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들이 가장 일본적이라고 생각하는 신사(神社)에 한국문화와 역사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다는 사실에 연구를 하면서도 무척 놀랐습니다. 한·일 관계에 있어서 과거사 문제가 여전한 불씨로 남아있는데, 저의 연구가 미약하지만 올바른 역사 연구를 위한 단초를 제공할 수 있었으면 정말 좋겠습니다.”
백제의 발자취를 좇아 한국에 온 일본인이 국사학전공 석사가 됐다.
22일 제59회 영남대 학위수여식에서 만62세에 시작한 늦깎이 유학생활 끝에 석사 학위를 취득한 오카사 와코(64·여)씨. 지도교수인 김정숙 교수가 선물로 준 한복을 곱게 차려 입고 식장에 나타난 그는 “처음 한국에 와서 고대사를 공부하기 시작했을 때 한국과 일본의 해석이 너무나 달라 깜짝 놀랐다."며 "그러나 공부를 하면 할수록 양국 교류의 역사가 얼마나 오래됐으며, 얼마나 밀접했는지를 새삼 깨달았다"고 말했다. 오카사 와코씨는 특히 "한류(韓流)가 일본에서 돌풍을 일으킨 것도 결코 우연이 아닌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의 석사논문 제목은 ‘백제왕신사(百濟王神社)에 관한 일고찰(一考察).’ 38년간 오사카의 한 초등학교에서 선생님으로 재직했던 그는 평소 아이들과 자주 들르던 신사(神社)의 이름이 아직도 ‘백제왕신사’로 남아있다는 사실에 늘 의문을 갖고 있었다. 백제왕신사는 백제의 마지막 왕인 의자왕의 손자 경복(敬福)왕의 신주를 모신 신사로 오사카부 히라카타시(大阪府 枚方市)에 현존하고 있다. 경복왕은 8세기 중반 일본으로 건너와 당시 천황이던 성무천황(聖武天皇)을 도운 공로로 인근 지역 태수가 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00년 대구의 초등학교 교사들과 교류를 시작하면서부터 한·일 관계사에 더욱 큰 관심을 갖게 된 그는 결국 2006년 3월 정년퇴임 후 그해 11월 한국 유학길에 올랐다. 당시 한국어라고는 유치원 아이 수준에 불과했던 그는 먼저 영남대 한국어학당에 입학했다. 그리고 만 15개월 동안 한국어공부에 매달렸다. 그리고 틈틈이 대학원 진학 후 수업계획서를 쓰고, 국사학과 김정숙 교수도 직접 찾아가 대학원 진학을 하고자 하는 이유에 대해 열심히 설명했다. 그 결과 한국어능력평가시험에도 합격하고 2008년 3월에는 영남대 대학원 국사학과에도 입학할 수 있었다.
그때부터 그는 현해탄을 넘나들며 ‘백제왕신사’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를 시작했다. 백제왕신사에 대한 의문을 풀기 위해 고사기, 일본서기, 속일본기 등 일본 정사(正史)도 열심히 연구하고 ‘백제왕신사’ 역사를 기록한 유서(由緖)도 면밀히 검토했다.
그는 "백제왕신사는 백제의 귀족문화와 불교문화가 일본의 민간신앙과 결합한 형태로 토착화에 성공한 결과 유지·보존될 수 있었으며, 이는 일본인의 정신문화적 뿌리가 한국에서 유래했음을 보여주는 역사적 증거"라고 주장했다.
최세호 기자 seh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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