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보름 묵은 나물을 해먹고 나면 기다려지는 것이 봄나물이다. 벌써부터 마트에 나오기 시작한 봄동과 냉이, 달래가 주부들의 춘심을 자극한다. 서양 사람들에게 야채음식의 꽃이 샐러드라면,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즐기는 야채음식은 뭐니 뭐니 해도 나물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제철에 나는 모든 야채로 나물반찬을 만들 수 있다. 살짝 데친 나물은 샐러드보다 채소 섭취량을 10배 이상 늘려준다. 봄기운을 한가득 내 몸에 들이기 위해 이번 주에는 봄나물 맛집에 가보는 건 어떨까?
자연담은 토속음식점 ‘산촌’
온갖 나물에 슥슥 비빈 보리밥 한 그릇의 봄
나물을 좋아하는 친정 엄마를 모시고 모처럼 점심식사를 하러갔다. “요즘 입맛도 없는데 보리밥 먹으러 갈까요?”
느끼하고 거창한 음식보다는 소박한 채소음식을 즐기는 친정 엄마에게 나물이 가득한 보리밥은 언제나 오케이다. 취재 겸 친정엄마와의 나들이 겸, 분당 서현동 맛집 골목 안쪽 산기슭에 위치한 ‘산촌’을 찾아갔다. 푸근하면서 정갈한 토담집이 마치 교외라도 놀러온 기분을 느끼게 했다. 운치 있는 앞마당이 전창으로 보이는 곳에 자리를 잡고 보리밥을 시켰다. 정겨운 옻칠 목기에 담겨 나온 7가지 나물이 참 소담스럽다. 거무스름한 시골된장과 함께 나온 갖가지 쌈야채에서도 봄기운이 느껴졌다. 새콤달콤한 생채 무침도 입맛을 당겼다. 7천 원짜리 보리밥이지만 비지찌개에 된장찌개, 잡채에 탕평채 등 함께 나온 반찬도 푸짐했다. 움푹한 목기 대접에 담겨 나온 따뜻한 보리밥에 갖가지 나물을 얹고 고추장과 된장국물로 슥슥 비볐다. 투박한 목기 숟가락으로 비비니 나물과 보리밥이 설렁설렁 잘도 섞인다. 시장기에 한 숟가락 듬뿍 떠먹으니 입 안이 온통 봄이다. 평소에 나물을 즐겨먹지 않던 아이도 보리밥에 나물 넣고 비벼주니 맛있다고 잘 먹는다. 주위를 둘러보니 주부들이 대부분의 자리를 채우고 있었고, 어린 아이를 데리고 온 엄마들도 많이 눈에 띄었다.
분당 구미동에서 온 서윤미 씨(36)는 한 달에 한 번 꼴로 이곳에 아이를 데리고 온다고 한다. “아이가 아토피가 있어서 채식 위주의 식단을 먹이려고 노력하는데, 밖에서 외식하면 음식을 골라 먹이기가 쉽지 않잖아요. 그런데 여기에 오면 마음 놓고 먹일 수 있어서 좋아요. 애 키우면서 손이 많이 가는 나물을 매끼 밥상에 올리기 어려운데, 여기 와서 저나 아이나 야채음식 실컷 먹고가요.”
계산을 하며 주인장에게 말을 거니 여수동에서 이곳으로 이사 온 지 1년 정도 됐다고 한다. 듣고 보니 산채보리밥 생각날 때마다 자주 들렀던 야탑역 근처 여수동 맛집 골목 ‘산촌보리밥’이 바로 이집 이었던 것. 모르고 와서 그런지 반가운 마음이 더 컸다.
