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아이들이 초등학교, 빠르면 그 전부터 전문어학원·학습지·개인과외 등을 통해 영어공부를 시작한다. 하지만 비슷한 시기에 영어를 시작하고 똑같이 공을 들여도 어는 정도 시간이 흐르면 실력의 차이가 나기 마련. 그 실력의 편차가 두드러지게 드러나는 때가 바로 중학교 시기다. 학원레벨과 학교성적에서 우왕좌왕하는 아이들이 생겨나는 것도 바로 이 때. 이제까지의 영어실력이 점수로 매겨지기도 하고 학생들의 진로도 달라지기 때문이다. 이때가 되면 엄마들은 학원선택을 두고 고민에 빠진다. ‘계속 밀고 나가?’ ‘방향을 바꿔?’ ‘무엇이 문제였지?’. 학원 선택의 갈등에 빠진 엄마들을 위해 그 고민을 헤쳐나간 선배엄마들의 조언을 함께 들어봤다.
대형 어학원 고수하는 엄마들
중3, 중2 아들을 둔 주부 박 모(44·대치동) 씨는 아이들의 학교영어성적에는 큰 관심이 없다. 박씨는 “아이들의 성향이 이과 계통이라 외고에 갈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성적이 썩 뛰어나 과고에 갈 것도 아니라서 내신 성적은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며 “대입에서의 수시전형이나 스펙관리를 위해서는 iBT나 텝스 성적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판단돼 내신에 신경 쓰지 않고 어학원에서 인증시험대비를 꾸준히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첫 딸이 대학교 4학년인 주부 한영애(54·명일동)씨도 학교 영어성적과 관계없이 늦둥이 아들(중학교2년)을 영어전문학원에 보내고 있다. 첫딸이 대학 입학 후 영어 때문에 고생하는 걸 보고 나서부터다. 한씨는 “딸아이가 대학에 진학한 후 영어에 많은 시간을 투자하는 것을 보고 아들은 ‘공부’가 아닌 ‘언어’로 영어를 몸에 배게 하고 싶었다”며 “시험은 단기간 투자로 성적을 올릴 수 있지만 언어로서의 영어는 짧은 시간에 이룰 수 없는 걸 느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알아서 내신 관리를 척척해 내는 경우도 다른 학원으로의 외도를 꿈꾸지 않는다. 중3아들이 자기주도학습을 잘 하고 있어 별 근심이 없다는 신 모(40·방이동)씨가 그렇다. 아이가 학원에서의 높은 레벨을 유지하면서 내신 또한 최상위를 유지하고 있다. 신씨는 “영어학원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 처음엔 걱정도 됐지만 별 무리 없이 혼자서 내신관리를 잘 하고 있어 크게 신경 써 본 적 없다”고 말했다.
내신, 무시할 수 없어
중학교 진학 후 어학원에서 다른 방향으로 학원을 모색하는 학생들도 있다. 너무 어려워진 학원레벨을 따라가지 못하는 경우와 영어학습에 치중해 영어내신은 물론 다른 과목 내신관리에도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이런 케이스다.
아이가 아홉 달 째 같은 한 레벨에서 벗어나지 못해 결국 내신전문학원에 등록했다는 김 모(44·성내동)주부는 “같은 레벨을 1년 채울 수는 없는 일 아니냐”며 “높은 레벨이라고 좋아만 하기에는 학원에서 배우는 수준이 너무 높아 도저히 아이가 따라갈 수 없었고 학원 숙제에 매달리다 보니 내신성적도 그다지 좋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씨는 “내신관리와 수능을 함께 대비할 수 있는 학원으로 좀 더 일찍 바꾸지 않은 게 후회된다”는 말도 덧붙였다.
채선혜(42·풍납동) 주부는 “아이가 중학교에 올라가니 학교수업시간도 길어지고 다른 교과도 공부할 게 많아 영어학원 수업과 숙제를 버거워했다”며 “국어, 영어, 수학, 과학 등 여러 과목을 함께 공부할 수 있는 종합학원으로 바꿔 학교성적향상에 좀 더 신경 쓰고 있다”고 말했다.
아이의 진학 방향에 따라 학원을 선택하겠다는 주부도 있다. 중학교 2학년 딸을 둔 홍혜경(44·역삼동) 씨는 “이제까지 쭉 어학원을 다니다 이번 겨울 방학을 이용해 수능과 내신 위주의 학원을 보내 봤는데, 학원들마다 장단점이 있는 것 같다”며 “아이가 외고를 갈 지 그냥 일반고로 갈 지의 진로방향에 따라 그 선택도 달라질 것 같다”고 말했다.
빠른 실력 향상 위해 과외 선호
대부분 학생들이 여럿이 함께 할 수 있는 학원을 선호하지만 영어 개인 과외 역시 많이 이뤄지고 있다. 이들이 과외를 선호하는 데에는 시간적인 자유로움과 여유, 효율적으로 집중할 수 있다는 것도 있지만 아이의 뒤쳐진 실력을 다잡으려는 엄마의 간절함이 묻어나는 경우도 있다.
서 모(41·잠실본동) 주부의 아들은 초등학교 4~5학년 때, 유명 영어학원 레벨 테스트에 통과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고 했다. 서씨는 “가장 낮은 레벨에도 점수가 낮아 들어갈 수 없다는 말을 듣고 실망도 많이 했지만 그렇다고 영어를 포기할 수는 없지 않느냐”며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개인과외를 시작했는데 단기간에 큰 실력향상을 보였다”고 말했다. 중학교 2학년이 된 현재 아이는 학교영어성적은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고. 서씨는 “아이가 학원 레벨 테스트를 보며 너무 주눅이 들어 요즘도 학교시험보다 학원레벨 테스트를 더 무서워 한다”며 “아이가 원하는 한 우리 아이에게 맞는 개인과외를 계속 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박지윤 리포터 dddod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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