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신문이 만난 사람들-병점 무럭무럭도서관 품앗이교육

오늘 엄마는 나와 친구들을 위한 행복한 선생님이 된다~

지역내일 2010-02-24 (수정 2010-02-24 오후 11:11:38)

 
지난해 11월20일 병점에 문을 연 무럭무럭 가족도서관(070-7779-4531). 도서관이라는 이름 앞에 수북이 쌓인 많은 책들과 넓은 공간이 언뜻 떠오른다. 그러나 우리 집 거실 같이 아담한 무럭무럭에는 엄마들과 아이들이 함께 모여 즐거운 품앗이 교육이 한창이다.


육아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며 하나로 뭉치다
 설을 앞둔 화요일, 책을 읽고 설에 대한 얘기로 수업은 진행된다. 옹기종기 모여 앉은 아이들은 선생님이 된 엄마들에게 전통놀이를 배우고 신나는 윷놀이 한 판에도 같이 어울린다. 간식을 먹고 나서 뒤이어지는 미술수업. 빨강·노랑·파랑 물감들로 예쁜 손바닥 찍기를 하는데 개구쟁이들에게는 얼굴마저도 도화지가 된다. 모두의 입가엔 미소가 번져나간다.
 “육아에 지친 엄마들끼리 품앗이 교육을 하며 애들도 함께 키워보고자 무럭무럭 도서관을 열었다”는 김민영 관장은 “엄마들이 아이를 키우면서 느끼는 갖가지 어려움을 서로 나누고  위로하며, 정보도 교환하고 있다”고 품앗이를 설명했다. 사실 많은 엄마들이 아이와 대화하고 소통하는 법에 힘들어하기도 한다. 또 전업주부로 가정에만 있다 보니 우울증을 앓거나 자신의 능력을 미처 개발하지 못하고 살기도 한다.  ‘그런 엄마들에게 자신의 숨겨진 재능과 끼를 찾아 펼칠 수 있는 역할을 하기 바란다’는 김 관장의 바람처럼 품앗이는 자신이 잘하는 분야를 찾아 수업을 진행함으로써 자신의 능력을 키워가는 또 하나의 계기가 되고 있다.


잠재된 능력이 빛을 발하는 순간 행복해지다
 무럭무럭 품앗이 교육에는 3~5세 아이들이 참여하고 있다. 품앗이 회원으로 가입한 인원도 어느덧 15명을 훌쩍 넘겼다. 우려 반 기대 반으로 시작했던 품앗이가 분반을 해야 하는 행복한 순간이 온 것이다
 미술·요리·동화구연·신체놀이 등의 과목을 정해 엄마들은 돌아가면서 선생님으로 나선다. 학습을 시키기 위한 목적이 아니어서 아이들과 즐겁게 놀 수 있는 프로그램 등을 선택하고 있다. 1달에 1번은 밖으로 나가 생태프로그램도 할 예정이다. 인터넷을 통해 무럭무럭을 알게 됐다는 김명희 씨는 ‘강정만들기’ 로 요리수업을 진행했다. 집에서도 아이와 요리를 만들어 보기도 했었다는 김씨는 “구체적이고 체계적으로 설명을 해야 수업을 이끌 수 있어 연구를 많이 해야 했다. 어떻게 하면 아이들이 재미있게 따라할 지 고민됐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 결과 발전해 가는 자신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정은주 씨는 예전에 동화를 연구하는 모임에 있었던 경험을 발휘, ‘동화구연’을 맡았다. 주제별로 책을 선정해서 아이들에게 읽히고, 고유문화와 전통놀이 등을 가르칠 생각에 신이 났다. ‘신체표현수업’을 했다는 김미진 씨. 인터넷으로 갖가지 자료를 수집하고 프로그램을 만들어 나가면서 열심히 준비하는 자신이 대견하기도 했단다.
 엄마들은 ‘마음은 있어도 집에서 하기 힘들었던 활동들을 함께 하니 아이들이 정말 좋아한다’고 한 목소리를 낸다. 아이의 즐거움은 곧 나의 즐거움, 과연 우리나라 엄마들답다.


품앗이 교육이 더 많은 이들의 사랑으로 채워지길
 무럭무럭은 공동육아에 바탕을 두고 공동체성을 우선으로 한다. 경쟁시키거나 자기 아이만을 위한 교육이어서는 안 된다는데 의견의 일치를 보고 있다. 서로의 다른 육아방식을 인정하고 배려하는 것도 빠뜨리지 않았다.
 이렇게 공간을 제공하고 자신의 아이도 품앗이에서 함께 키우며, 무럭무럭을 이끌어가는 김 관장.  품앗이 교육은 처음이라 같이 부딪혀가며 하나하나 배워가고 있는 중이라 아직은 미흡하다고 털어 놓는다. 그러나 김 관장의 우려와는 달리 이미 엄마들은 무럭무럭의 품앗이 매력에 푹 빠진 것 같다.  “딸이 낯을 가리는 편인데 언니·오빠랑 놀았다는 것을 기억하고 좋아했다”는 장희선 씨는 엄마들이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는 프로그램을 짜고 즐겁게 수업에 참가할 수 있다며 만족해  했다. ‘큰애와 작은애들이 서로 어울릴 수 있는 것’을 얘기하는 김명희 씨나 ‘엄마와 아이가 함께 모여 공동체 생활을 체험해 볼 수 있는 공간’임을 강조하는 정은주 씨에게 무럭무럭은 나눔과 공감 그 자체가 된다. 김혜신 씨도 품앗이를 통해 엄마는 좋은 엄마가 되어 가고 아이는 많은 친구를 만들어 가는 것을 큰 장점으로 내세운다. 아이의 수업 태도나 친구들과 어울리는 모습 등을 알아 볼 수 있어 엄마들에게는 더없이 귀중한 시간이 되기도 한다.
 김관장은 품앗이 육아가 자칫 지닐 수 있는 폐쇄성을 극복하고 누구에게나 동등하게 열려져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전문적인 학습이 이뤄지고 좀 더 활성화되면, 엄마는 일하러 가더라도 아이들은 품앗이 선생님들과 함께 지내는 방안도 계획 중이란다.
 “품앗이 교육과 생태체험을 할 수 있는 무럭무럭 가족도서관은 많은 이들의 사랑과 관심이 필요합니다. 품앗이 교육을 펼쳐나가며 배움과 고민을 함께 할 뜻있는 분들을 기다리고 있어요.”


권성미 리포터 kwons02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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