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신문이 만난 사람들-이춘섭

한복에 담긴 깊은 뜻은 알면 알수록 새로워

이춘섭 고운우리옷 대표 이춘섭

지역내일 2010-02-18 (수정 2010-02-19 오전 12:06:57)

 
가르칠 건 가르치면서, 지킬 것은 지켜가면서 20년
  마네킹이 입은 옷 그대로 한복을 맞출 요량이라면 그 생각부터 바꿔야 할 모양이다. “얼굴형에 따라서 어울리는 스타일과 색이 있기 마련인데 한복이라고 예외는 아니에요. 원단, 디자인 샘플을 꼼꼼히 보면서 고객만의 한복으로 만들어져야죠.” 고운우리옷 이춘섭 대표(031-251-1796)의 얘기대로 쇼윈도 외에는 한복 입은 마네킹을 찾아볼 수 없다. 고객의 요구와 입맛에 맞추면 편할 수도 있지만 이 대표는 20년 가까이 자신의 철학을 지켜왔다. 개량 한복을 잘못 알고 있는 요즘 젊은 사람들도 가르쳐야 한다며 그는 “성스러워야 하는 혼례에서 기생 한복(일명 어우동 옷)을 입는다든가 대여를 하는 건 있을 수도 없는 일”이라고 일침을 가한다. 가르침이 잔소리처럼 들릴 수도 있으련만 그래도 그의 가게엔 젊은 사람들이 끊이지 않는다. 신혼여행에서 돌아온 신부가 자신의 한복이 제일 예뻤다며 일부러 인사를 오기도 한다. 이 대표가 가장 행복한 순간이다. 신랑 신부 엄마의 한복은 결혼식 즈음에 찾도록 하는 것도 그가 고집하는 것 중의 하나. 구김 없는 옷매무새로 최상의 한복을 연출해주고 싶기 때문이란다. 그의 디자인과 철학에 반할만한 이유가 있었다.


우리의 자존심, 한복을 아름답게 만들어가고 싶어 
  생계도 꾸리면서 늙어서도 내가 할 수 있는 게 뭘까, 이 대표는 서른일곱에 한복과 그렇게 연을 맺었다. 당시 북문에 유일했던 한복학원에서 꼬박 12시간을 개인 트레이닝 받기를 3년, 바지·저고리는 물론 제일 어렵다는 두루마기 바느질까지 섭렵했다. 두루마기를 꿰맬 줄 알면 웬만한 궁중복은 만들어낼 수 있다. 궁중복에 따라서는 고증 받아 만들기까지 수년이 걸릴 만큼 섬세한 작업이 필요하다. 
조심스레 보여주는 궁중복에서 한 땀 한 땀 쌓인 그의 정성이 느껴진다. (사)한국전통한복문화원 사무총장으로서 대내외 패션쇼 등 바쁜 일정을 소화해내고 있지만 그는 지금도 한복 공부를 게을리 하지 않는다. 한복침선교사1급자격증이 있으면서도 강사로서 더욱 당당해지고 싶은 마음에 공모전 참가 지원서를 냈다.   이 대표의 모든 도전에는 한복을 올바르게 알리고 지키려는 우리 것에 대한 각별한 애정이 숨어있다. “벌써부터 걱정”이라지만 리포터의 마음속엔 잘해낼 수 있으리라는 확신이 자리 잡는다. 고집스러울 정도로 전통을 고수하는 그가 아니라면 그 누가 한복에 깃든 정신과 깊은 의미를 지켜나갈 수 있으랴.  

오세중 리포터 sejoong7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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