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머 in 테마

우리를 新 맹모·맹부라 불러다오

손자 교육에 올인하는 분당·용인 열혈 에듀시니어

지역내일 2010-03-02

지난 2월 23일, 분당용인내일신문이 주최한 제1회 학부모 브런치 교육 강좌가 죽전 신세계 백화점 문화홀에서 6주간의 대장정을 끝으로 열띤 성원의 막을 내렸다.
이번 강좌에서는 교육과학기술부 이주호 차관의 입학사정관 제도에 대한 방향 설명을 비롯해 이석록 메가스터디 소장, 조남호 스터디코드 원장의 현명한 사교육 활용 가이드가 이어졌다. 인창고와 휘문고등학교의 임병욱, 신동원 교사가 공교육에서 내신과 입시점검을 안내해 주었고 공ㆍ사 교육의 적절한 균형감을 갖춘 강좌들은 자녀를 위한 소신교육의 방향을 안내해 주었다. 부모교육 강사인 송지희씨의 부모력에 대한 강의와 와이즈멘토 조진표 대표의 진로 지도를 끝으로 성황리에 막을 내린 학부모 브런치 교육 강좌엔 분당 용인을 비롯한 지역에서 500여명의 학부모들이 참가해 뜨거운 관심을 보여 주었다.
강좌에 참여한 이들 대부분은 6주간 다양한 내용으로 진행되었던 브런치 강좌에 끝까지 열성적인 참여를 보여 죽전 신세계 백화점 문화홀을 들썩이게 만들었다.
 
경제력 플러스 시간과 에너지 쏟으며 손자 교육에 열의
이런데 이들 500여명의 학부모 가운데 남다른 관심과 열정으로 강의를 수강한 사람들이 있었다.
언뜻 보아도 60세는 훌쩍 넘겼을 나이에 머리엔 희끗한 서리를 얹고서 젊은 학부모들 사이에 당당히 앉아 누구보다 반짝이는 눈빛으로 강의를 듣고 있는 시니어 수강생들.
늦은 결혼에 늦둥이를 낳은 걸까 궁금하던 순간, 다름 아닌 손자 교육을 위해 강좌를 수강하고 있는 할아버지 할머니라는 사실을 알고 적잖이 관심이 쏠렸다.
이들은 만나 자세한 내용을 듣고 보니 손자교육에 경제력을 포함해 시간과 에너지를 쏟으며  매니지먼트를 담당하고 있는 신(新) 맹모ㆍ맹부들이었다.
브런치 교육 강좌에서 만난 홍성훈(62ㆍ용인 상현동)씨도 대표적인 열혈 할아버지다.
맞벌이로 아이교육과 학원정보에 신경 쓸 여력이 없는 자녀를 대신해 손자(초등 3학년) 교육에 전권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홍씨는 “요즘은 우리 때와 다르게 교육 정보가 하루가 다르게 변하기 때문에 흐름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 늘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며 “비록 나이가 많은 할아버지라 해도 손자 교육에 누구보다 열정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취학 손자에겐 학습 매니지먼트 자처하기도
사실 은퇴 노인들 사이에 손자의 육아를 담당해야 하는 경우를 두고 ‘인생막장’에 비유한다. 여가와 취미 생활로 바쁘고 활기차고 누려야 할 시기에 육아에 묶여 꼼짝없이 감옥(?)살이를 감내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 자녀 때와 다르게 손자양육으로 체력과 건강을 급격히 떨어뜨려 ‘손주 돌보다 골병 든다’는 말도 빈번히 나올 정도. 이는 손자 양육은 피해야 할 금기 사항임을 에둘러 표현한 말이기도 하다.
하지만 젖먹이 손자가 자라서 학교에 들어가게 되면 사정은 달라진다.
손자들의 높은 학업성취(?)는 어깨에 힘을 줄 수 있는 여지가 되기 때문이다.
“모임에서 만나는 친목 회원들이 손자가 이번에 특목고에 간다느니, 또 누구는 반장만 도맡아 한다느니 하면 은근히 부아가 올라요. 자식들 잘 키운 것과 별개로 시원찮은 성적을 보이는 손자 때문에 조금 맥이 빠지죠.”
얼마 전부터 손자의 영어교육을 위해 매달 70만원의 학원비를 과감히 투자 중인 분당 구미동 이순애(66)씨의 속내다.
‘아버지의 무관심과 엄마의 정보력, 그리고 할아버지의 경제력’이 더해져야 아이 교육이 완성된다는 말이 있다. 사교육에 드는 비용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세태를 풍자한 말이긴 하지만 요즘은 실제 일반적인 트렌드가 되고 있다.
특히 분당ㆍ용인의 열혈 시니어들은 경제적인 후원은 기본, 손자들의 학습 매니저 역할을 서슴없이 자처하기도 한다.


