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색 칼국수 열전

해물전골 칼국수 VS 매생이 칼국수

지역내일 2010-02-22

어린 시절 외할머니가 만들어주시던 칼국수. 투박한 할머니 손이 반죽을 치대고 방망이로  펴고, 칼로 송딱송딱 썰어 술술 면을 풀어내던 장면은 참 재미난 구경거리였다. 그땐 어려서 그랬는지 칼국수 국물이 어땠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닭국물이었을까, 멸치국물이었을까. 그런데 언제부턴가 서해안에서 유래된 바지락칼국수가 칼국수의 대명사가 됐다. 원래 칼국수는 여름철 음식. 하지만 이제는 사시사철 저렴한 국민대표 외식메뉴로 만인들에게 사랑받고 있는데... 이번 주에는 식상한 바지락칼국수에서 벗어나 개성만점 칼국수로 더 유명해진 우리지역 이색 칼국수집을 소개한다.


직접 끓여먹는 ‘백청우 칼국수 죽전점’
싱싱한 해물의 진한 맛 끓일수록 진국!


명절 음식이 지겨워진 연휴 끝에 가족들과 함께 외식에 나섰다. 메뉴는 해물칼국수. 끓여 나오는 기존 바지락해물칼국수와는 차원이 다르다는 소문을 듣고 죽전 카페거리에서 신촌초등학교 방면 건너편에 위치한  ‘백청우 칼국수 죽전점’ 를 찾았다.
해물칼국수를 주문하니 대야만한 전골냄비가 테이블 중앙 가스 불에 올려졌다. “육수가 보글보글 끓을 때 해물이랑 국수를 넣으세요. 끓이는 동안 보리밥 비벼 드세요”라고 종업원이 친절하게 가르쳐줬다. 밥 없이 칼국수를 먹으면 왠지 허전하고 뒤돌아서면 배가 꺼지는 경향이 있는데, 보리밥 서비스라니 참 반가웠다. 열무와 콩나물을 넣어 아삭아삭 비벼먹는 보리밥이 입맛을 당겼다.
뜨겁게 끓어오른 육수 냄비에 바지락, 홍합살, 굴, 만득이, 새우, 쭈꾸미, 새우살의 7가지 해물과 직접 뽑은 칼국수를 넣고 기다렸다. 너무 끓이면 면이 퍼지지 않을까 싶어 자주 뚜껑을 열어보니 생각보다 면 익는 시간이 걸렸다.
“진공반죽기로 압력을 잡고 면을 반죽했기 때문에 다른 면들보다 더 쫄깃하고 찰기가 있어요. 저희 칼국수는 끓이면 끓일수록 해물 맛이 진하게 우러나오기 때문에 면이 너무 빨리 익어버리면 안 되죠. 느긋하게 즐기세요.” ‘백청우 칼국수 죽전점’  남궁복 사장의 설명이다.
어느 정도 됐다 싶어 전골냄비 뚜껑을 여니 푸짐한 해물 칼국수가 완성됐다. 굵직굵직한 해물 씹히는 맛이 참 신선했다. 바지락은 기본이고 다양한 해물에서 우러난 국물이 시원하면서 진국이다. 특히 만득이(미더덕과)의  바다 냄새가 향기롭다. 하얗고 개운한 국물 칼국수를 아이들에게 먼저 덜어주고, 어른들은 고추양념을 넣고 한소끔 더 끓였다. 해물육수와 고추양념이 어우러져 칼칼한 해물전골 칼국수로 변신했다.
‘바로 이맛이야~’를 연발하며 명절 내내 찌뿌둥했던 입맛을 털어낸 온 가족.  앞으로  ‘백청우 칼국수’ 를 자주 찾는 단골이 될 듯하다.
원래 ‘백청우 칼국수’는 수원에서 18년 된 유명한 칼국수전문점이다. 죽전점 남궁복 사장 부부는 수원 백청우 칼국수 본점의 단골손님이었다가 그 맛에 반해 창업까지 하게 됐다고 한다.
“손님들이 칼국수로 대충 끼니 때우러 오셨다가 저희 집에 오시면 해물이 푸짐해서 근사한 전골요리 대접받고 가는 것 같다고 좋아하세요. 얼큰하고 개운한 국물 맛도 좋아하시고. 특히 비벼먹는 보리밥이 맛있다고 그거 잡수러 오시는 분들도 계세요” 라며 남 사장의 칼국수 자랑이 이어진다. 집에서 만든 것 같은 만두를 함께 넣어 끓이면 든든한 만두전골이 된다. 그때그때 손수 무치는 겉절이도 이 집의 별미.
오은정 리포터 ohej0622@nate.com

