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포터 체험기

성남 고령친화종합체험관을 가다

번뜩이는 아이디어와 고령자 눈높이 맞춘 산업용품, 정상화 개념 도입된 테크노하우스도 인기

지역내일 2010-02-22 (수정 2010-02-22 오후 3:27:58)

두 번째 방문이었다.
지역의 고령산업을 알아보고자 방문했던 것이 지난해 여름. 고령자의 신체상태와 어려움을 직접 체험하고 다양한 고령친화용품의 발전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국내 최초의 전시 체험관. 시작부터 많은 사람들의 관심이 모아졌던 이곳을 제대로 탐색해 보자는 과제를 안고서.
그러나 두 번째 방문임에도 체험관을 찾아 가는 일이 녹록치 않았다.
성남 수진역을 지나 신한타워 빌딩. 주차를 하고 엘리베이터로 지하 1층에 내리니 역시나 들어가는 입구가 없다. 다시 1층으로 올라와 주차장을 지나 반대편 건물로 들어가는 구조. 뭔가 이상하고 답답하다. 건물의 구조상 어쩔 수 없는 동선이라 하더라도 좀더 친절한 안내가 아쉬웠던 대목이다.

번뜩이는 아이디어용품에 눈은 번쩍 마음은 흥분모드
여차의 아쉬움을 뒤로하고 체험관 투어에 돌입. 방문 예약이 필수인 관계로 사전 예약한 내용을 확인하고 곧바로 체험에 나섰다.
제일 먼저 전시 체험관에 들어서니 역시나 다양한 고령산업용품들이 눈에 들어온다.
일상생활, 욕실, 배변, 이동용품 등 국내·외에서 생산된 약 1500여개의 용품들은 마치 발명품 전시장을 방불케 할 만큼 번뜩이는 아이디어로 가득했다.
체험을 안내해준 김은숙 강사는 “고령산업용품들의 취지는 남아 있는 잔존기능을 최대한 활용해 일상생활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데 초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래서일까. 불편하거나 장애가 있는 신체 외에 남아있는 기능을 이용해 쓸 수 있도록 고안한 구부러진 숟가락이나 포크. 잡기 쉽고 미끄러지지 않는 고정 수저 등은 고령자와 장애인의 눈높이에 맞춘 세밀한 접근이 느껴졌다.
음식을 담는 접시는 미끄러지지 않도록 무게감을 주었고 아랫면에는 특수처리가 되어 고정이 되었다. 한쪽에 우묵한 골을 만들어 음식물이 세지 않도록 고안한 접시나 지퍼를 달아 원스톱으로 쉽게 벗고 입을 수 있도록 디자인 된 옷들에서 일관되게 느껴지는 대목은 사람을 향한 마음이었다.
김 강사는 “요양 센터 등에서 흔히 입는 시설 복은 고령자 뿐 아니라 젊은 사람들에게도 거부감이 있다”며 “평소 입던 옷을 개조, 지퍼나 찍찍이를 달아 편하게 입는 형태로 가야 할 것”이라며 되짚어 주었다. 의미 있는 제언에 생각을 정리하다가 소통 장애를 해결하기 위해 고안된 전화기 앞에서는 발길이 저절로 멈춰졌다. 귀가 어둡거나 청각을 잃은 사람들도 뼈의 울림을 통해 소리를 전달 받을 수 있도록 만든 ‘골전도 전화기’부터 작은 소리도 큰 소리로 증폭해 전달해주는 ‘음성 증폭 전화기’는 의학과 기술발달이 이뤄낸 쾌거로 느껴졌다.
또 벨 소리를 듣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진동 벨이 전달되거나 번쩍이는 경보 등으로 알려주는 전화기는 현재도 사용되고 있는 아이디어 용품.

