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는 도서관, 리빙 라이브러리

도서관에서 ‘사람 책’을 빌려 드립니다

지역내일 2010-02-21

서울도시형중등대안학교인 단재학교에서 2월 26일(오후1시~6시) 한겨레교육문화센터에서 살아있는 도서관 ‘리빙 라이브러리’를 개최한다.


 리빙라이브러리(Living Library)는 도서관에서 책 대신 살아있는 책, 즉 사람들을 대여해 그들과 일정한 공간 속에서 의미 있는 만남을 갖고 대화의 장을 열어가는 프로그램으로 서로 간에 소통의 기회를 제공하는 장이기도 하다.


 단재학교 박준규 대표는 “외국에서는 이미 많이 확산되어 있는 리빙라이브러리지만 국내에서는 처음 접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라며 “학생들이 주체가 되어 운영되는 이번 리빙라이브러리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진실된 한 권의 ‘사람’을 읽는 계기가 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편견과 오해 떨치는 첫걸음


리빙라이브러리는 덴마크의 로니 아버겔(Ronni Abergel)이 처음 시행한 것으로 사람과 사람이 만나 대화하고 소통하는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타인에 대한 편견과 선입관, 고정관념, 오해 등을 줄이고자 마련됐다. 그의 첫 행사에는 전직 노숙자, 트랜스젠더, 레즈비언, 정신병 환자, 싱글맘, 동성애자 등 사회적 편견 속에 있는 사람들이 ‘사람 책’의 주인공들이었다. 편견에 의해 참모습이 왜곡될 수 있는 사람들이 책으로 참여하고 대여자들은 도서관에서 이들을 빌려 평소에 궁금했던 것을 묻고 그들에게 가졌던 편견을 버리는 기회를 가진 것.


 박 대표는 “사람과 사람이 모여 대화하는 것은 평등함을 전제로 출발한다”며 “이런 평등함 속에서 대화문화가 확산되고 편견과 오해를 줄여나갈 수 있는데 이것이 바로 리빙라이브러리의 힘”이라고 말했다.




14권의 사람책과 대화시간 가져


이번 리빙라이브러리 도서목록에는 다양한 사람책들이 등장한다. 고영주(블리자드코리아본부장-게임 산업의 명과 암), 구자범(광주시립교향악단단장-철학전공자가 세계적 지휘자가 되기까지), 김동수(배우-무대 위의 한평생, 연극인의 자존심), 김명준(다큐감독-영화같은 삶을 만나다), 김미아(홈스쿨링가정-홈스쿨링으로 아이 키우기), 고동주(기자-양심적병역거부), 황수영(민주노총통일위원장-운전기사에서 통일운동 실무자가 되기까지), 김연숙(간디여행학교교사-지리산자락에서 아이들 마을을 꿈꾼다), 김태오(지리산둘레길쉼터운영자-지리산 둘레길쉼터에서 살아요), 최은아(한국교원대학교강사-음악은 사회적이다) 등 14권의 사람책이 준비되어 있다.


 박 대표는 “이번에 선정된 사람책은 유명인이 아니라 이 시대 우리의 이웃인 보통 사람들로 그들 삶의 모습이 진솔하게 담겨진 책이라 할 수 있다”며 “이번 행사에서 대여하는 사람책을 통해 그 사람의 온전한 삶까지 읽을 수 있을 것”이라 확신했다.


 리빙라이브러리에 참여하려면 우선 자신이 대여하고 싶은 사람책을 선정해야 한다. 대여는 4권까지 가능하며, 40분간 자신이 선택한 사람책과 대화하고 20분 휴식 후 다른 사람책과 40분 대화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대여는 인터넷카페(cafe.daum.net/abaedu)에서 신청할 수 있으며, 현장대여신청도 가능하다. 




단재학교 학생들의 아이디어와 힘


이번 리빙라이브러리 행사는 단재학교 학생들이 주최가 되어 운영한다는 데 그 의미가 있다. 리빙라이브러리 행사의 기획부터 사례모음, 사람책 선정, 장소섭외, 행사운영, 행사 후 피드백에 이르기까지 하나도 학생들이 주축이 되지 않은 것이 없다.


 박 대표는 “어떻게 보면 오해와 편견의 당사자가 될 수 있는 단재학교 학생들이 이런 사회적 편견을 줄여나가는 작업을 직접 기획하고 운영․주최하는 데 큰 의미가 있다”며 “이번 행사의 전 과정에 대해 다큐영화 제의를 받을 정도로 주목을 받고 있는 행사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이들 단재학교 학생들은 그들만의 노력으로 희망제작소에서 공모한 『2009 사회창안대회』에 이번 행사를 응모했다. 이들이 낸 ‘살아있는 도서관 리빙라이브러리’ 행사는 이 대회에서 최다응원상(관객 인기투표)과 2등상을 수상했다.


 박 대표는 “학생들이 이런 행사를 직접 주최하고 운영하면서 앞으로의 학습에 적극적으로 임할 수 있는 힘이 키워지고, 또 커져가는 자신감은 사회생활과 성장해가는 과정 전체에 큰 밑거름이 될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문의 단재학교 (070)8828-2398


                                            박지윤 리포터 dddodo@hanmail.net




단재학교는?


13~18세 학생들을 위한 서울도시형대안학교로 강동구 성내동에 위치해있다. 학교전체가 무학년제로 운영되며 교과통합 프로젝트 수업이 진행된다. 영어·수학을 위한 시간도 고정적으로 마련, 수업이 진행되고 있다. 독서․여행․놀이․운동 등도 필수적으로 이뤄지며, 대학진학을 희망하는 학생을 위한 검정고시와 대학입학공부도 지원하고 있다. 기간 제한 없이 입학생을 모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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