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에서는 열 명의 남자를 진료하는 것보다 한명의 부인을 진료하는 것이 더욱 어렵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남성에 비해 여성의 몸이 복잡하고 그로 인해 다양한 질병이 많이 발생한다는 의미다.
여성은 성인이 되어 가는 과정에서 월경을 하고 임신 출산 육아의 여러 단계를 거치면서 여러 질환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아지게 된다. 또한 여성은 남성에 비해 정서적, 환경적인 요인의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여성의 질환은 단순히 한 두 가지 증상만으로 충분한 진단을 내리기가 쉽지 않고 그만큼 근본 치료도 간단하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여성들이 가장 빈번하게 호소하는 대표적인 세 가지 증상들을 살펴 보고, 이의 한의학적 원인 및 치료법, 그리고 예방을 위해 일상 생활에서 주의해야 할 점들을 부산시여한의사회 회장을 맡고 있는 소명한의원 조인주 원장을 만나 알아봤다.
1. 생리가 불규칙하고 색이 어둡고 덩어리가 많으며 생리통이 심하며 손발이 유난히 차고 저리고 아랫배가 차고 설사가 잘 나며 소변을 자주 보는 편이다.
이런 환자들은 대부분 하초허한증 즉 자궁 및 방광 그리고 대장이 차고 예민한 것이 원인인데, 흔히 생리시 생활이 곤란할 정도로 심한 하복통 및 요통 그리고 소화장애 및 구토 어지러움 등을 겪는다. 평상시 설사 및 변비를 교대로 하는 증상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으며, 수족냉증 및 저림 증상이 있다. 대부분 신경이 예민하여 수면장애 및 심하면 우울증이 생기기도 한다. 자궁근종, 자궁내막증, 과민성 대장 증후군, 저혈압 및 만성위염. 방광염 등의 질환에 속한다.
치료법은 하초를 따뜻하게 해 주고 냉기로 인해 쌓여진 자궁속의 어혈을 풀어줌으로 전신 혈류를 원활하게 해 주는 침 뜸 및 좌훈 요법, 한약 치료가 효과적이다. 일상 생활에서는 찬 음식을 피하고 너무 짧은 하의나 꽉 끼는 속옷 착용을 피하는 것이 좋다. 또한 지나친 다이어트는 삼가하고 꾸준한 반신욕이나 족욕으로 하체를 따뜻하게 하여 전신 혈액순환을 도와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2. 얼굴이 자주 화끈거리고 가슴이 두근거리며 땀이 나고 쉽게 피로하며, 불안 신경질 우울감 등 감정 조절이 힘들다.
이것은 폐경기 여성에게 흔히 나타나는 갱년기 장애 증상으로, 체내의 음기, 즉 여성 호르몬의 고갈로 인해 음양의 균형이 깨어져 양의 기운 즉 열이나 화가 두드러지게 나타나게 되는 현상이다. 그 외에 남녀노소 상관없이 상체에 열이 많은 체질에서도 나타나며, 잦은 음주나 스트레스로 인해 간열이 위로 역상해서 생기기도 한다. 갑상선 기능 항진증에서도 이와 비슷한 증상이 발생할 수 있다.
여기에 오랫동안 표현하지 못하고 쌓인 억울 감정 즉 홧병이 동반될 경우 증상이 감정 변화에 따라서 훨씬 가변적이고 지속적이므로 장기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치료법은 고갈된 음기 다시 말해 우리 몸의 물의 기운을 보충해 주고 위로 뜨는 화기를 내리는 약물 요법이 가장 효과적이고 근본적이다. 일상 생활에서는 찜질방, 열탕, 온풍기 등을 피하고, 알코올 및 카페인, 맵고 짠 자극적인 음식 섭취를 삼가하며 수분 섭취를 많이 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홧병을 동반한 경우에는 가족들의 관심과 이해가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혼자 집에 있는 시간을 줄이고 긍정적인 생각과 적극적인 사회 활동이 많은 도움이 된다.
3. 허리가 아프면서 엉덩이와 다리가 당기고 저린다. 아침에 눈뜰 때나 앉았다 일어날 때 허리와 무릎이 쉽게 펴지지 않고 소리가 나기도 하며 손가락이 잘 구부려지지 않아 주먹을 쥐기가 힘들다. 다리가 힘이 없어 잘 넘어지고 발목을 쉽게 삔다.
이것은 신허증상 즉 우리 몸의 뼈에 노화가 오는 현상으로, 기계로 비유하자면 기름기가 말라 녹이 슬기 시작하는 현상이다. 젊은 여성에서도 근골격계가 부실하며 진액이 부족한 체질에 생길 수 있으나, 흔히 갱년기 이후 여성 호르몬 분비가 약해지면서 각종 노화 현상과 동반되는 경우가 많다. 허리 디스크, 척추관 협착증, 골다공증, 무릎 및 손발가락의 퇴행성 관절염 등의 질환이 여기에 속한다.
치료법은 부족해진 윤활유를 보충해주기 위해 진액 생성 장기인 신장의 기운을 북돋워 주는 약물 치료법이 가장 근본적이며, 침, 뜸, 부항 등의 전통적인 한방 치료가 증상 개선에 많은 도움이 된다. 일상 생활에서는 체중이 불어나지 않도록 적절한 체중 관리에 힘쓰며 허리 및 관절 강화를 위한 적절한 운동 및 체조를 꾸준히 한다. 바른 자세를 유지하는 습관이 중요하며 우유, 생선, 견과류 등 칼슘과 단백질이 함유된 음식 섭취를 충분히 한다.
여성의 몸은 해부학적 생리학적으로는 물론이고 정신적으로도 남성의 몸과 확연히 차이가 난다. 그러므로 더욱 세심한 보살핌이 필요하다 고 하겠다. 평소에 나의 몸 상태를 잘 체크하여 적절한 관리와 치료를 함으로써 나이와 상관없이 언제나 건강하고 활기찬 생활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도움말 : 부산시한의사회 여한의사회 조인주 회장 (소명한의원 원장)
곽재우 팀장 dolboc@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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