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한표의 <프랑스 식탁 문화와 매너> 11

수프(soup, 프 la potage, 뽀따쥐)

지역내일 2010-02-19
 

 


   


        흔히 수프를 맑은 수프, 콩소메(consommé)와 진한 수프, 뽀따쥬(potage)로 구분하는데, 이것은 잘못된 것이다. 뽀따쥬(potage)란 프랑스어로 모든 종류의 수프를 총칭하는 말이며, 맑은 수프는 뽀따쥬 클레르(potage clair), 진한 수프는 뽀따쥬 리에(potage lié)로 불러야만 정확한 것이다. 일반적으로 콩소메는 쇠고기, 생선, 닭고기 등을 푹 삶은 국물(bouillon)로 만든 맑은 수프로 진한 맛의 육류요리에 어울리며 코스가 많은 정식요리에 알맞다. 뽀따쥐 리에는 걸쭉한 수프로 옥수수, 감자, 야채 등을 첨가한 야채 수프와 크림 수프가 있다, 이러한 수프들은  담백한 요리에 어울린다. 뽀따쥐 리에는 흔히 ‘crème of(de) ∙∙∙’로 시작되는 수프이다. 보통 사람들이 말하는 크림수프라는 것은 수프의 기본 베이스로, 메뉴에 없는 것이므로 주문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영국이나 미국에서는 ‘샤우더(Chowder)’라고 하여, 조개나 생선 국물로 만든 걸쭉한 수프를 크래커와 함께 찍어먹기도 한다.


        서양 식당에 가보면 바닥에 남은 수프를 빵으로 깨끗하게 닦아 먹거나 손잡이가 있는 수프 접시를 들고 끝까지 마시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이것은 수프를 먹는 좋은 매너이다. 왜냐하면 이것은 주방장에 대한 최대의 찬사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좋은 레스토랑은 수프의 맛으로 평가된다. 사실 좋은 수프를 만들려면 우선 좋은 고기나 생선을 선별해서 사용해야 한다. 서양에서는 좋은 수프를 만들려면 사용되는 고기가 적절히 숙성되어야 한다. 예를 들면, 여름날 창고에 살아 있는 닭이나 칠면조를 목매달아 10일 이상을 그대로 놓아두는 것이다. 그러면 결국 닭이나 칠면조의 목 부분이 썩어 바닥에 몸통만 뚝 떨어지게 된다. 이 정도로 숙성된 고기로 만든 수프가 최고의 수프이다. 그러면 이제는 수프를 먹는데 필요한 매너들을 살펴본다.


• 수프는 ‘마시는(drink)는 것이 아니라 먹는(eat) 음식이다.’라는 말처럼 소리를 내서 마시지 않도록 주의하여야 한다. 서양 사람들은 전통적으로 수프를 소리 내서 먹는 것처럼 야만적인 행동은 없다고 생각한다. 프랑스에서는 평소에 싫어하는 사람을 식탁에서 만나면, 일부러 수프를 소리 내면서 먹으라고 할 정도로 수프를 먹으면서 소리를 내는 것을 상스러운 일로 받아들이고 있을 정도이다. 그러므로 뜨거운 수프는 입으로 불지 말고 스푼으로 저어서 식혀가며 먹는다.


• 한 번 스푼으로 뜬 것은 스푼을 옆으로 하여 입술에 갖다댄 다음, 입으로 흘러내리도록 앞쪽을 들기만 하면 된다. 즉 스푼이 입안으로 다 들어가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스푼에 뜬 수프를 여러 번에 걸쳐 나누어 먹는다거나 스푼을 빨아먹는 것도 좋지 않다. 또한 수프가 얼마 남지 않았을 때 바닥을 긁는 소리를 내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 수프를 먹는 방법에는 영국식과 프랑스식이 있는데, 스푼을  바깥쪽으로 밀면서 떠먹는 것이 영국식이라면, 반대로 바깥쪽에서 당기면서 떠먹는 것은 프랑스식이다. 손잡이가 달려 있는 부이용 컵(bouillon cup)의 경우는 한 두 숟가락을 떠먹은 후 손잡이를 손으로 들고 먹어도 된다. 어쨌든 수프를 뜰 때는 한쪽 방향으로만 하면 된다. 다만 안에서 바깥으로 또는 바깥에서 안쪽으로 혼합하면 산만하게 보이므로 조심해야 한다.


• 수프가 조금 남아 있으면 왼손 엄지와 인지로 자기 앞쪽 부분을 살며시 잡아 올려 떠먹는다. 수프를 다 먹으면, 스푼을 접시 안에 그대로 놓는다. 이때 손잡이는 오른 쪽에 오도록 한다. 수프를 먹고 싶지 않을 때는 수프 접시 안에 수프 스푼을 뒤집어 올려놓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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