어르신은 목욕을 좋아해…각양각색의 목욕용품 한눈에
신체의 퇴화로 잘 보이지도, 듣지도 못하는 고령자가 품위 있는 일상생활을 유지할 수 있도록 고안한 많은 제품들을 보며 가히 고령자 천국에 온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김 강사는 “현재 전시된 제품 중 국내 생산은 약 20%에 불과하지만 기존 의류기기를 만들던 중소기업이나 대기업들이 조금씩 고령친화산업에 발을 들여놓고 있어 전망이 밝다”고 전했다. 고령화 속도가 가장 빠른 우리나라에서 고령친화용품의 개발과 생산에 박차를 가한다면 세계 어느 나라보다 빠른 발전을 가져올 것이란 기대감에 저절로 마음이 부풀어 올랐다. 부푼 마음을 다스리며 목욕용품 전시장으로 발길을 돌리자 알록달록한 색감의 목욕의자가 눈에 띈다. 그 편리성 때문에 살짝 탐이 났던 아이템 중 하나다.
목욕을 편하게 할 수 있도록 팔걸이와 등받이는 기본, 방수 쿠션은 청결을 위해 탈 부착이 가능하도록 고안해 놓았다. 의자 가운데 U자형으로 공간을 남겨놔 중요한 부분을 씻는데 어려움이 없도록 했고 간혹 있을 수 있는 배변실수(?)를 배려한 디자인은 특히 인상적이었다.
욕조에 편하게 들어갈 수 있도록 고안한 리프트장치나 안전 손잡이, 우리나라 자체 생산이라 더욱 눈길이 갔던 자동 목욕 기계는 첨단 미래 사회의 단면을 보고 있는 것 같아 반가움을 주었다. 이처럼 목욕용품이 다양하게 개발될 수 있는 이유를 묻자 대학병원 간호사로 20년 이상 근무한 경력의 김은숙 강사는 “목욕은 고령자가 받아야 할 기본적인 복지이자 권리”라고 설명해 주었다.

고령자 신체 특성과 장애정도에 따른 용품 선택, 사용법 익히기도 중요
보행이 불편하거나 어려운 사람들을 위한 보행보조용품도 다양했다. 흔히 알고 있는 지팡이도 이곳에서는 진화를 거듭하고 있었다. 고령자의 키와 장애특성에 맞게 고안된 지팡이는 작게 접는 것은 기본, 밤 외출에 편리하도록 라이트도 장착했다. 보행 방해물이 감지 되면  미세한 진동이 울려 피해 가도록 고안한 시각장애인용 지팡이와 다양한 재질과 특성에 맞는 지팡이는 디자인과 패션 감각에서도 결코 뒤지지 않았다. 이쯤 되니 지팡이가 노인들의 우울한 상징이 아니라 명품 핸드백처럼 자랑스러운 소지품이 될 날도 머지않아 보였다.
거리를 지나며 일상적으로 보게 되는 보행보조차도 편리한 기능에 디자인이 결합돼 각축을 벌이고 있었다. 의자와 장바구니 장착에 높낮이 조절과 양손 제어장치까지 편리함과 세련미를 동시에 갖춰 거동 불편한 고령 노인들의 필수아이템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밖에 다양한 휠체어와 의료용 침대, 욕창 방지 매트리스 등 고령산업용품들은 개개인의 생김새만큼이나 다양해 사용법이나 장애 유무에 따른 선택 방법도 전문적인 식견이 필요할 정도다.
김은숙 강사는 “앞으로 우리나라에서도 고령친화용품들을 취사, 선택해주는 ‘복지용구 관리사’가 전망 있는 직업으로 떠오를 것”이라며 넌지시 귀띔한다.

테크노 하우스, 고령사회 함축된 미래형
주택…국내 유일의 3D 치매 체험도 이색
전시 체험관의 다양한 고령친화용품을 한곳에 모아놓아 일명 백만장자의 집이라 일컫는 ‘테크노하우스’는 일체의 장애가 없는 집으로 꾸며져 있다.
입구부터 높낮이 턱을 없애기 위한 리프트식 단차해소기를 도입했고 부저가 울려 출입을 알려주는 발판은 치매 노인의 배회를 예방하기 위한 안전장치다.
거실내부와 부엌, 욕실에는 모든 턱을 없애 휠체어가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고 싱크대의 개수대와 수납장은 버튼 하나로 높낮이를 조절할 수 있도록 했다. 욕실의 세면대도 휠체어에 앉아 이용할 수 있도록 높이 조절이 가능하고, 앉은 상태에서도 자신의 모습이 보이도록 기울여 달아놓은 거울도 인상적이었다.
테크노 하우스의 백미라 할 수 있는 것은 천장에 달린 레일. 침상에 누워 지내야 하는 와상 노인들도 안전망에 싸여 레일을 따라 집안 구석구석을 이동 할 수 있도록 했다.
“체험관을 방문한 사람들이 가장 놀라워하는 곳이 이곳이에요. 나이가 들어 거동이 힘들어져도 이렇게 좋고 편리한 환경이라면 충분히 행복할 것 같다고 하시죠. 노후에 경제력을 갖춰야 하는 분명한 이유가 생겼다는 분들이 많아 보람을 느낍니다.”
테크노 하우스는 고령 혹은 장애를 입은 사람도 일반인과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정상화의 원리에 바탕 둔 만큼 고령자를 이해하는 인식전환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김은숙 강사는 전한다.

