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티나무 그늘 아래 모여 자유롭게 책을 보기도 하고 낮잠을 자던 마을 아이들. 사회가 각박해지고, 맞벌이를 하는 부모만큼이나 바쁘기만 한 요즘 아이들에게선 찾아보기 힘든 풍경이다. 부모의 빈자리를 든든히 메워주던 그때 그 느티나무 그늘처럼 방과 후 아이들의 보금자리를 자처하고 나선 학교 지역공부방이 있다. 학교생활과 연계된 학습지도와 인성교육이 가능하기에 더욱 주목받고 있는 화성장안초등학교의 ‘장안글방사랑’을 찾았다.
“종이접기, 만들기 활동이 제일 재미있어요~”
문을 열자마자 왁자지껄한 아이들 소리에 압도당한다. 종이로 만든 동물 인형을 손에 끼우고 그에 맞는 목소리를 내느라 정신이 없다. 동화구연 연습을 위해 박은경 강사가 생각해낸 방법이라는데 아이들은 놀이처럼 재미있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학교에서와 달리 아이들은 학교 밖 공부방에만 오면 마치 자신의 집이라도 되는 양 편안하고 자유로워 보인다”고 화성장안초등학교(교장 전갑찬) 이태숙 담당교사는 말한다.
20명 정도 들어서면 꽉 찬 느낌이 들 정도로 큰 공간은 아니지만 작은 주방과 큰 좌식테이블, 책, 컴퓨터 등을 소박하게 갖춘 ‘장안글방사랑’은 아이들의 만남의 장소이기도 하다. “친구들이랑 함께 놀 수 있어서 좋다”는 최혜지(초2) 학생은 “잘 몰랐던 오빠나 언니들도 여기 와서 친해졌다”며 해맑은 미소를 지었다. 성원규(초3) 학생은 “학원 갔다가 집에 오면 부모님께서 오실 때까지 동생이랑 심심했는데 이곳에 오면 종이접기며 만들기, 그림 그리는 시간이 있어 정말 재미있다”고 했다. 제각각 제일 재미있는 시간을 얘기하던 아이들은 간식 시간이 되자 각자 가져온 간식을 꺼내 나눠먹으며 이내 그들만의 즐거운 시간 속으로 빠져들었다. 아이들은 따뜻한 방 한 켠에서 달콤한 낮잠을 즐기기도 한다.
아이들의 마음을 헤아린 장안글방사랑만의 맞춤형 프로그램
사교육비 경감은 물론 사회적 돌봄이 필요한 학생들의 정서적 안정, 실력 향상 도모를 위해 시작된 경기도교육청의 방과후학교 지역공부방 시범학교는 현재 초등학교 3곳과 중학교 4곳에서 운영 중이다. 화성장안초등학교의 지역공부방 ‘장안글방사랑’은 그 중의 하나. 기존에 학교 내 보육교실이나 종일돌봄교실 운영 등 방과후 활동에 남다른 열정을 가진 전갑찬 학교장의 노력과 학교운영위원회, 지역민들의 지원으로 장안글방사랑은 지난해 9월 7일, 지역 내 소방서 건물 2층에 첫 둥지를 틀었다. 5개월이 지난 지금 학부모와 학생들 모두 만족해하고 있다. 학기 중 평일은 오후 7시, 토요 휴업일과 방학엔 오후 1시까지 무료로 운영된다. 고정인원은 17명이지만 누구든지 원하면 자율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무학년제(1~6학년), 혼합참여형 형태를 띤다. ‘글방으로 차려놓은 사랑방’이란 이름이 가진 뜻처럼 아이들은 사랑방 드나들듯 편안하게 이곳을 찾는다. 원규, 유진이의 엄마이기도 한 박은경 강사는 “엄마의 입장에서 아이들마다 부족하거나 필요한 게 무엇인지 살펴보고 그에 맞춰 도움을 주는 편”이라고 했다. 보습학원 다니는 아이들에게는 그림 그리기나 만들기와 같은 활동 위주로, 예체능 학원에 다니는 아이들은 공부를 좀 더 꼼꼼히 봐 주는 식이다. 동시 짓기나 책 만들기, 색칠공부 등 흥미로운 독후활동, 비디오 감상문 쓰기, 끝말잇기나 윷놀이와 같은 게임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들이 이태숙 담당교사와 박 강사의 노하우에서 만들어진다.
인적·물적 자원의 확보, 적극적인 참여로 학교 공부방이 활성화되길
경기도교육청 방과후학교팀 관계자는 “선생님의 경험과 지도로 생활안전지도, 과제학습지도 등 올바른 학습습관이 형성될 수 있다는 점이 학교 지역공부방의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초등학교의 경우 가평 2곳, 화성 1곳 해서 농산어촌, 도농복합지역 등에 국한되어 있지만 2010년엔 지역별 초중학교로 확대 시행할 예정이다. 실제로 화성장안초등학교의 활발한 공부방 운영이 인근 지역 학교의 롤 모델이 되고 있기도 하다.
2010년, 화성장안초등학교는 장안글방사랑의 운영계획을 위해 새로운 날갯짓을 준비 중이다. 이 교사는 “학부모와 학생 대상의 운영 전반 설문조사를 통한 프로그램 신설은 기본, 아이들의 내적인 충실에 집중할 생각”이라면서 “그러기 위해선 지역 내 인적·물적 자원이 많이 확보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하기도 했다. 개인 및 집단 상담, 구연동화 수업 등 학교 선생님과 방과 후 선생님들의 도움으로 첫 단추를 잘 꿴 장안글방사랑이 아이들만의 행복 사랑방으로 굳건히 자리잡아가기를 기대해본다.
오세중 리포터 sejoong7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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