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교신도시 입주율에 얽힌 비밀
누가 판교를 ‘불꺼진 도시’라 하나?
기준 따라 30%까지 차이 … 16일 현재 입주 대상 1만7915 가구 중 94% 입주
지난 2008년 12월, 서판교 산운마을의 ‘사랑으로’가 판교 아파트 입주의 첫 스타트를 끊은지 15개월이 지났다.
최근 중앙일간지와 TV방송의 판교 부동산 관련 뉴스는 ‘불 꺼진 집’ ‘암흑도시’ ‘로또 판교의 하락’ 등 부정적인 보도 일색이다. 그 근거는 최고 2073대 1, 평균 경쟁률 49대 1을 뚫고 얻은 로또아파트의 행운에도 불구하고 기반시설이 갖춰지지 않아 정작 판교 입주율은 70% 미만으로 저조하다는 것. 오죽하면 로또 판교에 분양을 받고도 입주하지 않은 사람이 10명 중 3명이나 되겠느냐는 논리다.
하지만 지난 12일 찾은 판교원마을 5단지 푸르지오에서는 평일인데도 이삿짐을 실어나르는 사다리차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판교입주종합상황실에 따르면 이날 하루 판교로 이사 온 가구는 무려 100가구. 실제로 판교 인근 부동산에 나가보니 나와 있는 전세나 매매 물건은 가뭄에 콩 나듯 귀한 상황이었다. 판교 아파트 입주율, 그 숫자에 숨겨진 비밀을 풀어본다.
판교 입주율 94% 넘기며 ‘순항중’
“예상했던 것보다 많이 불편하진 않아요. 아직 판교에 마트가 없어서 분당 서현이나 용인 죽전으로 차를 타고 가야 하긴 하지만, 그건 이사 오기 전에도 마찬가지였으니까요. 급할 땐 단지 내 상가에 있는 슈퍼마켓을 이용하기도 하구요.”
지난해 11월 판교 백현마을로 이사한 주부 이신영(46) 씨. 이 씨가 살고 있는 대림 이편한세상 아파트의 경우 16일 현재 8단지 331가구(총 340가구, 입주율 97%), 9단지 340가구(총 348가구, 입주율 98%) 대부분이 입주를 마쳤다.
인근 판교 휴먼시아 부동산 관계자는 “아직 입주하지 않은 빈 집들은 경기가 침체되면서 기존에 살고 있는 주택이 안 팔리거나 전세가 빠지지 않아 이사계획이 늦어지는 경우”라고 설명했다.
지난 16일 판교신도시 입주종합상황실에 따르면 판교신도시 내 산운 판교원 봇들 백현 등 4개 마을, 35개 단지 입주대상 1만7915가구의 입주율은 94%인 1만6891가구로 집계됐다.
단지별로는 산운마을에 3009가구가 입주해 96%(총 입주대상 3146가구)의 입주율을 보였고, 판교원마을 94%(총 5722가구 중 5399가구 입주), 봇들마을 95%(총 6143가구 중 5851가구 입주) 백현마을 91%(총 2904가구 중 2632가구 입주)였다.
그렇다면 70% 미만의 저조한 판교 입주율은 어떻게 나온 숫자일까.
짓지도 않은 아파트까지 포함해 입주율 산정?
16일 현재 판교 입주 대상 2만5790가구를 기준으로 입주를 마친 1만6891가구의 비율을 따져보니 입주율은 65%. ‘암흑도시’ ‘불 꺼진 판교’의 함정이 바로 여기 숨어 있었다.
판교입주종합상황실의 이영호 씨는 “판교 전체 입주대상 2만5790가구 안에는 성남순환 재개발 이주단지 4993가구, 현재 시공 중인 2882가구, 입주대상 아파트인 1만7915가구가 모두 포함돼 있다”며 “아직 짓지도 않은 아파트까지 합쳐 입주율을 따지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사람이 들어가 살 수 있는 입주 대상 아파트를 전체로 놓고 오늘 날짜를 기준으로 몇 가구가 입주했는지를 따져야 정확한 입주율이 나온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3월 1일 자 모 일간지에는 판교원마을 1단지 402가구의 입주율이 70%선에 그치고 있다는 기사가 실렸다. 16일 현재 이 단지에 입주한 가구는 총 390가구로 입주율이 무려 97%. 그렇다면 그 사이 무려 20% 넘는 입주율이 채워졌다는 얘기인데, 과연 그럴까.
사실은 달랐다. 판교입주종합상황실에 확인해보니 3월 1일부터 16일까지 이 단지에 입주한 가구는 단 6세대에 불과했다.
경기침체`기반시설 미비도 입주 지연 요인
이처럼 판교 입주율이 축소 보도되고 있는 면이 있긴 하지만, 정작 입주율 100%를 채우지 못하는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국가적으로 몰아닥친 경기 침체 영향 외에도 신도시를 조성하면서 주변에 학교와 병원, 교통 등 각종 기반시설을 제때 확충하지 못한 것도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봇들, 백현마을이 있는 동판교에 비해 분당과 멀리 떨어져 있는 산운, 판교원마을의 서판교는 상대적으로 상업시설이 부족해 입주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는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특히 주민자치센터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곳이 판교동과 운중동 두 곳에 불과해 입주민들의 문화생활 욕구를 충족시키기에도 아직은 역부족인 상황이다. 판교동주민센터는 판교에서 가장 먼저 에어로빅 탁구 요가 가야금 영어회화 등 문화강좌프로그램을 운영 중인 곳. 이곳 조명환 사무장은 “현재 개설되어 있는 19개 강좌에 일본어, 중국어회화, 사물놀이 등 4개 강좌를 추가해 4월부터 시작하는 2기 수강생을 모집할 예정”이라며 “주변에 취미 활동을 즐길 만한 곳이 부족해 그런지 주민센터 문화프로그램이 입주민들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다”고 전했다.
홍정아 리포터 tojoung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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