입시와 교육 흐름 읽으려 학원 설명회 찾고 공부하는 에듀 시니어
브런치 강좌에서 만난 김혜구(67ㆍ분당 수내동)씨도 현재 초등학교 6학년에 올라가는 손자가 2학년이던 무렵부터 교육 전반을 도맡아 온 열혈 할머니다.
근처에 살고 있는 둘째 아들내외가 맞벌이로 바쁘다 보니 아이 교육을 위임하게 된 것.
“입시가 자주 바뀌고 입학사정관제도니, 스펙 관리니 예전에는 없던 말들이잖아요. 자식들 키울 때하고도 또 달라서 이제는 손자에게 뭘 가르쳐 주려고 해도 내가 공부하지 않으면 안 되더라고요. 교육 정보도 거저 얻어지지 않으니 이렇게 찾아다니며 배우고 손자에게 새로운 정보를 전달하려 애쓰고 있습니다.”
김 씨는 최신 교육 트렌드를 잃지 않으려 신문, 뉴스를 통해 정보를 모으고 유명 학원의 설명회에는 빠짐없이 참석한다. 딸과 비슷한 또래의 손자 친구 엄마들과 모임도 만들고 또 열성적으로 참여한다. 6주간 진행됐던 브런치 교육 강좌도 이 엄마들과 함께 수강했다.
이처럼 분당ㆍ용인의 열혈 에듀 시니어들은 손자들의 직접적인 교육 매니지먼트를 불사하는 신(新) 맹모ㆍ맹부로 진화 중이다. 교육 전문가들은 “경험과 연륜이 풍부한 조 부모들은 인성이나 학습에서 오히려 조금 더 여유 있고 진지하게 접근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며 “다만 부모들도 아이에 관한 학습정보와 개별특성을 함께 나누는 노력을 병행해야 장기적인 균형감을 가질 수 있다.”고 조언했다.
권미영 리포터 myk31@paran.com 



[에듀 시니어 2인 인터뷰]

할아버지와 함께 하는 공부, 손자가 더 좋아해요
올해 초등학교 3학년에 올라가는 손자가 고등학생도 어렵다는 한자 2급 실력이라며 얼굴 가득 미소를 띤 홍성훈(62·용인 상현동)씨는 손자 얘기만 나오면 그저 흐뭇하다.
“아이 엄마 아빠가 직장 생활을 하다 보니 아무래도 교육 정보를 얻을 만한 여력이 없잖아요. 그래서 작년부터 제가 손자 녀석을 맡아 공부를 봐주고 있습니다.”
아직 초등 저학년인 홍 씨의 손자는 청심국제중학교를 목표로 둘 만큼 야무지고 똑똑하다.
또 할아버지와 함께 공부하는 것을 좋아해 가르치다 보면 오히려 신바람이 절로 난다. 
“영어와 수학은 저와 함께 공부하고 있는데 잘 따라와 주니 기특할 수밖에요. 아무래도 요즘은 공부만 해서는 고른 발달이 안 되니 피아노와 바이올린, 태권도 등 예체능 학원에도 보내고 있습니다. 학원은 모두 제가 찾아다니며 선생님들과 일일이 개별 상담을 한 후 선택해서인지 우리 손자와 잘 맞고 즐겁게 다니고 있습니다.”
손자 교육에 열혈 할아버지답게 홍씨는 교육 정보와 흐름을 읽는 노력에도 열심이다.
단국대학교와 죽전 신세계 백화점에서 열린 교육 브런치 강좌에도 첫날부터 마지막까지 맨 앞좌석을 도맡아 차지할 정도로 열심히 참여해 주변 학부모들의 귀감이 되기도 했다.
또 강좌에서 들었던 정보들은 빼곡히 메모해 두었다가 집에 돌아와 손자와 함께 이야기 나누며 교육 자료로 활용해 왔다.
“입시관련 자료를 모으러 학원 설명회나 교육 강연회에 자주 다니고 있습니다. 그리고 손자와 얘기도 많이 나누고요. 아무리 공부가 중요해도 인성이 바로 서지 않으면 균형을 잃게 됩니다. 인성이 훌륭하고 공부도 잘하는 멋진 손자로 키우고 싶다면 제 욕심일까요? 하하.”

