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사람, 사랑했던 것에 대한 옛 기억을 꺼내면서 상태가 호전돼
사람은 추억을 떠올리기 위해 나이를 먹는 것인지도 모른다. 빛바랜 기억 속에서는 아픔마저도 아름다움으로 되살아나곤 한다. 치매미술치료협회 신현옥 회장은 오늘도 모든 것이 희미해지는 어르신들의 기억의 끈을 잡아 주고 있다. “치매미술치료란 기억 회상 요법을 통해 어르신들이 자아를 찾아가는 것입니다. 향기, 맛, 젊음, 추억이 함께하는 그림을 통해 성취감, 정서적 안정을 얻어 지적활동 능력을 향상시키고 있어요.” 선이나 색, 형태를 스스로 표현하며 그리운 사람, 사랑했던 것에 대한 옛 기억을 꺼낸다. 그 과정에서 상태가 치유되고 호전되는 것을 볼 수 있단다. 누구도 하지 않았던 치매미술치료에 대한 그녀의 열정도 어쩌면 그리움에서 비롯되었으리라. “시어머니가 치매셨어요. 주변의 시선이 너무 힘들어 두문불출하고 그림을 그렸죠. 어머니도 옆에서 크레파스로 그림을 그리셨어요. 그것은 또 다른 세상으로 나를 이끌어 갔습니다.” 시어머니는 돌아가셨지만 수많은 새로운 부모님들을 만나 나갔다. 그림을 매개로 그 분들의 아름다운 추억과 동행하는 동반자가 된 것이다.
사랑의 교감이 필요한 일, 어르신들이 사랑하는 사람으로 생을 마감하고 싶어
치매미술치료의 일을 한 지 어느덧 22년. 뜻 있는 단체와 기관들의 따스한 관심과 많은 치매미술치료사 선생님들의 도움을 받으면서 성장을 거듭해 왔다. 수원을 비롯해 일산, 오산, 경상도의 봉화, 울산, 충청도 등지에서 1천500명의 수강생이 도화지에 추억을 펼친다. 어르신들의 작품을 전시하는 공간이며 사랑방 역할을 하는 치매미술치료협회 부설 영실버아트센터에서 자살예방·성 상담, 문화프로그램 등을 진행하고 있기도 하다. “겉으로 명랑한 듯해도 마음으로는 자살을 생각하는 우울한 노인들이 많다. 그 분들 역시 그림을 통해 자신을 표현하며 자존감을 회복한다”는 신 회장은 가족들의 인정과 칭찬 속에 자신들의 그림을 전시하며 변모해 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단다. 이제 치매미술치료는 외국에서도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일본, 미국의 시카고, 로마 등지에서 치매 어르신들의 작품을 전시했다. 보살핌 정도의 치매치료가 아닌 작품을 남기며 성취감을 얻는 미술치료에 주목하기 시작한 것이다.
“치매미술치료는 어르신들과의 교감을 끌어내야 하는 일이라, 인내심이 많이 요구됩니다. 하지만 눈동자만 살아있으면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사랑의 교감을 계속할 겁니다.” 어르신들이 사랑하는 사람으로 인생을 마감하고 싶다는 그녀. 국회의사당에서처럼 청와대에서도 작품을 전시하고픈 또 다른 소망 하나를 얘기한다.
권성미 리포터 kwons02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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