믹서에 간 주스 같다면 원서는 생과일 자체를 먹은 느낌”이라고 설명하는 도연이. 영어울렁증이 있는 리포터는 도연이가 표현하는 ‘주스’와 ‘생과일’의 뉘앙스를 완벽히 이해하지는 못할 것 같다. 영어공부를 해야지 원....
도연은 6학년이 되면서 영작 소설을 쓰고 있다. 내용은 머릿속에 거의 정리되어 있고 원고 작성은 현재 30% 정도 진전된 상태. 원서로 된 판타지 소설을 많이 읽은 영향일까? 내용도 역시 ‘판타지’이다. 내용을 알려달라고 하니 “엄마에게도 아직 안 보여준 1급 비밀”이란다. 물리학을 공부해 세계의 석학이 되고 싶다는 도연이는 그래서 요즘엔 확장된 ‘책읽기’를 하고 있다. 세상을 움직이고 있는 삶이나 역사이야기, 그리고 자연 생태에 관한 책을 읽으려 한다. 그래서 다음 도전할 책은 약초와 풀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 ‘고양이 전사들’이다.
남양숙 리포터 rightnam6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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