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자기주도학습을 익혀라

세계는 지금 자기주도학습 능력을 원한다

어려서부터 자기주도학습 습관 만들어야, 다양한 독서와 경험 중요

지역내일 2010-03-13

학부모들 사이에서 ‘자기주도학습’이라는 말이 인기다. 몇 년 전부터 텔레비전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그 힘의 실체를 보여주며 관심을 모았던 자기주도학습. 최근 입학사정관제가 확대되고 특목고 입시에 자기주도학습전형이 도입되면서 대세로 굳어졌다. 관련 프로그램이 교육시장에 대거 등장했고, 책이나 강좌도 인기다.

자기주도학습이란?
과학고는 올해 입시부터 입학사정관제에서 이름을 바꾼 ‘자기주도학습전형’과 과학캠프 참가자를 평가해 선발하는 ‘과학창의성전형’을 통해 입시를 치를 방침이다. 전국 평균 31.3%를 자기주도학습전형으로 뽑고, 2012학년도부터는 정원의 50% 이상을 자기주도학습전형으로 선발할 예정이다. 외국어과나 국제고 등도 올해부터 내신과 면접 등으로 진행되는 자기주도학습전형으로 학생을 선발한다.
교육과학기술부의 ‘외국어고ㆍ국제고 자기주도학습전형 매뉴얼’에는 ‘자기주도학습(self-directed Learning)은 ‘학생 스스로 자신의 학습과정에서 주도적으로 목표를 설정하고 계획해 학습한 후 스스로 결과를 평가하는 과정을 통해 창의력과 문제해결력을 향상시키는 학습’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즉, 학생 스스로가 공부의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능동적으로 실천해 가는 것이 자기주도학습의 핵심이다. 
안산 에듀플렉스 정현구 원장의 설명이다. “자기주도학습을 ‘독학’이나 ‘자습’ 정도로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자기주도학습은 독학이나 자습처럼 단순히 혼자서 하는 공부와는 구별됩니다. 스스로 공부에 대한 필요성을 깨닫고, 이에 따라 공부계획을 세우고, 실천하고, 최종적으로 평가까지 이루어져야 제대로 된 자기주도학습입니다. 자기주도학습의 완성을 위해서는 우수한 조력자가 필요할 때가 많죠. 보통 부모, 선생님, 학습매니저 등이 조력자의 역할을 맡게 되는데, 이들은 학습에 대한 동기부여와 학습방법 등을 코칭하는 역할을 하게 됩니다.” 

자기주도학습 왜 인기인가?
자기주도학습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자기주도학습 프로그램, 책, 강연 등도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지난 겨울방학에는 수도권에 있는 4개 대학에서 자기주도학습캠프를 열어 주목을 받았고, 학원 설명회에서는 자기주도학습에 관한 내용이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또 자기주도학습 강연회는 학부모들의 최대 관심사 중 하나로 자리잡았다. 
자기주도학습의 이 같은 인기 원인은 3가지 정도로 분석되고 있다. △자기주도학습을 통해 얻게 되는 문제해결력과 창의력 △과학적으로 증명된 자기주도학습의 효과 △대학 입시의 변화 등이 그것이다. 문제해결력과 창의력은 스스로 목표를 세우고 실천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길러지게 되는데, 성인이 되어서도 큰 도움이 된다. 또한 대입에서 통합형 문제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더 이상 주입식 암기 위주의 공부로는 해결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자기주도학습을 찾는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대학이나 사회에서 요구하는 인재상이 바뀌고 있기 때문에 자기주도학습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게 제시되고 있다. 산업사회에서는 정보를 많이 가진 사람이 인재로 평가를 받았지만 지식정보화사회로 바뀐 현대에서는 다양하게 흩어진 정보를 모으고 보다 창의적으로 활용하는 사람이 인재로 평가받게 됐다는 것이다. 자기주도학습 능력이 뛰어난특목고 학생들의 높은 명문대 합격률 등도 같은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다.

자기주도학습 능력 어떻게 키워야 하나? 
스스로 책상에 앉아 공부 계획을 세우고 실천해 가는 자녀의 모습을 싫어할 부모는 없다. 하지만 대부분의 학생들은 자기주도학습 능력 부족으로 그렇게 하지 못한다. 누구나 노력만 하면 실천할 수 있다는 자기주도학습을 소수의 학생들만 실천하는 현실은 어떻게 해석해야할까? 교육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의 교육 환경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어려서부터 스스로 공부하기보다는 누군가에게 받은 정보만을 익히는데 습관이 들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정현구 원장의 설명이다. “자기주도학습의 가장 큰 방해 요인은 학부모들의 잘못된 학습지도입니다. 어려서부터 아이 스스로 할 수 있게 시간을 주기보다는 과외와 학원에 길들여 놓죠. 당연히 자기주도학습이 불가능합니다. 과외 시키거나 학원 보내면 효과 바로 날 것 같지만 스스로 성취감을 느끼며 배운 지식이 아니면 오래 남지 않습니다. 좀 느긋한 마음으로 아이에게 자기주도학습을 할 수 있는 시간을 늘려주는 것이 좋습니다. 이게 참 실력으로 이어진다는 것을 알게 될 것입니다.”
교육 전문가들은 자기주도학습이 가능하게 하려면 어려서부터 습관을 들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특히 초등학교 3∼4학년을 전후한 시기에 형성된 학습 습관은 좀처럼 바뀌지 않는다. 때문에 초등학교 저학년 때까지는 많이 가르치는 것도 좋지만 자기주도학습을 이끄는 핵심인 ‘학습 동기’를 심어주는 것이 더 우선이다. 아이에게 무조건 열심히만 외쳤다면 새삼 짚어봐야 할 대목이다. 학습 동기 유발을 위해서는 다양한 경험을 통해 꿈을 갖도록 도와주고, 독서를 통해 시야를 넓혀줘야 한다. 초등 4학년을 전후해서는 아이 스스로 목표를 세울 수 있도록 돕는 것도 중요하다. 그리고 중학교 3학년을 전후해서는 자기주도학습 능력의 질적 향상을 이뤄야 한다. 고등학교에 입학하면서부터는 야간자율학습 등 혼자서 공부해야하는 시간이 급격하게 늘어난다. 자기주도학습이 탄탄하게 갖춰져 있어야 이 시간을 잘 활용할 수 있다. 

이춘우 리포터 phot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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