“직접 담근 시골된장에 화학조미료를 넣지 않고 반찬을 만드니 손님들이 좋아하세요. 옻칠 목기를 사용하는 것도 손님의 건강을 생각하는 마음이죠.” 김광애 사장의 설명이다. 날씨가 좋아지면 야외 바비큐도 별미라고 한다. 모닥불도 피울 수 있게 만들어놓은 마당이 운치가 있어 계절이 좋아지면 꼭 다시 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은정 리포터 ohej0622@nate.com
TIP
● 메뉴 : 산촌정식 1만2천원, 산촌보리밥 7천원
● 위치 : 분당구 서현동 175-5 (분당 서현 새마을 연수원 방향 음식점 골목 GS 칼텍스 주유소에서 평양냉면을 지나 산쪽 끝에 위치)
● 문의 : 031-721-6909
나물향 그득한 ‘풀향’
재료 본연의 맛을 그대로 살려야 ‘맛있는 나물’
언젠가부터 번잡스럽고 기분을 들뜨게 하는 패밀리레스토랑보다는 편히 앉아 수다를 즐길 수 있는 한정식 식당을 모임의 장소로 선택하곤 한다. 세월이 흘러 입맛이 변해서 일까? 아니면 대표적인 슬로우푸드 한정식이 대세여서인가?
분당 구미동에 위치한 ‘풀향’. 그리 크지 않은 규모지만 아늑한 분위기가 마음에 드는 한정식 식당이다.
이곳은 여느 한정식 식당처럼 코스요리가 나오고 마지막에 나물과 반찬 그리고 밥이 나오는데 이 때 나오는 나물이 그 주인공이다. 계절에 따라 곤드레나물, 취나물, 녹차나물, 우거지나물, 부지깽이나물, 고사리나물 등 여러 나물이 돌아가며 올라오곤 한다.
요즘에는 참나물과 원추리나물이 봄나물을 대표하고 있다. 이 나물들은 정선, 화개장터, 울릉도등 전국각지에서 공수 되는데, 화학조미료를 전혀 쓰지 않고 본연의 재료의 맛에 최대한 충실하게 나물을 만드는 것이 이곳의 특징이다. 다듬고 씻고 삶고 무치는 과정이 손이 많이 가서 집에서 즐겨먹기 힘든 나물요리. ‘제대로 한번 먹어 볼까?’ 하는 마음에 참나물을 한입 물었다. 입안에 나물향이 그득하다.
간이 잘 베인 담백하고 개운한 맛은 손님들의 입맛을 사로잡는다. 이곳을 자주 찾는 이희연(38·구미동)씨는 “음식 맛도 좋지만 식사를 하고 나서도 속이 편해서 더 좋다.”고 웃으며 말한다.
‘풍향’의 나물들은 맛도 모양도 한눈에 정성이 들어간 음식임을 알 수 있다. 모두 이곳 하은숙 대표의 솜씨. “친정어머니가 한정식 식당을 하셨는데, 그 손맛을 물려받았어요. 저에게는 이 맛이 제일 맛이 있더라고요.” 볶은 소금과 시골에서 담가온 국간장으로 맛을 내고 그때그때 절구에 빻아 쓰는 깨로 고소한 풍미를 더한다.
“우거지는 줄기에 있는 질긴 심을 일일이 다 제거해야 부드러운 맛이 나요.” 하 대표가 전해주는 맛있는 나물 만드는 방법이다. “특히 고사리와 도라지나물은 가늘게 찢어서 양념을 하는데 간혹 손님들이 무슨 나물인지 물어보는 경우가 많지요.” 그러고 보니 정말 가느다랗게 찢어 나온 도라지와 고사리나물이 신기하게 보였다.
이곳은 그날그날 판매할 음식만 만들지만 미리 주문하면 나물이나 마른 반찬을 구입할 수도 있다. 그 밖에 국내산 간장게장과 지글지글 해물파전과 막걸리도 인기. 5년 동안 고수했다는 착한 가격도 이곳만의 매력이다.
이세라 리포터 dhum2000@hanmail.net
TIP
● 메뉴 : 한정식 1만원, 코다리정식 1만5천원, 꽃게 간장게장 1만5천원
● 위치 : 분당 구미동자치센터 반대편에서
골안사 방향으로 100미터
● 문의 : 031-716-66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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