손자 공부 도와주는 학습 조력자 역할 뿌듯해요
“정훈이가 참 대견하구나, 잘하고 있구나…. 강좌에서 들었던 교육 정보를 잊지 않고 손자에게 들려주고 실천하고 있어요. 우리 손자도 할아버지 할머니 말씀을 거역하기 않고 잘 따라주는 아이라 그저 대견하고 흐뭇하지요.”
둘째 아들내외를 대신해 초등학교 6학년인 친 손자의 교육을 맡아 온지 4년이 되었다는  김혜구(67·분당 수내동)씨. 아직은 그런 대로 가르칠 만해 수학은 남편이, 영어는 테이프 틀어놓고 김 씨가 직접 지도하고 있다. 할아버지 할머니를 좋아하고 잘 따라와 준 덕분에 초등 6학년에 오르는 지금까지 사교육은 단 한 번도 시켜본 적이 없다.
분당에 사는 초등학생이 학원에 다니지 않았다는 사실만으로도 기삿거리지만 김 씨 부부는 나름의 소신이 있다.
“학원에 보내진 않았어도 교육 정보에 관심이 많아요. 신문이나 뉴스를 보면서 교육 관련 기사나 정보를 모으고 활용하고 있지요. 아이 친구 엄마들하고 자모회 모임도 하면서 서로 정보도 나누고 학원 설명회에도 자주 다니면서 요즘 교육 트렌드도 놓치지 않으려고 애를 쓰고 있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스스로 공부하는 자세라고 생각해요. 아이가 스스로 공부하는 자기주도학습이 완성되면 저희 부부도 손자교육에서 서서히 발을 떼야죠.” 
김 씨는 최근 빠르게 변하는 입시 트렌드를 보면서 자녀를 키울 때와 너무나 달라져 적잖이 혼란스럽다고 토로 한다.
“이제는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세상이나 공부를 하지 않으면 공부를 가르칠 수 없더라고요.
아이를 위해 할아버지 할머니가 할 수 있을 때까진 최선을 대해 배우고 가르쳐 줘야죠. 저희 부부도 손자를 보면서 새록새록 고맙고 감사하죠. 좋아해주는 정훈이를 보면서 오늘도 힘을 낸답니다. 아자!”   


#성남 용인 사회조사로 본 사교육 지출 현주소
성남 용인 할아버지 경제력이 손자 사교육 뒷받침

교육에 할아버지의 경제력이 서포트 되고 있다.
아이교육에 관한 우스갯소리로만 여겼던 이야기가 성남ㆍ용인지역에서는 그대로 적용돼 왔던 것. 최근 발표된 ‘제 2회 성남시 사회조사 보고서 (2010년 2월 기준)’에 따르면 60세 이상 가구주들이 취학 연령 학생에게 매월 일정금액의 사교육비용을 지출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60세 이상 응답자의 48.6%는 한 달 평균 10만원~50만원 미만을 사교육비용으로 지출하고 있었다. 또 학원이 밀집해 있는 분당구에서는 월 평균 사교육비 지출에 80만원~ 200만원 미만이 42.5% 로 가장 높게 나타나 다른 구에 비해 3~4배 많은 금액을 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상황은 용인시 사회조사 (2008년 11월 기준)에서도 드러나고 있다.
용인시 거주 60세 이상 가구주들 중 조사 응답자의 절반에 해당하는 50% 가량이 선행학습과 공교육 부족, 맞벌이 등을 이유로 정기적인 사교육비용을 지출하고 있다고 답했다. 특히 70세 이상에서도 선행학습을 위해 월평균 20~40만원을 쓰고 있다고 답해 손자교육에 정기적인 지출을 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용인시의 경우 취학 아동을 중 3~고3까지로 기준하고 있어 대학생이 아닌 중고등학생 손자를 위해 비용을 지출하고 있다고 판단할 수 있다.
특이할 점은 60세 이상 응답자의 66.7%가 사교육에 만족하고 있다고 응답해 다른 연령층에 비해 약 2배 정도 높은 만족도를 보였다.
이는 손자교육에 쓰는 비용이 아깝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결과로 해석되고 있다.
한편 이 같은 결과들은 손자교육에 할아버지의 경제력과 서포트가 보편적인 트렌드가 되고 있음을 보여준 결과라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권미영 리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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