TIP
● 메뉴 : 해물칼국수 6천원, 만두전골 7천원, 찐만두 5천원
● 위치 : 용인시 기흥구 보정동 1199-5 (죽전까페거리 맞은편 신촌초 들어가는 길목)
● 문의 : 031-897-3370


매생이 칼국수 전문 ‘분당칼국수’
내가 지금 먹고 있는 것은 ‘겨울바다’


우리 지역에 여러 맛집들이 있지만 이곳에 대한 이야기는 참 많이 들었던 것 같다. 대체로 ‘특이하고 맛있다’라는 수식어가 붙었던 곳, ‘분당칼국수’이다. 사실 이 이름보다는 ‘매생이 칼국수’로 더 알려진 곳이다.
매생이란 파래와 유사하나 파래보다 가늘고 부드럽고 미끈거리는 해조류. 보통 정월대보름에 향토음식으로 많이 사용되거나 굴을 넣고 국으로 끓여 먹는데 이 국에다 칼국수를 접목시킨 것이 이곳의 매생이 칼국수다.
올겨울 막바지 추위가 기승을 부리는 날. 드디어 이색 칼국수 열전을 위해 이곳을 찾았다. 자리를 잡고 매생이 칼국수를 시키고 꽤 시간이 지난다. 속으로 ‘미리 만들어 놓지 않고 주문을 받고 만들다 보니 시간이 걸리나 보다’하는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옆 테이블들은 둘러봤다. 테이블 마다 커다란 그릇을 가운데 두고 후후 불면서 국물을 떠먹으며 입에서 입김을 내는 모습이 시장기를 발동시켰다. 작은 항아리에 담아온 김치와 깍두기를 접시에 놓으며 맛을 보았다. 특히 깍두기가 맛있었다. 적당히 익고 약간 톡 쏘는 듯한 시원한 맛이 느껴진다. ‘도대체 왜 집에선 이런 맛이 안 날까?’ 좌절을 하는 순간, 겨울철의 별미 매생이 칼국수가 준비되었다. 매생이국은 아무리 끓여도 김이 잘 나지 않아 모르고 먹다가 입 안에 온통 화상을 입기가 쉽기 때문에 ''미운 사위에게 매생이국 준다''라는 속담이 있다. 작은 그릇에 조금씩 덜어서 식혀서 먹어야 한다. 초록색의 국물에 실한 굴이 몇 개 올라와 있는데 향긋한 바다향기가 아주 근사하다. 맛은 어떨까? 전라도에서 공수해온 매생이의 맛은 너무 부드러운 나머지 입에서 살살 녹는다. 담백하면서도 감칠 맛 나는 국물에 쫀득쫀득한 칼국수는 환상궁합. 걸쭉하고 진한 맛이 그만이다.
“맛도 있지만 몸에도 좋다고 해서 자주 먹어요.” 평소 웰빙음식을 즐기는 이은주(44. 이매동)씨의 말이다. 매생이는 소화도 잘 되고 영양소도 풍부한 것으로 유명하다. 특히 골다공증 예방, 위궤양이나 십이지장궤양을 예방하고 진정시키는 효과가 뛰어나다고 한다.
‘몸에 좋은 거니까 많이 먹어야지’ 했던 처음의 마음과는 달리 그릇을 다 비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분당칼국수의 음식들은 양이 푸짐하다.
이 외에도 팥칼국수, 들깨 칼국수 같은 이색 칼국수를 만날 수 있다. 다음에는 다른 칼국수도 먹어보고픈 마음이 든다.
이세라 리포터 dhum2000@hanmail.net

TIP
● 메뉴 : 매생이 칼국수 7천원, 팥칼국수 6천원, 만두 5천원
● 위치 : 분당 중앙도서관 입구 바로 옆
● 문의 : 031-703-19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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