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신문이 만난 사람들-‘파라오 여행’

주부에서 벨리댄서로, 여자의 변신은 행복 찾기!

조원2동주민센터 벨리댄스동아리 ‘파라오 여행’

지역내일 2010-03-18 (수정 2010-03-18 오후 7:11:59)

‘파라오 여행’이란 동아리 이름만으론 도저히 벨리댄스가 떠오르지 않는다. 처음 제안한 동아리의 이름은 ‘파라오의 여인들.’ 하지만 파라오가 가진 ‘제일 큰, 우러러보다’라는 뜻이 왠지 왕에 종속되어 있는 여인처럼 느껴졌다고. ‘벨리댄스로 건강한 삶을 유지하면서 파라오까지 여행하자’는 위풍당당한 뜻을 품고 벨리댄스 동아리 ‘파라오 여행’이 만들어졌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 벨리댄스는 젊게 사는 비결 
 조원2동주민센터 3층의 다목적홀 문을 열자마자 세월의 연륜이 묻어나는 주부들이 화려한 벨리댄스 의상을 입고 몸을 푸는 모습이 보였다. “이만한 나이가 되면 아무래도 몸매도 그렇고, 피부탄력도 떨어지잖아요. 그런 점을 감안하고 보세요.(웃음)” 숨길 수 없는 살에 대한 강경순 회장의 얘기가 어색하던 분위기를 금세 편안하게 만들었다. 평균 나이 50. 경쾌한 음악과 함께 시작된 그들의 벨리댄스는 여느 젊은 여성 못지않은 열정이 담겨있었다. 어디 그뿐인가, 귀에 익숙한 유행가에 맞춰 소품을 활용한 벨리댄스를 선보인다. 브라운아이드걸스의 ‘Sign.’ 부채로 얼굴을 가리거나 어깨를 ‘타타타’ 내리치는 동작 등 벨리와 대중가요의 접목은 꽤 멋들어진 공연이었다. 강 회장은 “요즘엔 퓨전벨리댄스가 대세다. 캐럴송, 트로트 등 장르를 불문하고 음악에 맞는 벨리댄스 동작으로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한다”고 했다. 부채 외에도 베일, 스틱, 칼, 캐스터네츠 같은 소품들이 벨리댄스의 묘미를 살려준다.   “벨리댄스 배우면서 신세대가 됐어요. 예전에는 관심도 없던 음악프로그램에 저절로 집중이 되거든요. 노래에 맞춰 춤도 춰보고, 일단 귀에 익숙하니까 좋더라고요.” 회원 조의훈 씨의 얘기에 다들 공감하는 분위기다. 나이를 공개하고 보니 훨씬 젊어 보인다. 벨리댄스는 젊음의 묘약인 모양이다.


예쁜 몸매는 물론 건강까지, 벨리댄스는 만병통치약
 영어로 ‘복부’를 뜻하는 벨리(belly)라는 이름에서 보듯 벨리댄스의 모든 동작은 복근을 주로 사용한다. “복근에 힘을 주다 보니 요실금에도 좋다”는 송순희 씨의 얘기를 시작으로 벨리댄스의 장점이 줄줄이 쏟아진다. 골반운동은 물론 가슴에 탄력도 생기면서 저절로 자신감이 생긴단다. 다이어트에도 효과적이라고 하던데…, 리포터의 이런 질문에 강 회장이 “그건 아가씨들에게나 해당되는 말”이라며 손사래를 친다. 에너지 소모량이 많다 보니 아줌마들은 땀 흘린 뒤 나누는 먹을거리의 즐거움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고.  
 “살이 빠졌다는 얘기보다는 몸매가 예뻐졌다는 소리를 많이 들어요. 자세도 바르게 되고요.” 57세라는 나이가 무색할 만큼 피부가 고운 조선행 씨는 무엇보다 “삶이 즐겁고 건강해졌다”고 말한다. 벨리댄스 동작은 그들의 일상에서도 요긴하게 활용된다. 어깨부터 손까지 이어지는 동작인 ‘스네이크 암즈’는 오십견을 막아주고, 소화가 안 될 때는 배에 파동을 만들어주는 ‘카멜’ 동작이 제격이다.
 “아참, 치매도 안 생겨요. 다음 동작이 무언지 자꾸 생각하다 보면 두뇌회전이 빨라질 수밖에 없거든요.” 송혜자 씨의 얘기에 송순희 씨는 대뜸 이렇게 말한다. “그러고 보니 벨리댄스가 만병통치약 같네. 그런데 정말 그게 사실이거든요.” 그들의 벨리댄스 사랑을 누가 말리랴.


벨리댄스와의 첫 만남 이후 지금까지 우리는 행복한 동반자
 1년 반 전 쯤, 주민센터에서 벨리댄스를 처음 시작했을 때만 해도 생각대로 되지 않는 몸동작 때문에 힘들었다고 한다. 수·목요일 두 차례 이뤄지는 수업으로는 실력이 늘지 않겠다는 생각에 동아리를 결성하게 됐다. 수업 시간 이후에 남아서 많은 연습을 하다 보니 실력도 일취월장, 이제는 수십 곡도 소화해낼 만큼 자신감도 붙었다. 어떻게 하면 더 멋진 동작을 만들까, 어떻게 하면 회원들에게 쉽게 설명해줄 수 있을까라는 생각에 수업시간에 더욱 집중하게 된다는 강 회장은 천상 벨리댄서다. 기분이 우울하고 몸이 아프다가도 벨리댄스 의상을 딱 갖춰 입고 음악만 나오면 기운이 펄펄 난다. 
 
 사실 의상이 예사롭지 않아 가족들의 만류도 있었을 법한데 변현숙 씨의 남편은 아내의 벨리댄스 실력을 동네방네 자랑하고 다닌단다. “카페에도 자주 들어와 제 춤을 모니터해주고 댓글도 남기고 가죠.” ‘매일 하라면 하겠다고 할 만큼 벨리댄스가 재미있다’는 총무 장진숙 씨는 설거지를 하면서도 춤을 춘다. 남편 앞에선 제대로 의상까지 갖춰 입고 공연을 하기도 한다. 지원자로서 그들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가족 덕분에 벨리댄스 실력도 이만큼 성장할 수 있었다. ‘나이가 들어서 이런 멋진 의상을 언제 입어볼 수 있겠냐’는 회원들은 ‘무대에 서는 순간 우리는 마치 세상에서 가장 멋진 주인공이 된 것 같다’고 입을 모은다. 
 그들의 새로운 목표는 4월에 있을 한국벨리댄스협회 수원지부 주최 벨리댄스 발표회. 오늘 배운 동작을 잊어버릴세라 자리를 훌훌 털고 또 다시 연습 대형으로 섰다. 큐! 소리와 함께 섹시하면서도 건강미가 넘치는 여인으로 변신하는 그들의 모습에서 ‘아름다운 프로’의 냄새가 났다.




오세중 리포터 sejoong7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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