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기, 내 인생이 소중하다
에릭슨(Erikson)은 인간이 태어나서 죽음에 이르기까지의 발달단계를 8단계로 구분하였다. 첫 단계에서 갓 태어난 아기는 엄마에 대한 애착과 신뢰감을 형성하기 시작하고 이후 자율성, 주도성을 발달시키면서 아동기, 청소년기로 성장한다. 또한 부모는 성인기, 중년기, 노년기로 이행해간다. 이 과정에서 자녀는 부모의 일부가 아닌 전부라고 인식되는데, 실제로 부모가 자녀만 바라보고 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둘째 아이 수능 시험을 끝낸 현민이 어머니는 허탈감과 우울감에 빠져있다. 어머니 인생을 두 아이의 학교생활과 맞추어서 초등 1학년부터 고3까지 거의 15년을 보냈는데 그 결과는 만족스럽지 못하다. 더 속상한 것은 아이와의 관계 마저 편치 않다는 것이다. 현민이는 엄마를 감시자, 훈계자로 기억하고 있다.
지민 엄마는 오래전 학창시절 엄마의 긴장된 모습을 떠올린다. 엄마는 모든 것을 걸었고 온 힘을 다하여 뒤바라지를 해 주셨기에 성적이 떨어지면 엄마에게 미안한 마음부터 들었었다. 진로에 대해서도 엄마가 정해주는 대로 따를 수 밖에 없었다. 지민이를 키우면서 ‘내 엄마처럼 하지 말아야지’하고 되뇌었지만 지민 외할머니의 모습이 자주 겹쳐지고 있다.
자녀가 성장해 감에 따라, 특히 고등학교를 졸업할 무렵이 되면 부모는 공허함과 소외감을 느낄 수 있다. 부모와 자녀 간에는 건강한 경계가 필요하다. 중년기 부모가 생산성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관심과 활동이 다변화되고, 가족에게 지나치게 의존하지 않는 힘이 있어야 한다. 아이들은 엄마가 엄마 자신의 일을 주도적으로 해 나가는 모습을 통해 미래의 부모 역할을 모델링할 것이다. 엄마의 활기차고 행복한 모습은 엄마 자신, 그리고 가족 전체를 위해서 중요하다. 자녀를 위해 또는 나 자신을 위해 무엇을 선택하기는 힘든 노릇이다. 하지만 부모 자신을 소중하다고 생각하는 그 마음은 이기적이지 않다. 자신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은 공주병도 이기주의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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