체험을 마치며-곧 다가올 미래를
미리 체험해 봤던 의미 있는 시간
고령산업의 총체인 전시 체험관을 거쳐 치매 체험관에서는 치매의 정의부터 예방법, 그리고 3D 입체영상으로 치매 노인의 배회장면을 직접 체험해 보기도 했다.
체험관의 이정렬 강사는 “치매는 나와 상관없는 일이라 무관심 했던 젊은 체험 객들도 교육을 통해 상당부분 인식 전환을 하게 된다”며 “3D 영상물은 국내 유일의 영상자료로 일본에서 판권을 사와 국내에서 제작해 더욱 의미가 있다”고 전했다.
올 6월에는 야탑동으로 이전을 앞두고 있는 고령친화종합체험관. 3시간이 넘는 긴 시간동안 진행된 체험을 통해 고령사회의 미래를 엿볼 수 있었던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좀더 넓고 좋은 환경으로 이사를 간 이후에는 국내 기업들과 협력해 고령친화용품을 개발하고 상품화하는 사업에도 역점을 두겠다는 원병희 사무국장의 설명에는 고령산업을 선도하는 자부심이 역력했다.멀지 않은 미래, 편리함을 넘어 낭만적으로 보이기까지 했던 고령사회의 모습을 이미 이곳에서 확인 할 수 있었다. 
권미영 리포터 myk31@paran.com

고령 친화 상식 ① 고령자와 목욕
고령자의 경우 목욕탕에서 일어나는 사고가 전체 사고 중 1/3에 이를 만큼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욕실 바닥이 미끄럽고 습기가 많아 자칫 넘어지거나 다칠 위험이 많기 때문.
더구나 고령자의 특성상 신체 유연성이나 균형감이 떨어져 그만큼 낙상위험도 높다. 때문에 고령자가 생활하는 주택이나 욕실에는 손잡이와 미끄럼 방지 매트 등 안전용품을 설치하는 것이 좋다.
보통 40세가 넘으면 지방을 분해하고 산화시키는 대사 물질이 나오기 시작하고 이는 일명 ‘노인 냄새’라 일컫는 불쾌한 냄새의 주범이 되기도 한다. 따라서 특별히 청결에 힘써야 하며 의류와 침구 등도 자주 갈아주는 것이 좋다. 특히 고령자의 경우 젊은 사람만큼 피부 호흡이나 재생이 쉽지 않아 건조하고 가려움을 많이 느끼게 된다. 때문에 피부 순환에 도움이 되는 욕조 목욕은 필수. 노인장기요양보험에서는 목욕을 재가 요양 서비스의 중요한 파트로 구성하고 있으며 이는 고령노인에게 중요한 복지적 접근이다.

고령 친화 상식 ②  정상화(노멀라이제이션Normalization)
고령자와 젊은이, 장애인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사회야말로 정상적인 사회라고 정의한 것에서 출발한 개념. 정상화 원리에서는 장애인이나 노인시설을 만들고 그들을 먼 곳으로 격리하거나 분단시키는 사회는 비정상적이라고 본다. 이는 장애인이나 노인이 각종 의사결정에 참가하게 하는 것은 물론, 장애인용 공공시설의 설치 등을 포함해 복지이념을 넓혀야 한다고 본다. 오늘날에는 이 같은 생각이 확대되어 노인주택의 아파트 화 및 지역사회 보호 서비스와 지역 복지의 확충, 의료와 교육의 통합화 등 여러 움직임으로 나타나고 있다.

고령 친화 상식 ③ 복지용구 관리사
일본이나 유럽 등 우리보다 고령산업이 먼저 발달한 나라에서는 ‘복지용구 관리사’가 존재한다. 일상생활이나 거동이 불편한 고령자들의 신체적 특성과 필요에 맞도록 복지용구들을 선택해 주는 전문 직업이다. 안경을 맞춰주는 안경 광학사처럼 고령자의 특성과 장애정도에 맞춘 복지용구의 선택과 사용, 관리는 무척 중요한 과정이다. 구슬도 꿰어야 보배라는 속담처럼 아무리 좋은 복지용구를 들여놔도 사용법을 몰라 무용지물이 되어서는 곤란하기 때문.
성남 고령친화종합체험관에서는 ‘복지용구 관리사’ 자격증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현재는 노인복지 관련 현장 실무자 중심으로 교육을 실시하고 있으나 앞으로는 일반인까지 점차 확대할 예정이다. 복지용구 관리사는 고령사회의 유망 직업으로 부상할 수 있는 대표적 신생 직업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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