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의 기나긴 기다림 끝에 찾아오는 봄. 시들시들하던 화초가 가장 먼저 봄을 알리며 새순을 밀어내는 순간이 가장 행복하다는 플로드림(삼천동) 이병철 대표(40)을 만났다. 꽃집으로 들어서자 봄꽃들이 꽃향기를 뿜어내며 고운 자태를 한껏 뽐내고 있었다. 잠시 고개 숙여 꽃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은 순간을 뒤로하고 오랫동안 꽃과 함께 해온 이 대표의 이야기를 들어보기로 했다.
“대학교 졸업 후 군 입대 전에 두 달 정도 꽃 배달 아르바이트를 한 것이 인연이 됐어요. 제대 후에 다시 꽃집에서 1년 정도 일하다가 서울로 올라가 그동안 모은 돈에 대출까지 받아서 강남 터미널 근처에 꽃 위탁판매점을 냈어요. 지금 생각하면 화훼시장의 현실을 잘 몰랐던 탓에 6개월 만에 실패하고 다시 대전으로 내려왔지요”
첫 화훼사업에 실패하고 다시 대전으로 내려온 이 대표는 3일 밤낮으로 고민하다가 꽃에 대한 오기가 생겨서 다시 꽃집에 취직했다고. 그는 첫 화훼 사업 실패 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차근차근 꽃에 대한 공부를 시작했다고 한다. 꽃 소매부터 이론까지 오랜 준비기간을 거쳐 다시 꽃집을 창업한 것이 99년이었다. 화훼를 늦게 배운 만큼 힘든 일도 많았고 갈등도 많았다고. 하지만 지금은 누구보다도 꽃 때문에 행복하고 꽃 때문에 우울해질 정도로 그의 기쁨과 슬픔은 꽃에서부터 비롯된다.
“꽃 판매가 안 되거나 화분 관리를 잘 못해서 꽃이 죽었을 때 가장 우울해요. 그러다가도 시들시들 하던 꽃이 새순을 힘차게 밀어 올리며 건강한 생명력을 과시하는 것을 보는 순간 기분도 최고가 되지요. 손님들이 죽어가는 꽃 화분을 들고 오면 ‘한번 살려볼께요 하지만 100% 장담은 못한다고 대답하지요’ 그런데 막상 그 꽃이 다시 살아나는 것을 보면 그 꽃을 보고 기뻐할 손님 생각에 제 기쁨은 두 배로 커지지요.”
이 대표는 꽃을 사러 오는 손님들에게 냉정할 만큼 솔직한 사람이다. 아무리 손님이 좋아서 선택한 꽃이라고 해도 그 꽃이 앞으로 자랄 환경과 맞지 않으면 다른 꽃을 권해준다. 또 고객들이 눈으로 직접 꽃을 확인하지 않아도 전화로만 믿고 주문할 정도로 성실한 사람으로 평가되고 있다. 책에서 읽은 이론이 아닌 15년 동안 직접 꽃을 키우면서 몸소 체득한 경험에서 우러나온 화분 관리법을 손님들에게 알려주는 것도 잊지 않는다.
사계절 중에서 꽃집이 가장 바쁜 계절은 봄, 가을이다. 겨울에는 화분 관리가 힘들기 때문에 죽는 경우가 많고, 또 여름에도 장마로 인해서 화초의 뿌리가 썩어서 죽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봄, 가을은 화분을 새로 장만하는 사람들의 발길로 꽃집도 함께 분주해진다. 또 봄, 가을에는 결혼식을 비롯하여 각종 기념일이 많은 계절이다. 기쁨과 행복이 있는 자리에는 늘 꽃이 놓이기 마련. 특히, 봄, 가을에는 꽃으로 행복을 배달하는 기쁨도 쏠쏠하다고 한다.
이 대표가 지금처럼 큰 매장을 운영하기까지는 꽃과 식물에 대한 그의 애정의 깊이도 그 만큼 함께 자라온 탓이다. 오픈 초창기에는 꽃집 문을 닫고 밤 10시부터 새벽 4시까지 꽃 전문가를 찾아가 꽃에 대한 전반적인 공부를 온몸으로 체득하는 시간을 가졌다고. 이 대표는 지금도 가족과 함께 했어야 할 시간에 함께 하지 못하는 미안함을 전하며 항상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주는 아내에게 감사하다는 마음을 덧붙였다.
조용숙 리포터 whdydtnr7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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